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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보다 통계로 집약하려는 경제적 현실이 중요

‘통계’보다 통계로 집약하려는 경제적 현실이 중요

기사승인 2018. 08. 28.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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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석
논설심의실장
“쓰레기를 집어넣으면 쓰레기가 나온다”(Garbage In, Garbage Out)는 말이 있다. 엉터리 재료를 쓰면 제아무리 요리를 잘해도 좋은 요리가 나올 수 없듯이, 엉터리 데이터를 써서 분석하면 제아무리 분석을 잘해봤자 엉터리 결론밖에 얻지 못한다는 뜻이다. 이런 말도 있다. “데이터를 계속 고문하라. 그 데이터가 진실을 불지 않고는 배겨나지 못할 것이다.” 이 두 가지 말을 종합하면 정확한 데이터를 놓고 철저하게 분석하면 진실을 알게 될 것이란 의미다.

이제 자연과학이 아닌 사회과학 분야, 특히 경제 관련 분야에서도 다양한 통계를 이용한 계량분석이 널리 행해지고 있다. 이런 분석의 목적은 학문적으로 특정 이론들 가운데 어떤 이론이 옳은지 밝히려는 것일 때도 있지만, 많은 경우 그런 분석을 통해 앞으로 벌어질 것들을 남들보다 더 빨리 조금이라도 더 정확하게 예상하는 데 도움을 얻기 위해서일 때도 많다.

과거의 기록인 통계를 이용한 주가, 환율, 성장률 예측이 이런 성격이다. 기본적으로는 불확실한 미래지만 아마도 엉터리 데이터를 구해서 분석할수록 현재의 상황에 대해 잘못 이해하고 잘못된 준비와 대응을 할 확률이 높아질 수 있을 것이다.

사회과학분야 특히 경제학에서 학문적으로 어떤 이론이 옳은지 ‘진실’을 알기 위해 통계적 검증을 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지만 그런 통계적 검증을 받아들여서 자신의 이론을 철회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다른 조치를 했더라면 상황이 달랐을 것이라고 ‘변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적자재정 정책을 펼쳤지만 고용이 별로 늘지 않은 사례와 ‘통계’가 있었지만 적자재정론자는 언제나 그 규모가 충분하지 못했다고 변명할 수 있고 실제로 변명했다.

통계는 복잡한 현실을 쉽게 파악하기 위해 그런 현실을 몇 개의 수치로 집약한다. 그래서 착시를 일으키기도 한다. 그런 착시를 가져오는 기저효과가 대표적이다. 전년도에 비해 올해 높은 성장률을 보였더라도 그게 단지 전년도 성장률이 너무 낮았기 때문일 수 있다.

통계가공에 따른 문제도 있다. 노트북의 가격이 올랐더라도 노트북의 품질이 좋아졌다면 이런 품질의 향상을 감안해서 물가가 오르지 않았다는 통계가 작성된다. 합리적으로 보이지만, 과거의 가격으로 살 수 있는 노트북은 존재하지 않는데도 구매 가능하다는 착각을 일으킨다.

고용관련 통계도 착각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 통계단위를 가구별로 혹은 개인별로 하느냐에 따라 소득추세는 완전히 다르게 보인다. 핵가족화로 가구원의 수가 줄어들면 가계소득은 줄어드는 추세가 나타나겠지만 개인소득이 늘어나고 있다면, 이게 우려할 일은 아닐 것이다.

만약 최저임금의 인상으로 인해 시급이 높아지는 대신 자영업에 종사하던 일부 근로자들의 근로시간이 줄고 또 일부는 실업상태라면 결코 반가운 소식으로만 볼 수 없다. 그런데도 이런 상황이라면 취업자들의 평균소득이 높아지는 통계가 나온다. 그래서 통계와 함께 그 통계에 대한 세심한 전문가의 해석이 필요하다.

통상 통계청장은 2년간 하는 게 관례지만 소득주도성장과 관련된 통계와 해석을 제대로 제공하지 못해 문책성 교체가 이뤄졌다고 한다. 국민들에게 통계나 그 해석보다 통계로 집약하고자 하는 경제적 현실이 중요하다는 것을 신임 통계청장이 명심해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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