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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피로사회] ‘추석 피하고픈’ N포세대 ‘부담스러운’ 신중년 ‘고달픈’ 독거노인

[명절 피로사회] ‘추석 피하고픈’ N포세대 ‘부담스러운’ 신중년 ‘고달픈’ 독거노인

기사승인 2018. 09. 21.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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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포세대' 2030 취준생·직장인, 추석 피하고 싶은 날로 인식…부모·친척 잔소리가 이유
추석이 부담스러운 5060 신중년…가장의 중압감 큰 탓
추석 고달픈 독거노인…경제적 어려움에 고향 못내려가 외로움 더해
추석을 앞둔 취업준비생
‘한가위만 같아라’는 속담처럼 더 없이 풍요로운 명절, 추석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가족의 정을 나누고 화합을 다지는 우리나라 고유의 최대 명절이지만 세대별로 또는 자신의 처지에 따라 추석을 맞이하는 태도는 확연하게 차이를 보였다. 대체로 명절이 반갑지만은 않다는 반응이었다. 2030세대와 은퇴 이후 제2의 인생을 꿈꾸는 5060세대, 그리고 쪽방촌 등에서 홀로 생활하는 독거노인을 만나 명절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N포 세대’ 2030…명절 피하고픈 취준생·직장인
2030세대에게 추석은 ‘피하고 싶은 날’이란 인식이 팽배해 있었다. 취업난에 경제적 어려움까지 겹치면서 연애와 결혼·출산을 포기한다는 ‘삼포세대’. 이도 모자라 인간관계·취미 등 더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해 요즘 젊은 세대를 ‘N포 세대’라고 부른다. 이들은 추석 연휴 동안 부모와 친척들이 건네는 취업, 결혼에 대한 질문이 단순한 궁금증으로 다가오기 보단 비수로 꽂히는 경우가 많다며 극심한 명절 스트레스를 호소했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인 이모씨(여·24·이화여대 3학년)는 “농업직 공무원 7급과 9급을 동시에 준비 중인데, 부모님께서 대학졸업 전까지 취업을 해야 한다고 해 부담스럽다”면서 “추석 당일인 24일 내려가서 하루 있다가 26일 (서울로) 올라오려고 한다”고 말했다. 고향에 내려갈 생각에 설레는 것도 사실이지만 취업에 관한 부모의 잔소리를 피해 ‘짧은 귀향’을 택한 것.

또 다른 취업 준비생 박모씨(28)가 가족 및 친척들의 쉼 없는 질문을 피하고자 궁리 끝에 내놓은 해결책은 역(逆) 귀경. 그는 “추석 연휴 내내 집에만 있으면 부모님 눈치도 보이고 ‘취직은 언제 하냐’ ‘나이가 몇인데 아직까지 취직 준비냐’라는 친척들의 잔소리가 듣기 싫다”면서 “마침 학원에서 추석 특강을 이틀간 한다고 해 신청했다”고 말했다. 공부한다는 핑계로 친척들로부터 받는 정신적 스트레스에서 벗어나려는 심산이다.

젊은 직장인들도 추석이 다가오자 마음이 불편한 건 매한가지. 외국계 회사에 다니는 김형석씨(가명·30대)는 “명절마다 친척들의 강권에 치르는 의례적 맞선이 이제 지겹다”면서 “지금은 결혼이나 연애에 관심이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결혼을 강요하는 집안 어른들과 부대끼는 게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명절 연휴 대신 '열공'
추석연휴를 앞두고 지난 19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의 윌비스 신광은 경찰학원에서 경찰공무원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이 강의를 듣고 있다./연합
◆ 이번 추석이 ‘부담스러운’ 5060 신중년
이미 정년 퇴직을 했지만 계속해서 일하기를 원하는 5060세대의 신중년. 이들은 이번 추석 연휴가 부담스럽기만 하다. 은퇴한 후에도 자녀 뒷바라지·부모 부양 등 이전과 같이 집안의 중추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중압감이 상당하기 때문. 공공기관 출신인 김모씨(66)는 “은퇴한 지 5~6년 됐지만 여전히 명절 연휴가 다가오면 마음이 편치 않다”면서 “장성한 30대 자식들과 90대 노모를 부양하고 있다. 은퇴 이후에도 명절 등 집안 행사에서 중추적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 부담스럽다”고 토로했다.

정년 퇴직한 지 3개월째에 접어든 김모씨(62)는 추석 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은 탓에 상차림을 간소화, 경제적 부담을 덜기로 했다. 현재 정부가 지원하는 구직 수당을 받으며 새로운 직업을 찾고 있는 그에겐 종잡을 수 없이 오른 물가가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올해 차례상 물가는 4인가족 기준으로 전통시장은 23만1000원, 대형 유통업체는 32만4000원으로 지난해보다 6.4%, 3.2%씩 올랐다.

김씨는 명절에 젊은 세대가 어른들의 걱정어린 질문을 ‘잔소리’로 받아들이는 것에 대해 불편한 심기도 표출했다. 그는 “명절 때 자식을 가끔씩 만나는 부모가 나이가 찼으면 ‘결혼은 언제 하냐’라고 물어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그런 걸 잔소리로 받아들여 명절에 가족 만나는 것을 불편해 한다는 건 이해가 안 간다”고 언성을 높였다. 이 같은 젊은층의 대화 기피현상이 세대간 갈등으로 비화될까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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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등포 쪽방촌의 한 골목. 이곳에서 가장 넓은 골목으로, 쪽방주민들 사이에선 ‘쪽방촌 명동’으로 불린다./사진=이욱재 아시아투데이 기자

◆ 명절이 고달픈 쪽방촌·독거노인
명절이 오히려 고달픈 사람들도 있었다. 바로 쪽방촌 등에서 홀로 생활하는 독거노인들. 한때 노숙생활을 전전하다 서울 영등포 쪽방촌에 터를 잡은 김모씨(73)는 추석 연휴라고 다를 게 없다고 퉁명스럽게 말했다. 그는 “추석이라고 (평소와) 다를 건 없다”면서 “20년 넘게 돈이 없어 고향에 한 번도 못 가 봤다”고 했다. 또 다른 쪽방촌의 한 주민(56)도 “명절 때 고향에 안 내려간다. 그게 전부 돈인데...”라며 말 끝을 흐렸다. 지난 17일 기자가 찾은 영등포 쪽방촌은 쓸쓸하고 적막했다.

서울 동대문구의 반지하방에서 혼자 살고 있는 한종석씨(73) 역시 추석을 앞두고 외로움을 토로했다. 부산에서 나고 자란 한씨는 사업 실패로 거의 피신하다시피 서울로 상경한 뒤 고향에 내려간 적이 없다. 그는 “추석이지만 고향이든, 어디든 아무 데도 안 간다. 그냥 여기 있을 것”이라면서 “고향에 형제와 가족이 있지만 내가 가면 부담되니까 어쩌다 한 번씩 막내가 찾아오긴 하는데...”라며 가족을 향한 그리움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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