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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전·가스공사, 이란시장 떠났다… 美 제재 속 수십조 프로젝트 ‘물거품’

[단독] 한전·가스공사, 이란시장 떠났다… 美 제재 속 수십조 프로젝트 ‘물거품’

기사승인 2018. 09. 1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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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 이란 지사 철수·TF 해산… 대규모 사업 무산
가스공사, 현지 복합화력발전·가스관 ‘없던 일로’
포스코·석유공사 등 현지 사업구상 모두 접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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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공사·한국가스공사 등 국내 대표 공기업들은 물론 민간 기업들까지 이란 시장에서 줄줄이 철수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2016년 박근혜정부 당시 수십조원 규모 프로젝트 수주 청사진을 제시하고 야심차게 진출한 지 불과 2년 만에 완전히 손을 떼는 것이다. 이 같은 행보를 두고 “정부 및 기업들이 11월 미국의 이란에 대한 2차제재에 대비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9일 정부 고위 관계자 및 발전업계에 따르면 한전은 지난 7월 이란을 비롯해 중동 이란 지사와 사업소를 철수시키고 현지 태스크포스팀(TFT)까지 해산시켰다. 이란 지사는 이란은 물론 중동, 중앙아시아 시장 개척 및 신규사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2016년 설립했던 거점이다.

2016년 박근혜 대통령 이란 순방 당시 역대 최대규모인 236개기업으로 구성된 경제사절단은 미국의 제재 완화로 빗장이 풀리던 이란 시장 진출을 위해 대규모 경제협력을 약속한 바 있다. 대표적으로 한전의 경우 이란전력공사(TAVANIR) 등과 10개 사업에 대한 합의서를 체결하며 이란 전력 및 발전시장 진출을 위한 청사진을 내놨다.

진출 당시만 해도 이란의 50억 달러규모 756kV 송전망사업, 40억달러 규모 AMI 체계 구축, 관공서 냉방부하 원격제어 등 초대형 프로젝트들이 잠재해 있었다. 하지만 구상했던 모든 사업은 협의 단계를 넘기지 못하고 무산된 것으로 확인됐다. 해소될 줄 알았던 미국의 무역제재가 오히려 복원되고 있는 데 따른 영향이 크다.

한전은 현지에 500MW급 복합화력발전소 2기를 건설하는 총 10억달러규모 사업도 추진했지만 협의 단계를 넘어서지 못했고, 한 발전 자회사 역시 이란 남동부에 BOT(건설·운영·양도) 방식으로 화력발전소 건설을 진행했지만 결국 무산됐다.

가스공사도 이란국영석유·가스회사 등과 이란내 신규 가스전·육상액화플랜트·해저가스배관 사업 등 대규모 구상을 했지만 대부분 없던 일이 되거나 답보상태다. 최근 주력인원이 철수한 이란 사무소는 아직 연락사무소 개념으로 유지는 하고 있지만 11월 이후 미국과 이란간 대화를 지켜본 후 여의치 않으면 페이퍼컴퍼니로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한국석유공사 역시 이란산 석유의 공동비축문제를 지난해 논의한 바 있지만 이란 측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아 이뤄지지 않았다.

포스코도 최근 이란 차바하르 지역에 추진하던 제철소 건설을 포기하고 이란 사무소를 폐쇄했다. 포스코 측은 “지난 5월 미국의 이란 경제제재 발표 이후 사업여건이 되지 않아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업계에선 미국의 세컨더리 보이콧 우려에, 우리 기업들이 철수 수순을 밟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이란중앙은행이 보유 중인 원화를 시중에 풀지 않아 우리 수출기업이 거래처로부터 결제대금을 수령하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해 코트라가 중재에 나서는 등 악화된 현지 사정을 가늠할 수 있는 이슈도 발생하고 있다.

정부 한 관계자는 “미국과 진행해야 하는 중요한 협상이 한두개가 아니다. 자동차 무역확장법232조만 해도 우리나라 경제 사활이 걸린 이슈”라면서 “가뜩이나 북한산 석탄 수입으로 세컨더리 보이콧이 우려되는 와중이 아니냐. 이란산 원유 수입제한 예외인정도 녹록지 않을 것”이라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관련기사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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