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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러운 대만, 단교 우려에 자국 여성 인권 희생

서러운 대만, 단교 우려에 자국 여성 인권 희생

기사승인 2018. 10. 09. 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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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교국 고관 성추행을 문화적 차이 때문이라고 무마
중국의 파상적인 금전 공세에 수교국을 하나씩 잃고 있는 대만이 어떻게든 현상유지를 위해 최근 자신들의 젊은 여성의 인권도 희생하는 눈물겨운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주요 수교국 중 하나인 파라과이의 한 고관이 성추행이 분명한 잘못을 해당 여성에게 저질렀는데도 문화적 차이라는 궁색한 결론을 내리면서 처벌하지 않은 것. 게다가 이 과정에서 당국이 피해자에게 합의까지 종용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대만 사회는 그야말로 다분히 의도적인 가해자의 갑질에 분노를 금치 못하고 있다.

훌리오
최근 타이베이에서 개최된 이민 관련 세미나 참석자들. 후리오 파라과이 내무부 이민국장(왼쪽에서 다섯 번째)의 모습도 보인다./제공=대만 롄허바오(聯合報).
당 기관지 런민르바오(人民日報) 주관의 국제문제 전문 일간 환추스바오(環球時報)가 9일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대만 사회가 분노하는 것은 너무 당연해 보인다. 주지하다시피 대만은 현재 수교국이 17개국에 불과하다. 지금 상태라면 더 이상 늘이는 것은 고사하고 줄어들지만 않으면 다행이라고 해야 한다. 그러니 그나마 남은 이 국가들을 잘 관리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타이베이(臺北)에서 수교국 8개국 관리 12명을 초청해 개최한 것이 최근 8일간의 일정을 모두 끝낸 한 이민 관련 세미나였다. 여기까지는 취지가 좋았다. 그러나 세미나에 참석한 최고위급 관리인 파라과이의 훌리오 내무부 이민국장이 자신의 스페인어 여성 통역에 한눈에 반한 것이 그만 문제가 되고 말았다. 그가 기회 있을 때마다 그녀의 허벅지 등을 만지면서 과도한 친근감을 표시한 것이다.

급기야 이 여성 통역은 그동안의 횡액을 당국에 모두 보고한 후 훌리오 국장을 고소하기에까지 이른다. 언론에 사실을 알리는 것은 그 다음 수순이었다. 당연히 대만 사회는 난리가 났다. 처벌 여론도 비등했다. 최근 전 세계적인 트렌드인 ‘미투’ 운동이 대만에서도 불을 지필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었다.

그러나 대만 당국의 입장은 난감 그 자체였다. 처벌을 하게 되면 파라과이의 항의를 받게 되는 것은 기본이고 자칫하면 단교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결국 대만 당국은 개인의 인권보다는 국제사회에서 숨 쉴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 훨씬 더 대의에 부합한다는 판단 하에 일을 조용히 마무리지었다. 피해자에게 고소를 취하하게 한 후 부랴부랴 후리오 국장을 본국으로 돌아가게 만든 것이다.

이렇게 법적으로는 사건이 종료됐으나 대만 여론은 아직 분을 삭이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현실이 아닌가 싶다. 대만인들 역시 이 사실을 너무나도 잘 안다. 아마 그래서 더 분노하는지도 모를 일이다. 성추행을 당한 자신들의 딸에게 아무 것도 해주지 못하는 현실이 너무 참담할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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