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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 주 52시간 본격 도입 “저녁있는 삶 너무 좋네요”

우리은행 주 52시간 본격 도입 “저녁있는 삶 너무 좋네요”

기사승인 2018. 10. 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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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퇴
종로에 위치한 우리은행 지점에서 근무하는 최정훈씨(32)는 요즘 퇴근 후 거의 매일 인사동으로 향한다. 인사동에 있는 작은 공방에서 목공예를 배우기 때문이다. 목공예를 시작한 지 한달 남짓 지났지만 도마·찻상·책꽂이 같은 작은 생활용품들을 직접 만들어내는 재미가 쏠쏠하다. 하지만 최씨는 지난 여름까지만 해도 퇴근 후 목공예를 배울 수 있으리라곤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지난 7월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주 52시간 근무제가 도입된 지 3개월이 지났다. 은행업을 포함한 금융권은 특례업종으로 지정돼 내년 7월부터 시행 대상이다. 하지만 과감하게 은행권에서 가장 먼저 주 52시간제를 도입한 우리은행 직원들은 대체적으로 ‘삶의 질’이 높아졌다고 말한다. 특히 눈치 보지 않고 퇴근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됐다는 점에 매우 높은 만족감을 보이고 있다.

우리은행은 10월부터 본격적으로 주 52시간 근무제를 도입했다. 하지만 이미 지난 9월부터 본점 구내식당의 석식운영을 폐지하면서 직원들이 연장근무를 하지 않도록 유도하고 있다. 저녁에 식당을 운영하면 회사에 남는 인원이 많아지고 결국 연장근무로 이어지게 된다는 판단 때문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전에는 일과종료시간이 가까워졌을 때 ‘밥 먹으러 가자’는 말이 곧 ‘야근하자’라는 말이었지만 이제는 오후 6시20분이 되면 PC가 꺼지고 구내식당도 운영하지 않으니 직원들도 일과시간 내에 집중해서 업무를 마치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다만 원거리에서 통근하는 직원들은 석식 운영 폐지에 다소 아쉬움을 표시하기도 한다. 경기도 일산에 거주한다는 한 직원은 “일찍 퇴근해서 집에 가도 8시가 넘는데 그때 가면 가족들은 저녁식사를 마친 뒤”라며 “원거리에서 통근하는 입장에서는 석식 폐지가 좀 아쉽기는 하지만 연장근무를 줄이자는 취지에는 충분히 공감한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업무시간 뿐만아니라 퇴근 후 시간도 훨씬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여신담당부서의 한 직원은 “전에는 예상치 못한 야근이 생길까봐 저녁 일정을 잡기가 상당히 조심스러웠는데 이제는 계획적으로 저녁시간을 사용할 수 있다”며 “맞벌이하는 입장에서 아내도 매우 좋아한다”고 밝혔다.

회사 내 동호회 활동이 활성화되며 직원들 간의 유대감이 높아지는 긍정적 효과도 거두고 있다. 외환담당부서의 한 직원은 “사내 문화관람 동호회에 가입해놓고 거의 참석하지 못한 ‘유령회원’ 이었는데 요즘엔 참석횟수가 많이 늘었다”며 “타 부서의 직원들과 만나 같이 영화나 공연을 보며 소통 영역을 넓히고 친밀감을 높이게 되는 것이 좋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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