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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영이 언급한 “통일”, ‘金’보다 값진 女농구 단일팀 ‘여정’

노숙영이 언급한 “통일”, ‘金’보다 값진 女농구 단일팀 ‘여정’

기사승인 2018. 09. 02.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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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숙영 연합
여자 농구 대표팀이 경기에 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석연치 않은 심판의 판정이 연이어 쏟아지며 북측 간판 노숙영(25)이 2쿼터 중반 이미 4반칙으로 코트를 물러나야 했다. 여자 농구 남북 단일팀이 자랑하던 ‘박지수(20·라스베가스 에이시스)-노숙영’의 트윈타워가 제대로 힘 한 번 써보지 못한 채 뜻밖의 악재에 무력화된 순간이었다. 엎친 데 덮쳐 심판은 고비 때 다시 투입된 노숙영을 3쿼터 후반 5반칙으로 아예 퇴장시켰다. 조금 지나 빅맨 김한별(32·용인 삼성생명)마저 4쿼터에 5반칙으로 퇴장 당했다. 단일팀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싸웠으나 이미 꺾인 날개로 중국 만리장성을 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문규(62) 감독이 이끄는 단일팀은 지난 1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GBK) 이스토라 경기장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AG) 여자 농구 결승전에서 중국에 65-71로 패했다.

점프볼 직후 터치아웃 상황부터 슛 블록 상황까지 심판은 잇따른 불리한 반칙 선언에 이 감독의 애타는 항의가 경기 내내 이어졌다. 논란 속에 졌지만 남북 단일팀은 역사를 쓰는 은메달을 따고 왈칵 눈물을 쏟았다. 카누 여자 용선 500m(금메달), 여자 용선 200m-남자 용선 1,000m(각 동메달)에 이은 이번 대회 남북 단일팀의 네 번째 메달이자 구기 종목 첫 메달이다.

박지수는 울었고 노숙영은 자책했다. 그래서인지 노숙영은 당초 공식 인터뷰를 거절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주위의 설득 끝에 경기 직후 기자들 앞에 선 노숙영은 “경기가 뜻대로 되지 않아 섭섭하다. 1등의 영예를 아쉽게 놓쳤다”면서 “성과가 있다고 한들 결승 경기에서 잘못했는데 무슨 의미가 있겠냐. 실제 경기 마당에서 자기가 할 몫을 했어야 본분을 다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래도 단일팀은 그 자체로 결과를 뛰어넘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노숙영은 지난 한 달간의 특별했던 경험에 대해 “북과 남이 합쳐서 훈련하니까 하루빨리 통일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남측 리그에서 뛰는 것과 관련해서는 “통일이 되는 걸 원하나”라고 반문하면서 “통일이 되면 나도 남쪽 팀에 가서 뛸 수 있고 남쪽 팀 선수들도 북쪽 팀에서 뛸 수 있다. 하루 빨리 통일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시상대에서 아리랑을 울리지는 못했어도 선수들부터 통일을 얘기할 만큼 짧은 여정을 통해 금메달 이상의 값진 것들을 얻어냈다. 남측의 맏언니 격인 임영희(38·아산 우리은행)는 “북측 선수들과 짧은 기간 동안 한 가족처럼 잘 지냈다”며 “헤어짐이 아쉽고 다시 만날 기회가 꼭 있었으면 좋겠다. 헤어지기 전에 북측 선수들과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진심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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