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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기획] ‘예고된 人災 해병대 마린온’ 더 이상 희생 안 된다

[단독 기획] ‘예고된 人災 해병대 마린온’ 더 이상 희생 안 된다

기사승인 2018. 09. 05. 0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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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일수록 무기체계 개발, 인명 중시 반영"
시간·비용 줄이려 수리온 파생형 개발 '사고 예견' 전력화사업 대수술 화급
과도한 요구성능+기술부족+촉박한 시간+부실한 시험평가= '총체적 부실'
마린온 추락사고 현장<YONHAP NO-3247>
해병대 상륙기동헬기 마린온의 추락사고는 이미 예견된 인재였다는 주장이 전문가들 사이에 나오고 있다. 사진은 지난 7월 17일 추락한 마린온의 처참한 잔해. / 사진 = 연합뉴스
지난 7월 해병대 장병 5명의 소중한 목숨을 앗아간 상륙기동헬기 ‘마린온’ 추락 사고의 원인규명 조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예고된 인재(人災)’ 였다는 주장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민·관·군 합동 사고조사위원회가 이달 중 중간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어서 초미의 관심사다.

다만 사고조사위가 어떤 결론을 내리든간에 우리 군 전력화 사업 과정에 대한 고질적이고 구조적인 병폐를 이번 기회에는 반드시 대수술을 해야만 또 다른 대형 참사를 막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전문가들은 4일 마린온 참사의 원인을 △과도한 요구 성능 △기술 부족 △촉박한 시간 △부실한 시험평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불완전한 상태에서 전력화가 됐고 이로 인해 예고된 대형 참사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마린온 추락 사고로 순직한 노동환 중령의 아버지 노승헌씨(65)씨는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인재였다”면서 “개발 기간은 짧은 데 요구 사항은 많고 민간 테스트 파일럿이 져야 할 위험 부담을 군인들이 졌다”고 울분을 토했다.

우리 군 전력증강사업 분야 출신 한 예비역 장교는 “가용예산이 부족하면 부족한 예산만큼 시험평가 기회를 줄이게 된다”면서 “이렇게 되면 운용자가 생명을 담보로 그 부담을 고스란히 떠 안게 된다”고 우려했다.

일각에서는 일선 우리 군의 전력화 장비와 무기 체계의 테스트를 담당해야 할 숙련된 인력들이 ‘예견된 사고’에 대한 우려 때문에 전역까지 하고 있다는 얘기도 흘러 나온다.

특히 익명을 요구한 군 헬기 조종사 출신 한 항공전문가는 “해병대의 특성에 맞는 헬기를 개발하려면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데 마린온은 시간과 비용을 줄이기 위해 한국형 기동헬기인 수리온의 파생형으로 개발이 됐다”면서 “이 부분에서 이미 사고는 예견된 것이었다”고 지적했다.

이 헬기 조종사는 “군용 헬기를 연구 개발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다양한 비행 안정성 평가를 해야 하는 데 접이식 로터 등 개조·장착된 5~6가지 부분이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전력화가 추진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 헬기 조종사는 “헬기 개발과 개조 등의 프로세스에 대한 경험도 적고 하다 보니 파생형 개념으로 쉽게 마린온을 제작한 것도 사고 원인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항공산업 종사자는 “마린온의 원형인 수리온 개발 당시 헬기개발 경험과 기술력이 없었던 체계종합 업체가 유럽의 기술을 가져다가 부분 부분 조합해서 보통 20여 년이 걸리는 헬기개발을 7년여 만에 마쳤다”면서 “때문에 수리온은 전력화 초기부터 진동 등 많은 문제를 안고 있었다”고 근본적인 원인을 지적했다.

군 출신 한 방산 관계자는 “높은 요구도와 저렴한 가격으로 무기체계를 확보하려다 보니 운용자에게 안전부담·운용부담을 주는 꼴이 됐다”고 비판했다.

이 방산 관계자는 “선진국일수록 무기 체계와 장비 개발에 인명과 안전을 중요하게 반영해 상대적으로 비용이 많이 들어 간다”면서 “하지만 우리 군은 적은 예산으로 그와 비슷하거나 그 이상의 성능을 가진 무기체계를 만들려다 보니 총체적으로 부실한 제품이 나오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마린온 참사처럼 예고된 인재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충분한 예산과 시간을 들여 완벽한 성능을 갖춘 무기체계가 운용자인 군에 인도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한 방위사업 관계자는 “이미 업계에서는 출혈경쟁으로 인한 품질저하 문제가 공공연한 비밀이었고 이로 인해 언젠가는 대형사고가 발생할 것이 예견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 방위사업 관계자는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기체계의 경우 일반 공산품처럼 무조건 조건충족 최저가 낙찰제를 고집할 것이 아니라 충분한 비용과 시간을 투입해 제대로 된 시험평가를 거쳐 안전하고 성능이 검증된 무기체계를 군에 공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 우리 군의 시험평가 문제와 관련해 한 군 관계자는 “미국의 경우 시제기를 만들 때 1대만 만들지 않고 초기 저율생산 기체(LRIP) 4~5대를 만들어서 2~3년간 개발·운용평가(DT·OT)와 야전운용평가(FT) 등을 충분히 한 후 문제가 없을 때 양산계약을 하고 양산에 들어가지만 우리나라는 LRIP 개념자체가 없는 것으로 안다”고 지적했다.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WMD 대응센터 센터장은 “위에서 내린 정책적 결정들에 수많은 사람들이 죽고 살게 된다”면서 “수리온·마린온 문제는 절대 쉽게 넘어가선 안 된다. 정책적 고려라는 이유로 우리는 너무도 안전의 기준을 낮췄다”고 지적했다.

마린온 사고 원인과 관련해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지난달 24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사고 원인이 기체결함이라는 것은 사실상 확정 아닌가’라는 정종섭 자유한국당 의원의 질의에 “심증은 충분한데 정밀 분석을 통해 확실한 데이터를 확인해 봐야 한다”고 답했다.

부실한 사업추진으로 발생한 기체결함이 이번 사고의 원인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시사한 발언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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