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싸부의 골프 징비록] 과거를 돌아보고 미래를 대비하자

기사승인 2018. 09. 0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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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찬국 프로
조선 중기의 문인 서애 유성룡이 썼던 징비록(懲毖錄)은 임진왜란 때 상황을 기록한 것이다. 징비란 미리 징계하여 후환을 경계한다는 뜻이다.

서애 유성룡은 우리나라와 겨레에게 임진왜란 때와 같은 비참한 전화가 또 다시 되풀이해서는 안 되겠다는 참회와 염원에서 그때의 수난상을 수기하고 징비록으로 제명한 것이라고 한다.

지금의 골프계가 과거 임진왜란과 같은 전란에 빠져 있거나 수난을 당하고 있지는 않지만 ‘과거를 돌아보고 미래를 대비한다’는 정신에는 선뜻 공감해 칼럼 제목으로 징비록이 제일 먼저 떠올랐다.

골프계의 과거를 돌아볼 경력을 가졌고 골프 교습가로서 다양한 연령의 골퍼들을 지도하면서 느꼈던 우리 골프계의 미래를 예상해 경계의 지적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난 2일 막을 내린 제18회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의 골프 경기장에서 느꼈던 20개 참가국 선수·임원들의 모습과 대한민국 골프계의 불안한 앞날을 예상하면서 고언을 남기고자 함이다.

골프가 부유한 사람들, 특별한 사람들만의 오락이었던 시절이 있다. 고가의 장비와 용품 등이 서민들의 여가놀이와는 상당한 차이가 났기 때문이었고 부정행위와 사회적 비리 행위로 규탄을 받는 고위 공직자나 사회 지도층 인사들 사이에 언제나 골프가 개입됐던 탓이다.

이제 5000만 국민의 10%가 넘는 약 640만명이 골프를 즐기는 대중화 시대에 살고 있다. 더 이상 골프를 즐긴다는 것을 감추거나 회피해야 할 일이 아니다. 장비와 용품 등의 가격이 크게 비싸지 않게 됐고 골프장 이용 요금도 대중화됐다. 지금 우리나라 경제 수준과 생활 수준에 골프를 즐긴다는 것이 비난과 지탄의 대상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골프를 권유하면서 하는 첫 마디는 “골프는 사회 일진들의 스포츠“라는 것이다. 스스로 무엇인가를 이뤘거나 거뒀다고 자부한다면 이미 골프를 칠 자격이 충분하다고 말한다. 다른 스포츠와 다르게 시작부터 끝까지 스스로가 판단하고 결정해서 책임을 져야 하므로 현대인들의 정서에도 잘 맞는다. 대부분 우리 삶이 그렇듯 억지로 참고 속내를 감추며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살이가 골프 코스에서도 일어난다.

이런 즐거움에 빠져 40여 년간 1만4000번이 넘도록 골프를 즐겨왔는데 이제는 지난날을 반성하고 닥쳐올 앞날을 걱정해야 할 것 같다. 옛 속담에 ”신선놀음에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른다“는 말이 있다. 우리들의 골프를 다시 한 번 들여다보면서 우리가 추구하던 골프 정신과 교훈을 얼마나 배우고 깨우쳤는지, 조금 잘 쳐보려는 마음에 얼마나 비겁하고 소심해졌는지를 살피고 더 늦기 전에 몸과 마음을 추슬러 뒤늦게라도 깨우치는 즐거움을 갖게 되도록 도움을 줬으면 좋겠다.

골프를 말할 때가 가장 행복한 순간임을 잘 아는 골퍼들을 위한 첫 글은 지난 과거를 돌아보고 앞으로 미래를 경계하자는 제언이다.

양찬국 칼럼니스트(스카이72 헤드프로·경희대 체육대학원 겸임교수·한국골프칼럼니스트협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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