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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산업부, 산하 공공기관 가짜학술지에 혈세 530억원 낭비…적발돼도 징계는 ‘0건’

[단독]산업부, 산하 공공기관 가짜학술지에 혈세 530억원 낭비…적발돼도 징계는 ‘0건’

기사승인 2018. 10. 22.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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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통상자원부 산하기관들이 정부 출연금 530여 억원이 투자된 과제의 성과를 부풀리기 위해 가짜 학회 ‘와셋(WASET)’을 이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와셋은 돈만 내면 논문을 실어주는 ‘유령학회’로 미국 등지에서는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또 이 학회에서 여는 행사에 참석하기 위한 출장비로도 정부 예산이 수억원이나 사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논문을 투고한 관련자들의 징계 역시 단 한 건도 이뤄지지 않았다. 국민 혈세가 들어가는 정부 산하 연구기관들의 도덕적 해이가 도를 넘어섰다는 비판과 함께 이참에 정부 예산 집행에 대한 철저한 관리·감독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내년도 정부 연구개발(R&D) 예산은 20조3997억원으로 올해보다 3.7%가 늘어났다. 이런 상황에서 산업부가 연구과제에 대한 관리·감독이 소홀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이에 따라 평가 시스템이 바뀌지 않으면 국가 R&D 성과는 요원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아시아투데이가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김규환 자유한국당 의원으로부터 단독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산업부 산하기관 5곳인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KEIT),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KETEP), 한국가스안전공사, 한국세라믹기술원을 통해 와셋의 해외 행사에 참가한 연구자는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간 모두 62명이었다. 출장비만 2억3000만원과 연구비 530여 억원 등 국민 혈세인 정부 예산이 낭비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이 이 기간에 와셋에 투고하기 위해 사용한 정부 예산은 276억원에 달했다. 심지어 학회에 참석하지 않고 단순 논문 게재만으로 정부 예산을 지원받은 사례도 있었다. 스마트 모바일 기기용 다기능 연구, 오픈 프레임 워크 기반 스마트 ESS연구 등 11개 과제에 대한 논문을 와셋 학술지에 투고해 성과를 부풀렸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도 같은 기간 와셋에 11개 논문을 게재했고 162억원의 예산을 사용했다. 하이브리드 트랙터와 전동식 작업시스템 개발연구에 23억원, 자동차와 무인화를 위한 실내 자동항법 기술연구에 14억을 사용했다.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은 태양광 발전시스템표준화 연구에 58억원, 전동식 작업시스템 개발에 23억원을 정부 출연금으로 받아썼다.

한국가스안전공사와 한국세라믹기술원은 와셋에 과제를 투고해 연구실적을 낸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두 연구기관이 시행한 연구는 차원(3D) 프린팅과 사물인터넷(IoT) 센서 등 차세대 기술들이었다.

이처럼 연구과제 성과 부풀리기에 소요된 예산이 530억에 달하는 가운데 산업부는 자체 감사가 아닌,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지침이 내려오면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산업부 측은 “산업부 단독으로 움직이는 것은 부담이 있다”면서도 “해외 학회 출장 등 부정행위가 확인된 경우에는 관련 규정에 의해 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규환 한국당 의원은 “산업부 산하 공무원들과 과제를 수행한 연구자들이 돈만 내면 논문을 실어 주고 발표 기회를 주는 유령학회에 참석하기 위해 수백억원을 낭비한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또 “유령학회에 정부 연구과제를 투고하고 해외학회 출장 등의 부정행위가 드러났지만, 산업부는 어떠한 조치도 하고 있지 않다”면서 “불법 행위에 대한 조사 검증을 통해 국민의 혈세가 낭비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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