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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법률 저런 판결·33] 특허법에서 인정하는 공동발명자가 되려면?

[이런 법률 저런 판결·33] 특허법에서 인정하는 공동발명자가 되려면?

기사승인 2018. 10. 16.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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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명왕 에디슨은 혼자서 발명을 했을까. 아니다. 에디슨은 멘로파크 연구소를 설립하고 연구팀을 결성해 1000개가 넘는 발명을 했다고 한다. R&D 전문화 심화, 융합학문 트렌드에 따라 국가연구개발사업 연구 역시 1인이 연구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연구기관 사이의 협력이나 컨소시엄 형태로 연구하는 경우도 많다. 최근 화제가 되는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도 하버드-MIT가 협력해 만든 브로드(Broad)연구소 팀, UC버클리 팀 등 팀 단위 협업에 의해 개발됐다.

그렇다면 공동발명자란 누구이며 어느 범위까지 포함될 수 있을까. 연구실에서 몇 달 실험을 도우면 공동발명자가 될 수 있을까? 연구 주제를 제시한 사람은 공동발명자일까? 다소 추상적인 아이디어를 던져준 사람은 공동발명자가 될 수 있는 것일까?

우리나라 법원은 공동발명자가 되기 위해서는 발명의 기술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인 착상을 새롭게 제시·부가·보완한 자, 실험 등을 통해 새로운 착상을 구체화한 자, 발명의 목적 및 효과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수단과 방법의 제공 또는 구체적인 조언·지도를 통해 발명을 가능하게 한 자 등과 같이 기술적 사상의 창작행위에 실질적으로 기여하기에 이르러야 한다고 판결하고 있다(대법원 2013다77591, 77607 판결 등). 따라서 단순히 보조적인 역할만 수행하거나, 구체적인 수단을 제시하지 않은 경우에는 공동발명자로는 볼 수 없다는 것이 우리나라 판례의 태도다. 법원은 이른바 실험의 과학이라고 하는 화학발명의 경우에는 실제 실험을 통해 발명을 구체화하고 완성하는 데 실질적으로 기여했는지의 관점에서 발명자인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도 한다(대법원 2011다67705, 67712 판결).

공동발명을 했다고 해도 따로 ‘특허를 받을 수 있는 권리’를 이전받지 않고 단독으로 출원된 발명은 거절이유가 있어 특허 등록될 수 없다. 설령 심사 과정 중에 그러한 사실이 밝혀지지 않아 등록된다고 해도 그 특허에는 무효 사유가 있어 추후 무효가 될 수 있다. 때때로 공동발명자를 분별하는 문제는 경제적 문제뿐 아니라, 학자적 명예와 맞물려 첨예한 분쟁의 시발점이 된다.

공동발명자 분쟁은 생각하지도 못한 문제를 불러오기도 한다. 2018년 1월,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관련 유럽 특허 1건이 취소됐다. 유럽 특허청이 2013년 유럽에 출원돼 2015년에 등록됐던 브로드연구소의 특허 1건을 취소한 것이다. 유럽 판례법상 관련 미국 특허출원과 유럽 특허출원의 발명자 명단이 서로 불일치해 우선일을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어쩌다가 발명자 명단이 달라진 것인지 살펴봤다. 2012년에 출원된 미국 특허출원의 발명자 명단에는 록펠러 대학의 마라피니 교수가 포함돼 있었다. 마라피니 교수는 현재도 크리스퍼 기술을 연구 중인 과학자다. 그러나 브로드연구소의 연구자들과 마라피니 교수 사이에, 2012~2013년 당시에는 마라피니 교수가 크리스퍼 기술을 발명하는 것에 대해 큰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분쟁이 있었다. 이후 유럽에 특허를 출원할 때에는 마라피니 교수가 공동발명자에서 제외되면서 발명자 명단이 달라진 것이다. 브로드연구소는 현재 위 취소결정에 대해 항소해 유럽 특허청과 다투고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에 대한 서로의 기여를 구체적으로 산정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기여에 대해 실제보다 더 크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참여한 프로젝트가 큰 성공을 거두면 별로 한 것이 없어도 ‘그건 내가 다 한 거야’ 내지는 ‘나도 한몫 했어’라고 말하고 싶은 마음이 생길 수 있다. 사회 내에서 생존하기 위해 자기과시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그래도 더불어 살기 위해 그리고 무효 사유 없는 권리를 확보하기 위해, 동료와 자신의 기여를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균형 잡힌 시각이 필요하지 않을까. <이예솔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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