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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인범 칼럼] 남북 GP철수, 군사적 대치서 평화가는 첫 걸음

[전인범 칼럼] 남북 GP철수, 군사적 대치서 평화가는 첫 걸음

기사승인 2018. 08. 27.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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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전초 GP, 북한 300여개, 남한 100여개 운용
GP, 남북한 군(軍)간 1~2km '우발적 충돌' 상존
GP철수, 남북 군사적 신뢰구축 시금석, 상징적 조치
전인범 장군 1
전인범 전 특전사령관·전 유엔사 군정위 수석대표
1953년 7월 27일 아침 10시, 한국전쟁을 중지시키는 정전협정이 서명된다. 그리고 그로부터 12시간 후에 정전협정이 발효돼 3년이 넘게 일진일퇴의 공방이 계속된 전쟁이 중지됐다.

정전협정은 양측 간에 무려 2년이 넘게 진행됐다. 159차례의 본 회담과 179차례의 분과위원회 회담이 서로 간의 이해 득실에 따라 팽팽하게 줄다리기를 한 어려운 회담이었다.

북한은 회담 기간 내내 모든 기회를 이용해 회담을 유리하게 이끌어 가고자 하는 속내를 드러냈다. 때로는 전선이 교착 상태에 들어서는 상황에서도 피·아 간의 희생과 소모전은 계속됐다.

북한은 전쟁을 계속 늘어지게 해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겪게 했다. 이러한 북한의 비인도적 행동으로 인해 정전협정에 서명이 끝나자마자 아군측 대표들이 뒤도 돌아보지 않고 퇴장한 이유이기도 하다.

정전협정의 서명은 국제연합군 총사령관 마크 W. 클라크 대장,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조선인민군 총사령관 김일성, 그리고 중국인민지원군 사령관 팽덕회가 주 서명자였다. 북한의 남일과 연합군의 해리스 중장이 배석자 서명을 했다.

일각에서는 당시 중국인민군이 아닌 중국인민지원군에 주목해 지금의 중국정부가 정전협정 당사국이 아니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것은 중국인민군이 아닌 중국인민지원군의 자격으로 서명했기 때문이다.

반면에 우리는 교전 당사국이자 북한의 남침으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자이면서 전쟁 당사자라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한국측 대표 자격으로 서명한 클라크 장군은 한국이 전쟁의 효율적 지휘를 위해 국제연합군 총사령관에게 이양한 작전통제권을 지닌 대표성을 지니고 있다.

정전협정은 남북 간의 휴전선이라고도 불리는 비무장지대(DMZ)를 만들었다. 4㎞ 폭의 비무장지대를 가운데에서 가르는 것이 군사분계선(MDL)이고 남과 북의 경계선이 바로 남방 한계선과 북방 한계선이다.

남방 한계선을 따라 남측은 GOP선이라고 한다. GOP는 ‘General Out Post’의 약자로 군사용어로는 일반전초라고 한다.

일반전초는 주로 적군과 조우할 가능성이 농후한 상태에서 아군의 주력부대가 이동 간 혹은 숙영 중에 적군의 기습에 대비해 본진과 상당한 거리를 두고 설치된다.

그리고 적군의 동향을 조기에 발견해 주력부대에 보고하고 주력부대의 피해를 최소화하게 하면서 가능한 범위에서 적군의 침투를 최대한 지연시키고 적의 화력을 약하게 만드는 것이 주 목적이다.

일반전초부대에서는 소규모로 전투전초라는 것을 추진 운용한다. 전투전초의 임무는 아군의 방어선을 기만하고 능력 범위 내에서 적을 격멸하고 지연시키며 적을 조기에 전개하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다.

전투전초를 통상 GP라고 하는데 ‘Guard Post’의 약자다. GP는 남방한계선과 군사분계선 사이에 설치되고 운영된다.

북한도 이와 유사한 개념으로 방어선을 편성하고 있다. 즉 북방 한계선을 따라 주 방어지대를 편성하고 지뢰와 철조망은 물론 각종 장애물을 설치하고 있다.

동시에 추진 경계부대를 북방한계선과 군사분계선 사이에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GP를 북한은 약 300여개, 우리는 약 100여 개 운영하고 있다.

북한과 남한 GP의 차이는 몇 가지가 있다. 정전협정이 체결된 지 70년이 지나면서 남한은 정전협정을 준수하기 위해 GP를 운영하고 있다.

반면에 북한 GP는 지하화해 방어력을 높이고 각 GP를 따라 철책을 연결해 결국 비무장지대 안으로 휴전선인 철책선을 남하시키는 효과를 가져왔다.

또 남한에 큰 위협이 되는 땅굴의 입구가 위치한 것으로 의심되기도 한다. 이들 GP는 남북한 군(軍) 간의 거리가 1~2Km 정도 떨어져 있지만 경우에 따라 서로 소리를 지를 수 있는 거리에 있어 우발적 충돌 가능성이 항상 존재하고 있다.

최근 남북한 군사 당국이 이처럼 가까운 거리의 GP를 서로 철수하는 방안을 내놨다. 이는 남북 간 군사적 신뢰구축의 시금석이자 상징적 차원에서 추진해 볼 가치가 있다.

특히 남북 간 일정한 정도의 신뢰가 구축되면 남한보다 3배나 많은 북한 GP 수를 고려해 볼 때 이에 비례해 철수하면 남북 간의 신뢰는 진전될 수 있다.

따라서 GP철수는 남북이 70년 간의 군사적 대치에서 평화의 무대로 가는 첫 걸음이기에 이에 대한 기대가 크다.

기대하는 만큼의 결과가 나오도록 하기 위해서는 어느 일방의 선의와 약속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

선의와 약속이 하나하나 기대하는 방향으로의 행동과 산물로 나타날 때 비로소 더 큰 신뢰가 쌓인다.

마침내 한반도 평화라는 큰 그림을 위한 작은 조각들이 차근차근 맞춰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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