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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토종 꿀벌의 달콤한 귀환

[기고]토종 꿀벌의 달콤한 귀환

기사승인 2018. 08. 2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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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성 차장(기고용)
이규성 농촌진흥청 차장
토종벌 사육농가에게 최근 10년은 잃어버린 시간이나 마찬가지다. 2009년 처음 발병해 불과 2년 만에 국내 토종벌의 75%를 자취도 없이 사라지게 만든 ‘유충썩음병(낭충봉아부패병)’ 때문이다.

토종벌의 유충을 부패시키는 바이러스 질병인 유충썩음병은 약품치료가 불가능해 속수무책으로 당하게 되는 일명 ‘토종벌의 에이즈’다.

이 여파로 막대한 피해를 본 토종벌 사육농가의 가슴앓이는 현재진행형이다.

농가수 감소로 토종벌 산업과 관련된 일자리마저 없어지는 이중고도 겪었다.

다른 나라에서도 90% 이상의 봉군(벌떼)을 죽게 하는 병으로 분류하며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

그동안 면역 증강제나 개량벌통을 개발하고 봉군관리기술을 개선해가며 유충썩음병 방제에 적극 나섰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으로는 부족했다.

농촌진흥청은 오랜 연구 끝에 이 병에 저항성을 가진 꿀벌 신품종 개발만이 해답이라는 결론을 냈다.

몇 해에 걸쳐 강진·구미·통영 등 전국 10곳에서 토종벌을 수집하고 바이러스 주입 후 살아남은 개체를 대를 이어 길러내면서 품종개발에 집중했다.

그 결과 저항성이 우수한 모계 1계통과 번식력이 우수한 부계 1계통을 골라 교배한 후 저항성과 번식력, 둘 다 우수한 꿀벌 신품종을 탄생시켰다.

신품종 토종벌은 알에서 유충·번데기를 거쳐 성충으로 자랄 때까지 79%가 살아남을 정도로 강인한 생명력을 보여줬다.

일벌의 수명도 2배 이상 늘었다.

당연히 꿀 수확량도 증가해 벌통 한 개당 4.8kg으로 기존 품종(1kg)의 5배에 가깝다.

한국양봉협회가 책정한 토종벌 한 통당 평균 생산소득은 50만원이다.

이를 기준으로 보면 38만군을 복원할 경우 꿀로 얻어지는 소득만 1300억 원이 증가한다.

여기에 기타 생산물 소득까지 포함하면 신규소득은 훨씬 많아질 것이다. 기존 품종은 병에 걸리면 7일 이내에 폐사하는 반면, 신품종은 병을 이겨낼 뿐만 아니라 정상적으로 성장했다.

일벌이 출현하는 비율도 높았고 꿀을 채취하는 능력도 뛰어났다. 유충썩음병에 저항성을 가진 꿀벌 신품종 개발은 전례가 없는 세계 최초의 연구로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양봉산물 연구를 하는 농촌진흥청은 국가 양봉산업의 혁신을 위해 꾸준히 관심을 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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