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평양정상회담] 4대기업 대표, 北 경제 고위관료 면담…‘남북경협’ 속도 낼까

제3차 평양 남북정상회담 특별수행단의 일원으로 동행한 삼성·현대차·SK·LG 등 4대그룹 대표들이 본격적인 방북 활동에 들어가면서 남북 경제협력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번 방북을 통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을 제시하고, 김 위원장도 4대그룹 대표들의 방북에 비상한 관심을 보이는 만큼 이들 경제인의 역할 역시 주목되고 있다. 다만 재계는 국제연합(UN)·미국 등의 대북 경제 제재가 여전한 만큼 당장 가시적인 사업 프로젝트가 나오긴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18일 재계에 따르면 문 대통령을 특별 수행해 평양을 찾은 경제인 17명은 방북 첫날인 이날 이용남 북한 경제 담당 내각부총리 면담을 시작으로 남북 경제협력 논의를 시작했다. 이튿날인 19일에는 경제시설 참관 등 북한의 경제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일정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 자리에서 북한 측은 남북 간 경협보다는 제재 완화 이후 미래의 경협에 대해 제안을 하고, 기업들의 입장을 타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가진 브리핑에서 기업인들의 역할과 관련해 “‘평화, 새로운 미래’라는 주제로 인해 경협 (논의에) 한계는 있을 수 있으나 멀리 보고 미래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둔다면 경제인의 역할이 앞으로 기대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번 방북 경제인 특별수행단에는 경협 재개 시 대북 투자에 나설 수 있는 주요 대기업 최고경영진과 경제단체 수장들이 대거 포진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김용환 현대차그룹 부회장, 최정우 포스코 회장,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등이 평양행 전용기에 몸을 실었다. 북한 인프라 사업을 주도할 한국철도공사(코레일)·한국전력 등 공기업 대표와 남북경협을 연구하는 산업은행장, 4차 산업혁명 분야 협력을 위한 IT(정보기술) 기업인 등도 포함됐다.

특히 이 부회장과 구 회장은 첫 방북인 만큼 대북사업에 대한 큰 틀의 구상과 그룹 내 미래 신사업들과의 접목 등 어떤 청사진을 마련할지 관심이 쏠린다. 이들이 그룹의 3~4세대 젊은 총수이기 때문에 대북사업에 있어 명분보다는 실리를 택할 가능성도 있어 대북 경제제재나 미국과의 관계 등을 충분히 의식한 전략을 구사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4대그룹과 포스코·현대그룹 등은 일단 북한 당국의 경협 구상과 의지를 확인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4대그룹 대표들은 방북 준비 과정에서 과거 남북경협 사례와 북한 경제에 대해 꼼꼼히 내부 보고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4대그룹은 물론 경제단체들도 대북사업 참여 가능성에 대해서는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 같은 신중 모드는 남북경협이 본격화하기 위해서는 한반도 비핵화 진전과 평화정착, 대북제재 해제 등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기 때문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방북 대기업들이 구체적인 대북사업 아이템이나 계획을 북한에 먼저 제시하기엔 관련 정보가 적고 부담도 큰 것이 사실”이라고 전했다.

한편 정부 역시 남북경협에 관한 세부 논의에 대해서는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비핵화 협상과 별개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이행을 거듭 강조하고 있는 데다 남북경협에 대한 구체적인 협상이 섣불리 진행될 경우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공조를 허물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