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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의 지정학적 전략 역효과 낳나…유가 파장 주목

사우디의 지정학적 전략 역효과 낳나…유가 파장 주목

기사승인 2018. 08. 28.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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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ladimir_Putin_and_Salman_of_Saudi_Arabia
미국·러시아와 동시에 긴밀한 관계를 맺어 온 사우디아라비아가 시리아 내전 및 이란 핵 보유 문제를 놓고 미·러 양자 사이에서 힘든 ‘줄타기’를 해야 하는 등 지정학적 전략의 ‘역효과’를 맞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사진출처=/위키미디어
미국·러시아와 동시에 긴밀한 관계를 맺어 온 사우디아라비아의 지정학적 전략이 정세 변화로 인해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사우디는 그동안 러시아의 힘을 빌려 ‘스윙 프로듀서(석유 생산량을 자체적으로 줄이거나 늘림으로써 시장의 안정을 꾀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산유국)’로서의 지위를 유지해 왔지만 시리아 내전과 이란 핵 보유 해법을 놓고는 미국의 편을 설 수밖에 없어 미·러 양자 사이에서 힘든 ‘줄타기’를 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렇게 될 경우 글로벌 원유 시장에도 파장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원유 전문 매체 오일프라이스닷컴의 27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의 미하일 보그다노프 외무차관은 지난 24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사우디를 방문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살만 빈 압둘아지즈 사우디 국왕으로부터 초청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보그다노프 차관은 사우디 방문 일정이 푸틴 대통령의 일정에 따라 조절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해 10월 살만 국왕은 사우디 국왕으로는 처음으로 러시아를 방문해 크렘린궁에서 푸틴 대통령과 만났다. 그리고 최근 모하메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도 러시아 월드컵 참석차 모스크바를 방문하는 등 사우디는 러시아와의 관계 유지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보그다노프 차관은 러·사우디 정상 간 회담이 어떤 내용을 담을 것인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나 유가 문제가 시리아 재건과 더불어 양국 정상의 주요 이슈가 될 것은 자명하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최근 이란 핵 협정을 파기하고 대(對) 이란 제재를 복원한 가운데 러시아와 사우디 양국 간 논의는 글로벌 원유 시장의 향방을 결정할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미국에서 셰일유가 수출되기 시작하면서 글로벌 원유시장은 근본적인 구조 변화를 겪었다. 이로 인해 곤란을 겪는 사우디에 도움의 손길을 내민 것은 비(非) 오펙(OPEC·석유수출국기구) 산유국의 대표격인 러시아였다. 감산 등 지난 수 년 간 원유시장에서 사우디가 유가 견인을 위해 취한 일련의 조치들은 러시아의 도움이 없이는 불가능했다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일명 ‘오펙 플러스(OPEC+)’로 불리는 오펙과 비 오펙 산유국 간 카르텔이 장기간 작동할 수 있느냐다. 사우디와 러시아는 시리아 내전에서 서로 다른 편을 지지했다. 러시아가 이란 등과 함께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 측을 지원한 반면, 사우디는 카타르·터키 등과 함께 시리아 반군의 편에 서왔다. 게다가 러시아와 사우디는 이란 핵 보유 문제에 대해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이 같은 난제들로 인해 사우디와 러시아 간 관계가 서로 멀어지거나 최소한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러시아와 사우디 간 관계가 밀착된 시기는 역설적이게도 미국과 사우디의 관계가 최고조에 달한 시점과 중첩된다. 중동의 수니파 대표 국가인 사우디는 미국과 손잡고 시아파 맹주인 이란을 견제해 왔다. 특히 이 같은 모습은 트럼프 정부 들어 미국이 대 이란 적대시 정책을 펴면서 더욱 강조됐다. 전문가들은 사우디가 미국의 대 이란 제재 복원에 큰 역할을 했다고 보고 있다.

시리아에서 러시아와 미국은 내전 종식 후 새로운 국면으로 진입할 준비에 들어갔다. 따라서 사우디는 미·러 양자 사이에서 힘든 결정을 내려야 할 순간을 조만간 맞닥뜨릴 가능성이 있다. 과거의 사례로 미뤄볼 때 이런 경우 사우디는 미국의 손을 잡을 확률이 높다. 만일 지정학적 정세가 이 같이 전개될 경우 글로벌 원유시장은 또 한번 큰 파장과 마주해야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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