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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사법부, 일선 법원 재판부 결정도 뒤집어…전산망 검색 안 되게 조치도

양승태 사법부, 일선 법원 재판부 결정도 뒤집어…전산망 검색 안 되게 조치도

기사승인 2018. 09. 11.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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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압수수색 영장 기각 이후 증거 파기 사태 강력 반발
내일 이민걸 전 행정처 기조실장·김현석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 소환
'대법원 문건파기' 유해용 전 연구관 압수수색
검찰 관계자가 11일 서울 서초동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 사무실을 압수 수색을 한 뒤 압수서류를 들고 사무실을 나서고 있다./연합
양승태 사법부 시절 법원행정처가 위헌법률심판 제청에 관한 일선 법원 재판부의 결정을 취소하도록 압력을 행사한 정황이 드러났다.

법원의 영장심사가 지연되는 사이 ‘재판 거래’ 의혹과 관련된 자료들이 파기되는 사태가 벌어지자 검찰이 강력하게 반발하며 엄중한 책임을 묻겠다고 나섰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차장검사)은 2015년 서울의 한 지법 재판부가 헌법재판소에 법률의 ‘한정위헌’ 여부를 묻는 위헌법률심판 제청 결정을 내리자 법원행정처 간부가 재판장에게 결정을 직권으로 취소하라고 요구한 사실을 확인했다.

당시 재판부는 이미 당사자에게 결정 사실을 통보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헌재에 보낼 공문 내용을 확인한 법원행정처의 연락을 받고 당사자가 불만이 있는지를 확인한 뒤 실제 결정을 취소하고 다시 ‘단순 위헌’ 여부를 묻는 방식의 제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행정처는 이 과정에서 전산정보국을 동원해 내부 전산망에서 결정문이 열람되지 않도록 제목을 내용이 드러나지 않는 ‘결정’으로 붙이는 등 조치까지 취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법원은 법률해석에 관한 권한은 법원의 권한이라는 입장으로 헌재의 한정위헌 결정의 효력을 부인해왔다. 때문에 법원이 법률의 ‘한정 위헌’ 여부를 헌재에 묻는 것 자체가 기존 대법원의 입장과 배치된다고 볼 수 있다.

검찰 관계자는 “재판의 독립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이번 건은 진행 중인 재판에 개입한 게 아니라 이미 내려진 결정에 불법으로 개입한 것”이라며 “일종의 직권남용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양승태 사법부의 ‘재판 거래’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심사가 미뤄지는 사이 재판자료들이 파기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검찰이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특히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 직접 나서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증거인멸 행위에 대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정한 책임을 묻겠다”고 밝히면서 검찰은 강도 높은 수사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날 오전 유 전 연구관의 변호사 사무실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냈지만, 유 전 연구관의 PC 하드디스크가 파기돼 자료 확보에 실패했다. 유 전 연구관은 “PC 하드디스크를 가위와 드라이버로 파기한 뒤 자택 근처 쓰레기통에 버렸다”고 검찰에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영장심사를 맡았던 박범석 영장전담부장판사가 유 전 연구관과 함께 근무했던 재판연구관 중 한 명이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검찰의 반발은 더욱 심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이런 경우 오해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영장심사를 회피했어야 한다는 것이 법조계의 일반 상식”이라면서 “이 사건의 경우 지난 토요일(8일) 다른 영장판사들에게 심사되는 것이 통상적인 절차였으나, 월요일(10일)로 미뤄져 박 부장판사가 심사하게 돼 더욱 이해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한편 검찰은 12일 오전 유 전 연구관과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과 김현석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을 차례로 소환해 이번 사법농단 의혹에 대한 수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이 전 실장은 2015년 8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법원행정처 기조실장으로 근무하면서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소송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다.

김 연구관은 대법원 선임재판연구관으로 근무하던 2016년 6월 법원행정처가 작성한 ‘통진당 사건 전합 회부에 관한 의견(대외비)’ 문건을 유 전 연구관에게 전달한 의혹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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