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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일렁이는 은빛물결에 풍덩...가을 서정 물씬

[여행] 일렁이는 은빛물결에 풍덩...가을 서정 물씬

기사승인 2018. 10. 16.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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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X 타고 떠나는 합천 황매산 억새 여행
10월말부터 KTX 연계 시티투어버스 운영
서울서 2시간 20분이면 도착
여행/ 합천 황매산
황매산 정상부 억새군락지에 ‘은빛융단’이 깔렸다. 억새는 단풍만큼 화려하지 않지만 은근한 아름다움으로 여운을 오래 남긴다. 볕을 받아 반짝이면 꿈 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수도권에서 경남 합천까지 당일로 왔다가면 관광지를 1~2곳 밖에 못 봅니다. KTX 타고 오면 2~3곳은 더 볼 수 있습니다.” 공기택 합천군 관광진흥과장은 10월말부터 KTX와 연계한 합천군 시티투어 버스를 운행할 계획이라고 했다. 곧 모객을 시작한다. 시티투어 버스는 KTX 김천구미역과 가야산 해인사 일원(대장경 테마파크·소리길·해인사), 그리고 황매산과 합천영상테마파크 등을 운행한다.

공 과장은 “버스나 자가용을 이용하면 서울서 합천까지 4시간 이상 걸린다. KTX를 이용하면 이를 2시간 20분으로 줄일 수 있다”고 했다. “합천에는 해인사 말고도 둘러볼 곳이 참 많아요. 이동시간이 줄어든 만큼 관광 시간이 늘어나는 것”이라고 덧붙엿다.

합천은 서울서 참 먼 곳이다. 문제는 또 있다. 합천은 넓다. 면적이 서울의 1.6배에 달한다. 게다가 이 땅의 약 80%는 산지(山地)다. 이러니 합천 안에서도 이동이 만만치 않다. 북쪽의 가야산(그 유명한 해인사가 있다)에서 남쪽의 황매산(봄에는 철쭉, 가을에는 억새로 이름났다)까지 가려면 족히 1시간은 잡아야 한다. 이러니 수도권에서 당일로 왔다가려는 이들은 한쪽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 KTX를 이용하면 가야산과 황매산을 다 둘러볼 수 있다. 중간에 있는 합천호와 합천영상테마파크까지 구경할 시간도 생긴다.

공 과장은 “시티투어 버스 상품 가격은 9만 8000원으로 책정했다”고 했다. 김천구미역까지 KTX 왕복 요금이 약 7만원과 주요 관광지 입장료, 점심식사(산채정식) 가격 등이 다 포함된 비용이다. 다른 당일일정 기차여행 상품 가격과 비교하면 합리적인 수준이다. 관건은 합천의 볼거리다.  
 

여행/ 황매산
황매산 정상부의 억새군락지.
여행/ 황매산
황매산 정상부 능선의 억새군락지. ‘태극기를 휘날리며’ 등 많은 영화의 배경이 됐다.


합천에는 해인사 말고도 예쁜 곳들이 참 많다. 특히 가을 서정을 만끽할 수 있는 곳들이 다수다. 일단 남쪽의 황매산(1108m)은 정상부 평원의 억새 군락지가 아름답다. 억새는 단풍처럼 화려하지 않다. 그러나 은근한 멋이 있다. 여운이 오래 가고 그만큼 추억을 곱씹는 순간도 길어진다.

게다가 황매산은 태백산맥의 마지막 준봉이다. 합천에서 가야산(1430m) 다음으로 높다. 사방이 탁 트이고 풍광이 장쾌하다는 의미다. 봉우리마다 뻗어나가는 기암들도 눈을 즐겁게 만든다. ‘태극기를 휘날리며’를 비롯해 이곳을 배경으로 한 영화들도 많다. 억새군락지까지 자동차를 타고 갈 수 있는 것은 바쁜 여행자들에게 매력적인 요소다. 물론 산자락에서 정상까지 등산로도 다양하다. 박해식 합천군 문화관광해설사는 “모산재를 거쳐 황매산 정상까지 치고 오르는 등산객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황매산에서 북쪽의 가야산으로 가다보면 합천호, 합천영상테마파크, 정양늪 등을 지난다. 정양늪과 합천호 역시 가을서정 물신 풍기는 곳들이다. 합천호의 물안개를 볼 수 있는 때도 지금부터다. 특히 합천영상테마파크 앞에서 합천 보조댐 방향으로 만들어진 산책로는 물안개 명소로 사진 동호인들 사이에서는 정평이 났다. 호수에 잠긴 채 가지를 삐죽하게 내민 나무들, 이 사이를 헤엄치는 물새들의 순진한 몸짓이 어찌나 평온한지, 이 풍경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때를 기다려 멀리서 애써 찾아 오는 이들이 참 많다.
 

여행/ 해인사
해인사. 볕 좋은 가을날 고즈넉한 고찰 경내를 걷다보면 마음이 참 편안해진다.
여행/ 해인사
해인사 일주문. 주변의 고목에 단풍이 살며시 내려 앉고 있다.


합천영상테마파크도 볼 만하다. 영화나 드라마 촬영을 위한 세트장인데 여느 곳과 비교해 시설이 훌륭하다. 특히 1930년대부터 1980년대에 이르는 서울의 모습을 실감나게 복원했다. 서울 소공동의 풍경은 숱한 중년들의 향수를 자극한다. 버스정류장, 거리의 굴다리, 여인숙, 전파사 등은 시간을 거꾸로 돌려 놓는다. 혹자는 “버스정류소 간판에 이브껌 광고까지 그려 넣었을 정도로 디테일하게 만들어졌다”고 칭찬한다. 청와대 세트장도 있다. 27일부터 28일까지 일대에서 ‘고스트파크 핼러윈축제’가 열린다. 유령체험 ‘고스트를 찾아라’를 비롯해 마술쇼, 뮤지컬쇼, 일로트로닉댄스뮤직(EDM)공연 등이 진행된다.

합천 북쪽의 가야산과 해인사는 ‘합천 관광 1번지’다. 해인사 주변만 둘러봐도 가야산의 운치를 실감할 수 있다. 고즈넉한 고찰을 산책하면 마음은 가을처럼 상쾌해진다. 장경판전의 팔만대장경은 종교적 의미를 초월한 ‘예술’을 보여준다. 험한 시기 극복하려는 고려 민중들의 바람과 희망을 오롯이 담고 있는 모양새가 참 성스럽고 아름답다. 해인사 산내 암자들을 연결하는 산책로를 걸어도 ‘힐링’이 된다. 우거진 숲에서 천연한 새소리, 바람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여행/ 해인산 소리길 낙화담
‘소리길’ 낙화담. 단풍이 아름답기로 이름난 홍류동 계곡을 따라 ‘소리길’이 조성됐다. 장쾌한 물줄기가 쏟아지는 낙화담은 소리길의 백미로 꼽힌다.


‘소리길’은 대장경테마파크에서 단풍 아름답기로 유명한 홍류동 계곡을 따라 해인사 들머리까지 이어지는 약 6km의 산책로다. 소리(蘇利)는 이로운 것을 깨닫는다는 뜻. 불가에서는 ‘극락으로 가는 길’이란 의미도 있다. 여기에 물소리, 산새소리, 바람소리 들으며 세상 시름 잊으라는 염원을 담아 붙인 이름이다. 길은 숲을 지나고 맑은 물 위에 놓인 다리를 오간다. 천연한 풍경은 세속의 걱정을 덜어준다. 신라 말 대학자 고운 최치원은 말년에 해인사로 들어와 일대를 다니며 풍경 빼어난 곳에 비석 새기고 노닐며 수도했다. 해인사 들머리에서 낙화담을 지나 길상암까지만 걸어도 좋다. 600m에 불과하지만 이 고요한 숲길은 시선을 내면으로 향하게 하는 묵직함을 간직하고 있다.

2시간여만 가면 도시와 동떨어진 천연한 자연과 외할머니같은 푸근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합천이 참 가까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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