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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534억원’ 최신 해상작전헬기 ‘와일드캣’ 1대 6개월간 비행 못해

[단독] ‘534억원’ 최신 해상작전헬기 ‘와일드캣’ 1대 6개월간 비행 못해

기사승인 2018. 09. 28. 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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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착함 과정에서 조종사 공간정위 상실···오버토크로엔진·기어박스 등 무리 우려
해군 "안전 문제 해결 위한 정밀진단·해외부품 도입에 시간 소요···작전공백은 없어"
AW-159 작전배치 사진 (12)
해군의 신형 해상작전헬기 와일드캣(AW-159)이 함정 이·착함 훈련을 하고 있다. 제공 = 해군
해상작전헬기 2차 사업의 입찰이 28일 마감되는 가운데 1차 사업을 통해 도입한 와일드캣(AW-159) 8대 중 1대가 6개월간 비행을 못한 사실이 27일 확인됐다.

이 헬기는 해상 임무 수행중 오버토크가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경우 엔진, 기어박스, 메인 블레이드(주 회전날개) 등에 무리가 갈 수 있다.

엔진과 기어박스, 메인 블레이드 등은 헬기의 핵심 부품이어서 이를 그대로 방치할 경우 대형사고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최근 해병대 상륙기동헬기 마린온과 육군 공격헬기 코브라 등 군용 헬기의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해군이 사고 예방차원에서 적절한 조치를 한 것으로 판단되지만, 도입한지 1년 남짓한 신형 헬기에서 발생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6개월이나 걸린 점은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특히 와일드캣은 도입 당시부터 후속군수지원과 관련한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이 문제를 포함해 군용 헬기 운용의 전반적인 문제를 진단하기 위한 감사원의 감사도 이달 초 진행된 것으로 확인됐다.

◇2함대 소속 와일드캣 1대 6개월간 비행중단

해군과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담당하는 2함대에 작전배치돼 해상임무를 수행중이던 와일드캣 1대에서 오버토크가 발생했다.

이에 해군은 제작사인 레오나르도 측과 협의해 정밀안전진단을 하고, 기어박스 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부품을 교체하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올해 4월까지 6개월 간 와일드캣 1대의 비행이 중단될 수 밖에 없었다.

문제가 예상되는 부품들은 야전 정비중인 다른 헬기의 부품을 활용해 교체했지만 정밀안전진단과 수리부속 도입이 마무리된 올해 4월까지 6개월간 1대의 와일드캣은 지상에서 대기해야 했다.

해군 당국자는 “지난해 10월 와일드캣 1대가 함정 이·착함을 하던 중 조종사의 순간적인 공간정위 상실로 오버토크가 발생했다”며 “사고가 난 것은 아니지만 엔진이나 기어박스에 무리가 갈 수 있어 안전을 위해 제작사측과 협의해서 정밀진단을 했다”고 밝혔다.

◇해군 “안전상 필요한 조치…작전영향 없어”

이 당국자는 “문제가 예상되는 부품들을 제작사에 보내 정밀 진단을 하는 과정과 예비 부속품을 들여오는 6개월 동안 헬기가 대기 한 것을 사실이지만 작전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다른 군 관계자는 “구형 헬기의 경우 오버토크가 발생한 것을 헬기를 조종한 조종사만이 알 수 있지만 와일드캣에는 안전진단시스템인 HUMS(Health and Usage Monitoring System)가 장착돼 관련 기록이 남는다”며 “이 때문에 오버토크 발생 사실이 곧바로 보고 됐고 적절한 후속조치가 진행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오버토크는 자동차 운전자가 위기 상황에서 가속페달을 강하게 밟듯이 헬기 조종사가 위기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무리하게 파워를 써서 발생하는 것”이라며 “바다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해군 헬기 조종사는 언제든 순간적으로 공간정위 상실에 빠질 수 있고 이럴 경우 오버토크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와일드캣의 경우 도입 초기라 정밀진단 절차에 오랜 시간이 걸렸을 것이고, 수리부속 등도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AW-159 작전배치 사진 (13)
해군의 신형 해상작전헬기 와일드캣(AW-159)이 함정 이·착함 훈련을 하고 있다. 제공 = 해군
◇부속조달 늦어진 건 후속군수지원 문제 지적도

안전을 위한 해군의 조치가 적절했다고 해도 정밀점검과 수리부속 조달에 6개월이나 걸린 부분에선 후속군수지원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수리부속 조달 건은 명백히 문제가 있었다고 본다”며 “1차 사업 당시 와일드캣 제작사가 가격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최소한의 종합군수지원(ILS) 비용만 반영해 가격을 낮췄다는 이야기가 돌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뿐만아니라 최근에는 1차 사업에서 낮춘 비용을 2차 사업 반영해 사업 제안서를 제출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들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해군은 “예산 등의 이유로 예비 부품들을 한꺼번에 들여와 무작정 쌓아놓고 있을 수 없다”며 “정비계획이나 내구연한 등에 따라 연차적으로 예산을 반영해서 필요한 부품을 들여오는 게 정상적인 획득 절차”라고 해명했다.

감사원의 감사와 관련해서도 해군은 “와일드캣 문제를 특정해서 감사가 진행된 것은 아니며 최근 잇따른 헬기 사고와 관련해서 비행과 정비 관련 자료 수집차원에서 감사원 관계자가 해당부대를 방문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함께 8대 중 1대가 6개월간 작전에 투입되지 못한 건 긴박한 상황이라면 심각한 전력공백이 될 수 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해상 작전분야에 오랜 경험을 가진 한 예비역 장교는 “1대가 고장으로 운용을 못하는데 작전 운용에 문제가 없다고 말하는 건 잘못됐다”며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에서 헬기 1대를 작전에 투입하지 못한다면 이는 커다란 작전공백”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군은 평시에도 위기 상황을 대비해 장비를 운용하는 것이 기본”이라며 “최대의 장비 가동율을 유지 해야 하는 일에 소홀해서는 안되는 게 국민을 보호하는 군의 존재 이유이고 유비무환”이라고 말했다.

레오나르도 헬리콥터가 제작한 ‘잠수함 킬러’ 와일드캣은 호위함 등 전투함에 탑재돼 대잠전과 대함전, 해상정찰 임무를 수행하는 해상작전헬기로 1차 사업을 통해 2016년 6월과 12월 각각 4대씩 해군에 인도 된 후 지난해 2월과 7월 각각 작전배치됐다.

대당 가격은 약 534억 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군은 대잠수함 작전능력 보강을 위해 12대의 해상작전헬기를 추가 도입하기 위한 2차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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