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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휴직의 민낯 下-끝] “육아휴직 후 엉뚱한 부서로” 복직자 4명 중 1명, 1년 내 퇴사

[육아휴직의 민낯 下-끝] “육아휴직 후 엉뚱한 부서로” 복직자 4명 중 1명, 1년 내 퇴사

기사승인 2018. 10. 1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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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8년간 육아휴직 복직자 1년 이상 고용유지율 평균 73.9% 집계
복직자 4명 중 1명 1년 이내 중도 퇴사
회사 갑질로는 업무 변경 등 불이익, 퇴사 종용 등 順
"특별근로감독 등 처벌 실효성 높여야"
엄마가 모든 육아를 온전히 책임지는 ‘독박육아’는 여성 근로자가 느끼는 육아의 어려움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핵심 키워드라 할 수 있습니다. 독박육아는 여성의 경력단절과 저출산 문제로 귀결됩니다. 정부가 최근 더욱 심각해진 저출산 위기 극복을 위해 육아휴직 정책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실제 정부는 지난해 육아휴직급여도 첫 석달까지 통상임금 40%에서 80%로 배로 인상하고 예산규모도 늘렸습니다.

그러나 올해 2분기 합계출산율은 0.97명에 불과했습니다. 가임기 여성 1명이 평생 아이 1명도 안 낳는다는 의미입니다. 특히 근로자들은 사업주의 눈칫밥에 육아휴직 신청을 망설이고 있는 실정입니다. 실제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남녀를 불문하고 근로자 10만1235명이 육아휴직급여를 신청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9만123명에 그쳤습니다. 정부의 당초 예상보다 1만여명이 덜 신청한 것이다. 육아휴직 제도가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선 처벌의 실효성을 높이고 육아휴직의 촘촘한 수요 예측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아시아투데이는 정부의 육아휴직사업 예산집행 과정의 문제점과 육아휴직 이류로 근로자에게 가해지는 불이익을 살펴보고 해결책을 찾아보고자 합니다./편집자주

육아휴직자 1년 이상 고용유지율 현황과 육아휴직 기업 갑질
육아휴직자 1년 이상 고용유지율(위 그래픽)과 육아휴직 기업 갑질 제보 현황/자료=고용노동부, 직장갑질119
아시아투데이 남라다 기자 = 최근 8년 간 육아휴직을 쓰고 회사에 복귀한 근로자 4명 중 1명은 1년을 못 버티고 중도 퇴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9일 국회와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10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최근 8년 간 육아 휴직자의 1년 이상 고용유지율은 평균 73.9%로 집계됐다. 1년 이상 고용유지율은 육아휴직 후 회사에 복귀해 12개월 이상 회사를 다닌 비율을 의미한다. 육아휴직을 쓰고 회사에 복직한 근로자 4명 중 1명은 1년 이내에 그만뒀다는 얘기.

중소기업의 상황은 더 나쁘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신보라 자유한국당 의원이 고용노동부에서 제출받은 ‘기업 규모별 육아휴직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육아휴직 후 1년 이상 회사를 다닌 근로자는 중소기업(우선지원대상기업)의 경우 67%에 불과했다. 대기업(88%)보다 21%포인트나 낮았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육아휴직 후 복직한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한 회사의 인사상 불이익과 퇴사 종용이 빈번하게 벌어진다는 점이다. 특히 육아휴직 전 맡았던 업무에서 제외하거나 변경하고 퇴사를 강요하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직장갑질119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8월 22일까지 육아휴직과 관련한 회사의 갑질에 대해 받은 제보 56건 가운데 육아휴직 후 불이익이 26건(46.4%)으로 가장 많았다. 육아휴직 신청 후 퇴사 강요(16건·28.6%)가 뒤를 이었다.

육아휴직 1년을 쓰고 복직을 하려했던 A씨는 회사로부터 퇴사 종용을 받았다. 회사는 퇴사를 전제로 육아휴직을 줬다며 한 달치 월급을 줄 테니 그만두라고 압박했다. A씨는 “육아휴직 후 기분좋게 복직할 날을 기다려왔지만 회사의 이 같은 요구들을 받아들이고 근무하기엔 너무 힘겹고 괴로웠다”면서 “고용노동부에 진정서를 제출해 복직했지만 10년 동안 해왔던 경리업무가 아닌 기술영업부의 장비사용법 업무를 맡겼다”고 토로했다.

B씨 역시 육아휴직 후 복직했으나 업무에서 완전히 배제됐다. 뿐만 아니라 충남으로 인사발령이 났다. 근무지는 서울에서 77㎞ 떨어져 당일 출·퇴근이 사실상 불가능한 곳이다. 또한 업무도 기존과 달랐다. 육아휴직 전에는 파트장이란 중간 관리자급이었지만 새로 발령난 곳에선 입사 4~5년차에게 주어진 업무를 맡아야 했다. 사실상 그만두라는 무언의 압박으로 밖에 느낄 수 없다는 게 B씨의 주장.

육아휴직과 관련한 기업의 갑질 근절을 위해선 처벌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육아휴직을 이유로 근로자에게 불이익을 준 사업주는 3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하지만 노동현장에서는 육아휴직을 쓰지 못하게 하거나 불이익을 주는 일이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박점규 직장갑질119 운영위원은 “육아 휴직자에게 불이익을 주거나 해고한 기업을 대상으로는 근로기준법 위반 여부에 대한 전방위적인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하는 등 강력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면서 “사업주에게도 정부의 육아휴직 정책에 반할 경우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출산·육아휴직 등 모성에 대한 기업 갑질은 아이를 안 낳는 ‘출산 파업’으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저출산 문제는 국가 재난에 준하는 문제인 만큼 정부가 대대적인 행정력을 동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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