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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슈끄지 사망 사건발 ‘사우디 리스크’, ‘실리콘벨리’ 덮친다

카슈끄지 사망 사건발 ‘사우디 리스크’, ‘실리콘벨리’ 덮친다

기사승인 2018. 10. 21.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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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무하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오른쪽)가 미국 실리콘벨리를 방문해 팀쿡 애플 최고경영자(왼쪽에서 두번째)를 만나 이야기 하고있다. 사진=/트위터 캡처(@SaudiEmbassyUSA)
사우디아라비아 왕실이 자국의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를 살해한 의혹이 미국 실리콘벨리를 뒤흔들고 있다. 사우디 정부가 경제 개혁 깃발을 내세우며 실리콘벨리 기업들에게 잇따라 투자를 한 상황에서 사우디가 국제적 비판에 직면한 것은 실리콘벨리 기업들로서도 상당한 ‘리스크’일 수 밖에 없다. 나비의 작은 날개짓이 날씨 변화를 일으키듯 작은 사건이 예상하지 못한 엄청난 효과로 이어지는 ‘나비효과’를 연상케 한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의 20일 보도에 따르면 실리콘벨리의 차량 공유 서비스업체 우버 테크놀로지는 사우디 공공투자펀드(PIF)로부터 35억 달러(약 3조9640억원) 규모의 투자를 받고 있다. 우버는 현재 일본 소프트뱅크에서 77억 달러(8조7202억원)를 출자받고 있는데, 앞으로는 PIF가 450억 달러(약 50조 9630억원)를 출자한 소프트뱅크 산하 ‘10조펀드’로 투자자가 전환된다. 결국 우버는 ‘사우디 색깔’을 감출 수 없게 된 셈이다.

특히 PIF의 상무이사인 야시르 알 루마얀(Yasir Al Rumayyan)은 PIF의 우버 투자를 계기로 우버에서 이사로 일하고 있다. PIF는 우버 지분의 약 5%를 소유하게 됐기 때문. 그는 우버의 미국 내 경영에도 참여하고 있다.

우버의 경쟁 업체인 미국의 또 다른 차량 공유 서비스업체 리프트도 사우디의 거대 투자회사 킹덤홀딩컴퍼니로부터 투자받고 있는 상황이다. 석유산업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경제 개혁을 추진하고 있는 사우디 정부는 전기자동차 업체인 테슬라에도 투자하고 있다. 엘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7월 말 사우디 투자가와 회담을 하는 등 친밀한 관계를 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우디 정부는 테슬라의 라이벌 전기자동차 업체 루시드 모터스에도 투자하고 있다.

PIF는 반도체 업체인 엔도비아에도 40억 달러를 투자했으며, 비즈니스용 채팅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한 슬랙 테크놀로지에도 2억5000만 달러를 투자했다. 특히 실리콘벨리에서 투자자 및 비즈니스 파트너로서 사우디의 존재감은 올해 들어 더 높아졌다. 무하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는 올해 직접 실리콘벨리를 방문해 IT 공룡 구글과 거대 유통기업 아마존의 CEO와 회담을 가졌다.

하지만 실리콘벨리와 사우디의 이 같은 밀착 관계는 리스크로 바뀌었다. 사우디 정부가 카슈끄지를 살해했다는 의혹이 국제적인 이슈로 떠오르며 여러 국가들의 비판이 집중되고 있기 때문. 이로 인해 사우디 이 외의 다른 투자가들이 사우디가 투자하는 투자처를 꺼릴 수 있는 위험이 생긴 것. 이미 투자를 받은 투자처들은 곤란한 상황에 빠졌으며, 사우디가 운용하는 펀드의 투자를 피하는 투자처도 나올 수 있다. ‘사우디 보이콧’으로 번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사우디가 출자한 소프트뱅크 운용 10조펀드에 사정이 밝은 관계자는 “앞으로 사우디의 색깔이 들어간 자금을 싫어하는 투자처가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른 소프트뱅크 관계자는 “중국과 마찬가지로 사우디 리스크가 없다고는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미 지난 11일 미국 경영컨설팅 기업인 하버그룹과 영국 항공회사인 버진그룹이 카슈끄지 실종 사건의 진상조사가 진행되는 동안 사우디와의 컨설팅 또는 투자 논의를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어니스트 모니즈 전 미국 에너지장관·닐리 크뢰스 전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부의장·조니 아이브 애플 최고디자인책임자(CDO) 등 유명 인사들은 사우디와 관련된 사업의 자문이나 이사에서 잇따라 발을 뺀 상황이다.

특히 지난 20일 사우디 정부가 카슈끄지의 사망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암살이 아닌 우발적인 주먹 다툼 중에 숨졌다고 발표하자 미국을 제외한 서방 국가들은 일제히 의심을 감추지 않으며 진상 규명을 압박하고 있어 사우디 발(發) 리스크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이날 독일은 한 발 더 나아가 사우디로의 무기 수출을 보류하겠다는 입장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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