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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실업 심각’…더 높은 급여 찾아 동남아로 향하는 대만 젊은이들

‘청년 실업 심각’…더 높은 급여 찾아 동남아로 향하는 대만 젊은이들

기사승인 2018. 10. 02.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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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의 젊은이들이 동남아시아로 떠나고 있다. 대만의 청년 실업률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더 나은 급여와 미래 전망을 향해 동남아로 향하고 있는 것.

8년 전 사회초년생 신분으로 대만을 떠났던 베빈 수(31) 씨는 이제 베트남 호치민시티의 나이키 운동화 도매업체 품질관리팀에서 700명이 넘는 부하직원을 관리하는 매니저로 자리를 잡았다. 그는 “대만에 머물렀거나 중국으로 일하러 갔다면 결코 지금과 동등한 수준의 기회를 갖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때 수 씨의 직장 동료였던 조이 우(29) 씨 역시 대만 타이베이 시의 기념품 업체 무역 보조로 일하던 중 이대로라면 돈을 한 푼도 저금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베트남의 신발 제조업체로 이직했다. 베트남의 고용주는 매일 식사와 숙박·청소·세탁 서비스 뿐만 아니라, 1년에 7번 고향을 방문할 수 있는 여비, 55일의 유급휴가까지 제공했다. 우 씨는 “나는 대만에서 벌었던 수입의 두 배를 현재 벌고 있다”면서 베트남은 생활비가 낮아 봉급의 절반 이상을 저금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 닛케이아시안리뷰의 1일 보도에 따르면 수 씨나 우 씨처럼 새로운 기회를 찾아 동남아시아로 온 대만 사람들은 약 11만 명. 이들은 과거라면 중국으로 진출했을지 모르지만, 현재는 중국의 인건비 증가와 무역 긴장 심화로 인해 대만 기업들이 주로 생산처를 베트남·인도 등 동남아 지역으로 옮기고 있어 대만인들도 동남아로 향하는 경우가 크게 늘었다.

수 씨는 베트남에서 근무하는 대만인 대졸자의 초봉은 한 달에 최소 1140달러(약 127만 원), 여기에 수습 기간을 마치게 되면 1500~1600달러(약 167~178만 원)까지 월급이 오른다. 반면 2017년 대만 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대만의 대졸자 초봉은 927달러(약 103만 원) 수준에 불과하다.

게다가 대만의 청년 실업 문제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청년실업률은 9년 연속 10%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지난 8월 20-24세 젊은이의 실업률은 12.8%로, 전체 실업률 3.9%보다 세 배 이상 높았다.

대만 최대 온라인 채용사이트 104잡뱅크의 자료에 따르면 동남아로 일자리를 찾아 떠나는 25-29세 젊은이의 수가 2017년 기준 3년 전에 비해 62%나 증가했다. 실제로 일자리에 지원한 횟수도 33% 늘어 5만 3137건을 기록했다.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이 고조되면서 대만 기업들도 생산기지를 중국에서 동남아 등 다른 곳으로 옮기는 추세다. 대만 무역협상사무소에 따르면 대만의 동남아·인도 대상 해외 투자는 2017년 기준 전년 동기 대비 54% 증가한 36억 8000만 달러(약 4조 1060억 원)을 기록했다. 반면 대만의 중국 투자는 1년 새 4.8% 감소한 87억 4000만 달러(약 9조 7500억 원)로, 2년 연속 감소세를 나타냈다.

대만 북서부 신주(新竹)현에 위치한 공업기술연구원(ITRI) 소속 카렌 마 연구원은 “우리는 올해 기업과 근로자 모두가 동남아시아와 인도로 향하는 명백한 흐름을 확인할 수 있다”면서 “중국의 기업환경이 악화되고 무역전쟁이 심화되면서 인재와 기업 모두에게 중국을 넘어 새로운 곳으로 뻗어나갈 새로운 동기(인센티브)를 부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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