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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마을 선전 다펀촌, 세계적 유화 마을로 상전벽해

똥마을 선전 다펀촌, 세계적 유화 마을로 상전벽해

기사승인 2018. 09. 19.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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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유화의 60% 생산, 짝퉁 이미지 불식이 관건
흔히들 상전벽해라는 말을 한다. 1980년 덩샤오핑(鄧小平)이 기치를 높이 들어올린 개혁, 개방 정책에 의해 가장 먼저 경제특구로 지정되면서 40여 년만에 기적을 일궈낸 중국 광둥(廣東)성 선전은 아마도 이런 말에 가장 잘 어울리는 케이스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보인다. 이름도 알려지지 않았던 작은 시골 마을에서 지금은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인구 1400만 명의 스타트업 천국이 됐으니 이렇게 단언해도 괜찮을 듯하다.

화랑 전경
선전 다펀촌에 소재한 한 화랑의 전경. 매년 500만 장의 그림이 이곳을 비롯한 1100여개의 화랑에서 모사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제공=인터넷 포털 사이트 진르터우탸오(今日頭條).
당연히 경제를 바짝 뒤따르기 마련인 문화 분야의 기적 역시 선전 내의 곳곳에서도 목격될 수밖에 없다. 개혁, 개방 정책 추진 40주년을 맞이한 올해 선전을 유독 집중적으로 다루는 중국 언론의 최근 보도를 종합하면 가장 대표적인 곳이 금세기 들어서부터 세계적 유화(油畵) 마을이라는 명성을 떨치고 있는 다펀(大芬)촌이 아닌가 싶다. 전 세계에서 유통되는 유화 작품의 60%가 이곳이 산지라면 더 이상의 설명은 사족이라고 해도 좋다.

원래 이곳은 30여 년 전만 해도 입에 올리기조차 민망한 별칭을 가지고 있었다. 그게 바로 마을 이름과 발음이 똑 같은 다펀(大糞)촌이었다. 한마디로 마을 앞을 흐르는 하천에서 악취가 풍기던 똥마을이었다. 당시에는 가축 분뇨가 제대로 처리되지 않았던데다 화장실 사정도 열악했던 만큼 그럴 만도 했다.

하지만 지난 세기 90년대부터 유화 모사의 천재들이 하나둘 씩 자리를 잡으면서 상황은 획기적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원주민이 300여 명에 불과한데도 무려 8000여 명의 모사 화가들이 0.4㎢ 크기의 마을에 자리잡은 채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화랑만 1200여 개 전후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화랑 갯수만 볼 때는 베이징 퉁저우(通州)구의 유명 화가촌인 쑹좡(宋莊)보다 크다고 봐야 한다.

다펀촌은 경제적으로도 주목받기에 부족함이 없다. 연 매출액이 지난해 말 기준으로 20억 위안(元·3400억 원) 이상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1인당 대략 25만 위안의 매출을 올린다고 보면 될 듯하다. 중국의 1인당 GDP가 연 6만 위안 전후라는 사실에 비춰보면 상당한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저우융주
반 고흐 그림 모사의 달인 저우융주 씨. 지금까지 20만장 가까운 유화를 모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제공=진르터우탸오..
매년 500만 장을 그리는 8000여 명의 화가들 중에서는 스타로 불릴 만한 이들도 있다. 반 고호 그림의 모사 달인인 저우융주(周永久·55), 자오샤오융(趙小勇·48) 씨가 대표적으로 손꼽힌다. 각자 수십여 명의 문하생을 두고 1년에만 5000∼1만 장의 그림을 찍어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이 화가가 아니라 모사 장인으로 불리는 이유가 아닌가 싶다. 때문에 짝퉁 예술촌에서 벗어나 진정한 문화 마을로 거듭나야 한다는 비판 역시 이제는 귀담아 들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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