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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수당 10만원? 그냥 안 받을래요”…강남3구 ‘냉랭’ 속내는?

“아동수당 10만원? 그냥 안 받을래요”…강남3구 ‘냉랭’ 속내는?

기사승인 2018. 09. 20.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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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청했지만 외부에는 밝히지 않아"...수급에 따른 불이익 등 우려
아동수당 포스터
오는 21일부터 만 6세미만 자녀가 있는 소득 하위 90% 가정에게 아동수당이 지급되는 가운데 신청 홍보를 위해 제작됐던 포스터의 모습. /제공=보건복지부
서울 강남 3구(서초·강남·송파구) 주민들 사이에서 정부의 아동수당 지급과 관련해 “상위 10%에 들지 못하는 것을 자인하는 꼴”이라는 등 뒷말이 무성한 가운데 수급을 거부하거나 쉬쉬하는 등 부정적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20일 해당 지역 주민들에 따르면 21일 시작되는 아동수당 지급에 대해 ‘사회적 낙인’ ‘아동수당 계급론’ 등을 제기하며 수급에 따른 불이익 등 우려를 나타냈다.

이번 제도는 소득수준 하위 90% 가구 가운데 만 6세 미만 자녀가 있을 경우 월 10만원씩 지급하는 것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 18일 올해 기준 해당 아동 244만명이 수급대상자이며, 230만명이 신청했다고 밝힌 바 있다.

전국 수당지급 신청률은 평균 94% 수준이지만 강남 3구의 경우 20%포인트가량 낮은 상황이다.

김승희 자유한국당 의원에 따르면 강남구는 신청대상자 2만1014명 중 1만5428명인 73.4%가, 서초구는 2만104명 중 1만4821명인 73.7%가, 송파구는 3만978명 중 2만5471명인 82%가 신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자녀를 둔 강남 3구 부모들은 수당지급에 따른 서열화와 지역사회에서의 왕따 가능성을 언급했다.

강남구 삼성동에 거주하는 양모씨(39·여)는 “나는 솔직하게 신청한 상태”라며 “그렇지만 어디 가서 누가 물어보면 ‘안 했다’고 말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이어 “하위 90%라는 딱지가 붙는 것이 강남권 생활에서 그다지 좋을 것 같지 않다”며 “사회적 박탈감도 드는 상황에서 서로 쉬쉬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덧붙였다.

서초구 서초동에 거주하는 유모씨(37·여) 역시 “소득수준 90%로 선을 긋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마치 1등 시민, 2등 시민을 나누는 또 다른 계급제가 등장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부정적 의견을 나타냈다.

그는 또 “(강남3구라는) 지역적 특수성이 있어서 그런지 신청하는 법을 몰라도 누구한테 물어보기 힘든 실정”이라며 “상위 10%에 속하지 못해 아이가 따돌림을 당하는 건 아닌가 하는 걱정을 하는 이들도 있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수당지급이 ‘사회적 갈등을 야기시키는 전형적인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이상이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제주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하위 소득 수준으로 지급대상자를 정하는 방식은 아니기에 (아동수당을) 선별주의 복지라고 볼 수는 없다”며 “다만 역사적으로 아동수당을 비롯한 사회수당들은 보편주의 노선을 걸어왔기에 현 제도는 그 본질 자체를 잃어버린 상태”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어 “현재 아동수당 시스템을 보고 선별적 보편주의(selective universalism)라고 부른다”며 “이러한 기조는 지급 대상을 나누는 기준 때문에 행정력 낭비에 이어 사회적 갈등을 야기하는 중요 요인으로 볼 수 있기에 강남 3구의 상황은 여기서 비롯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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