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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 선거’ 손가락질 받은 캄보디아, 정치범 줄줄이 석방…서방 의식하나

‘부정 선거’ 손가락질 받은 캄보디아, 정치범 줄줄이 석방…서방 의식하나

기사승인 2018. 09. 18.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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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mbodia The Winner <YONHAP NO-3602> (AP)
사진=AP, 연합
지난 7월 제1 야당인 캄보디아구국당(CNRP)을 강제로 해산하고 언론에 재갈을 물려 ‘가짜 선거’를 치렀다고 국제 사회의 비난을 사고 있는 캄보디아가 지난달 말부터 20명이 넘는 정치범들을 잇달아 석방했다. 정치적 문제가 통상 문제로 번질 조짐을 보이자 유럽 등 서방의 눈치를 살피기 시작한 것이라는 게 지배적 관측이다.

유럽의회(EP)는 지난 13일(현지시간) CNRP 해산 결정을 비난하는 결의안을 채택하고,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에 캄보디아 제재를 고려해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럽의회는 캄보디아가 선거 전 야당을 해산한 것을 두고 “더 이상 민주주의로 간주할 수 없는 정치구조에 한 발 다가섰다”고 비판했다.

캄보디아가 이를 무시할 수 없는 배경에는 통상 문제가 있다. 캄보디아는 EU로부터 ‘EBA 규정’의 혜택을 누리고 있다. 최빈 개발도상국으로부터 수입하는 품목 중 무기를 제외한 모든 품목에 무관세를 적용한다는 것이 규정의 주요 골자. 하지만 유럽의회가 캄보디아의 정치 문제에 대해 비판을 가하면서 이 혜택에서 배제될 위기에 처한 것.

현재 대부분의 서방 국가는 캄보디아의 새 정부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중국 등 공산주의 국가만 캄보디아의 새 정부를 지지하고 있다. 훈센 캄보디아 총리가 정치범 석방이라는 카드를 내민 것은 국제 사회의 인정을 받아내기 위한 ‘고육책의 일환’인 셈이다.

독일 매체 도이치벨레(DW)는 17일(현지시간) 지난달 석방된 전 CNRP 당원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움 샘 안 전 CNRP 당원은 “당신을 포함한 CNRP 당원들이 석방된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집권당이 국제 사회의 압력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는 특히 18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막을 올린 제73차 유엔 총회에 훈센 총리가 참석한다는 점을 꼬집었다. 그는 훈센 총리가 EU와의 무역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정치범을 석방해야만 했다고 주장했다.

움 당원은 지난 주 석방된 켐 소카 전 캄보디아 제1 야당 대표가 아직 자택구금 중인 것과 관련해 “그에 대한 혐의가 벗겨지길 희망한다”며 “그렇지 않을 경우 국제 사회는 캄보디아에 더 많은 압력을 가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움 당원은 캄보디아의 정치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남은 정치범들을 석방하고, 지난해 118명의 CNRP 당원들에게 정치활동 금지령을 내린 것을 해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33년 간 캄보디아를 통치한 훈센 총리는 지난 7월 29일 총선에 승리하며 5년 간 더 집권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선거 전 야당·언론·시민단체 등을 대대적으로 탄압해 정적과 비판 여론을 차단해버렸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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