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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AG 야구ㆍ축구 ‘동반 金’과 기울어진 운동장

[기자의 눈] AG 야구ㆍ축구 ‘동반 金’과 기울어진 운동장

기사승인 2018. 09. 02.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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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호 사진 얼굴
“저렇게 금메달을 딴다고 무슨 의미가 있나.”

지난달 28일(한국시간)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AG) 야구 조별리그 B조 3차전에서 한국 대표팀이 홍콩을 큰 점수 차로 이기자 한 지인이 “무슨 핸드볼도 아니고 점수가 21-3이 뭐야?”라며 한심하다는 듯 건넨 말이다.

프로 최정예로 꾸려진 야구 대표팀은 첫 경기부터 실업야구 주축의 대만에 졌다. KBO(한국야구위원회)리그에서 3할대 중후반의 타율과 7할대 장타율 등 만화 같은 성적을 내던 강타자들이 대만 실업투수의 평범한 공을 치지 못해 쩔쩔매는 모습에 팬들의 실망감은 극에 달했다. 연이어 인도네시아와 홍콩을 대파했고 일본과 중국, 다시 일본을 넘어 끝내 금메달을 거머쥐었음에도 싸늘한 여론은 가시지 않았다.

축구라고 다르지 않다. 조별리그에서 말레이시아에게 덜미를 잡힌 뒤 사력을 다해 반전의 금메달을 획득했지만 유럽 무대에서 뛰는 손흥민(26·토트넘) 같은 특급 선수들이 자진해서 참여한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따라서 당연한 결과를 너무나도 힘들게 얻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대부분의 아시아 국가들이 차기 올림픽(2022 도쿄 올림픽) 준비라는 뚜렷한 장기 비전 아래 2년 뒤 올림픽에 도전할 21살 선수들의 시험무대로 아시안게임을 여긴 반면 한국 축구는 때마다 주먹구구식으로 꾸릴 수 있는 최강 전력을 구축하기 바빴다.

스포츠는 공정성을 담보로 한다. 그런데 야구와 축구 종목은 일반 국민들의 눈높이에서 어른과 학생의 달리기를 보는 것처럼 불편했다. 그마저도 걸리고 넘어져 아슬아슬하다. 스포츠를 보면서 통쾌함을 느끼고 싶은데 찝찝함만 남는다. 처음부터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경쟁해 얻은 1등이 국민들의 지지를 온전히 얻지 못하는 까닭이다.

야구와 축구가 블랙홀처럼 관심을 빨아들이면서 이때가 아니면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힘든 다른 종목들은 상대적으로 박탈감을 더 크게 느꼈다. 이것도 부작용이다.

모든 뒤틀림의 원인은 ‘병역 혜택’이라는 당근이다. 이 때문에 금메달만 따면 된다는 의식이 짙게 깔리게 됐다. 군 미필 선수들의 첫째 동기부여가 국위선양이 아닌 개인의 영달이라는 건 삼척동자도 안다. 이렇다 보니 1973년 제정된 병역특례법 형평성 논란이 매번 불거질 수밖에 없다.

스포츠 사회학자 앨런 거트만은 근대 스포츠의 본질로 ‘기회 균등과 합리화’ 등을 꼽았다. 기회 균등의 범주는 참여뿐 아니라 이길 기회도 포함된다. 20세기 초 독일 사회학자 노버트 엘리아스는 “국제 스포츠 경기는 국가 간의 화합을 가능하게 하는 유일한 기회”라며 축제장의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매너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매너의 다른 말은 배려다. 스스로 기울어진 운동장을 만들고 상위에 선 야구와 축구 대표팀이 기회 균등과 매너의 측면에서 정정당당했느냐는 생각해볼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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