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국선의 골프 심리톡] 어느 부부의 연습장 엿듣기

기사승인 2018. 09. 1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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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국선 프로
스카이72 드림레인지는 그 흔한 망도 없고 탁 트인 300타석에 400야드(약 366m)가 넘는 원형의 레인지이다. 그물망에서 연습을 하거나 실내 연습장에서 치던 골퍼라면 누구나 한번쯤 시원하게 볼을 날려보고 싶다. 이곳에 한 부부가 모습을 드러낸다. 아내와 연습을 나온 남자는 백에서 드라이버를 꺼내 자동타석에 볼이 올라오자마자 힘껏 내리친다. ‘따악’하고 볼이 쭉 뻗어 날아가는 모습에 어깨가 으쓱한다. 아내의 물개 박수가 터진다.

이어 두 번째 샷을 날린다. 악성 슬라이스. 점점 스윙이 빨라져 첫 번째 볼처럼 시원스레 날아가지 않는다. 이번엔 탑핑 성 볼이다. 아내는 “천천히 쳐봐요”라고 격려의 응원을 보낸다.

옆 타석에 다른 부부가 들어선다. 각자 타석에 서서 자기 스윙에 집중한다. 간혹 좋은 볼이 나오면 가볍게 응원의 메시지만 주고받는다. 상대의 스윙에 서로가 존중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한참이 지났을까 날카로운 여자의 목소리가 들린다. “자기나 잘 치지, 자기도 잘 치지 못하면서 나도 잘 하고 싶다고”, “시키는 대로 해야 할 거 아냐” 등등의 언성이 점점 높아진다. 주위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는다. 분위기 좋던 첫 번째 부부에게서 일어난 상황이다. 아내에게 레슨을 하다가 남편과 아내의 감정이 격해진 모양이다.

스카이72 드림레인지
스카이72 드림레인지 전경. 제공=백국선 칼럼니스트
골프는 상대에 대한 배려이고 존중이다. 골프는 감정이나 마음에 따라 샷이 달라지는 매우 예민한 운동이다. 상대에 대한 배려와 존중이 빠지면 신체 뿐 아니라 마음까지 상처를 낼 수 있다.

운전과 골프는 아내를 가르치지 말라고 하는데 그만큼 어려운 것이 이 두 가지 레슨이라는 의미다. 레슨을 할 때마다 “알아듣겠는데 몸이 따라주지 않아요”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필자는 “몸이 따라주지 못한 말은 없습니다. 다만 그 말을 백퍼센트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한 겁니다”라고 답한다. 이어 “우리는 ‘들었다’와 ‘알았다’를 정확하게 구분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습니다”고 덧붙인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내가 아는 걸 너도 알고 있지’라는 관점에서 대화를 시작하게 된다. 부부는 더더욱 그렇다.

한국의 남편 골퍼들에게 조언을 감히 드리고자 한다. 직접 레슨을 삼가시라. 그것은 자신의 능력을 들키는 일이다. 능력 있는 남자는 아내에게 직접 레슨을 하지 않고 좋은 코치를 소개한다는 걸 기억하면 좋겠다.

백국선 칼럼니스트 (스카이72 드림레인지 레슨 프로·골프 심리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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