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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루킹, 경공모 목표 위해 김경수 접근… “재벌기업 인수 통해 공동체 건설”

드루킹, 경공모 목표 위해 김경수 접근… “재벌기업 인수 통해 공동체 건설”

기사승인 2018. 10. 23.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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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에게 "삼성 개혁에 생명 걸 수 있다"
드루킹 "영사 청탁 단순 이익 추구 아니다"
재판 출석한 '드루킹' 김동원
재판 출석하는 ‘드루킹’ 김동원/연합
‘드루킹’ 김동원씨가 속한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이 “재벌기업을 인수해 얻은 수익금으로 공동체를 건설한다”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김경수 경남도지사에게 접근한 것으로 드러났다.

허익범 특별검사팀은 2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성창호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김씨 등 9명의 댓글조작 사건 첫 공판에서 이런 내용이 담긴 내부 문서와 진술 등을 공개했다.

특검에 따르면 김씨는 김경수 경남도지사에게 자신이 운영하는 네이버 카페 경공모의 소개 문서에서 “동학농민혁명군처럼 혁명을 위한 조직으로 일사불란한 의견과 행동, 조직 등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이 문서에 기재된 경공모의 규약에는 “정치적 비밀결사체로 민주주의를 수호하고, 사회경제적으로는 재벌을 대신해 기업을 소유하면서 국가와 소통하고, 한민족의 통일을 지향하며 매국노를 청산한다”는 등의 결성 목적이 설명됐다. 또 조직원들의 삶에 “요람에서 무덤까지 개입한다”는 등의 문구도 문서에 나온다.

김씨는 이 문서에서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나눈 대화 일부를 소개하기도 했다.

그는 강연에서 만난 유 전 장관에게 자신이 하려는 일을 소개하자 “작은 기업도 아니고 삼성의 지배구조 개혁이 가능하겠느냐. 그러려면 생물학적 생명까지 걸어야 한다”는 반문을 받았다고 했다.

이에 그는 “경제 혁명에 성공하고 사람 사는 세상의 원칙을 만들 수 있다면 생명은 얼마든 걸 수 있다”고 답변했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도 김씨는 경공모가 2009년 네이버의 ‘숨은 카페’로 시작해 2014년 열린카페를 개설하고 온·오프라인 모임을 하는 단체로 발전했고, 회원들을 7단계 등급으로 나눠 3개월 넘게 유료 강의 청취 등 활동을 해야 숨은 카페에 가입할 수 있는 시스템을 운영한다고 설명했다.

숨은 카페 회원은 500여명, 열린 카페 회원은 4500여명이라는 주장도 했다.

특검은 김씨 등이 김경수 지사와 접촉·공모해 2016년 11월께부터 올해 2월까지 댓글조작 프로그램 ‘킹크랩’을 이용해 불법 여론조작을 벌였다고 본다.

또 올해 6·13 지방선거까지 댓글조작을 계속하기로 하고, 지난해 연말 김씨의 측근 도모 변호사를 일본 센다이 총영사직에 앉히기로 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특검은 이날 법정에서 김씨가 김경수 지사 등 정치권에 접근한 경위에 대한 도 변호사의 진술도 공개했다.

도 변호사는 “당시 경공모의 최종 목적은 재벌을 적대적 인수·합병(M&A)해 기업지배 활동으로 얻은 이익으로 ‘두루미 마을’ 공동체를 건설하려는 것이었다”며 “사실상 어려운 일이다 보니 대선 국면에서 국회에 영향력을 확대해 인수합병 관련 법 개정 등 정치권의 도움을 받으려 한 듯하다”고 설명했다.

당시 ‘외부용’으로 만들어진 경공모 설명자료에는 “대선에 승리해 정권을 장악하고, 국민연금공단을 통해 재벌 지배 및 구조 변경을 추진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특검팀은 소개했다.

이 자료에는 자신들이 주장하는 ‘경제민주화’에 대해 “강력한 정부에 의한 재벌 통제로 실현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김종인 식’과는 차이가 있다. 소액주주의 조직적 결집으로 지배구조를 변경하려는 목적”이라고 해설한 대목도 나온다.

김씨 등이 주고받은 텔레그램 대화 내용 등을 보면 오사카 총영사 인사 청탁도 그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인 것처럼 적혀 있다.

도모 변호사는 김씨에게 전달한 편지에 “제가 일본 대사로 가려 하는 것은 개인의 영달이나 명예가 아니라 일본의 자금력을 동원하기 위한 것”이라고 적었다.

김씨가 김 지사에게 보낸 메시지에는 “우리는 자리를 탐하는 양아치가 아니다”라며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탬이 되는 ‘개성특별행정구 프로젝트’를 하면서 일본의 자금을 끌어들일 만한 직위가 필요했다”는 내용도 나온다.

김씨 일당은 다른 후보 진영에서도 비슷한 댓글 조작 활동을 벌인다고 판단하고 이들의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들이 나눈 대화 내용을 보면 대선 및 경선 당시 “안철수 후보 측에 프로 댓글러 20명과 2012년 대선 당시 새누리당이 사용한 댓글 기계 200대가 있다”거나 “이재명 후보 측이 트윗봇(자동화된 트윗 계정)을 사용하는 것으로 확인된다” “반기문 측에는 아직 조직적 지지 댓글이 발견되지 않는다”는 식의 동향보고가 수시로 이뤄졌다.

이후 이들의 대화에는 인사 청탁이 뜻대로 이뤄지지 않자 실망스러워하는 모습도 엿보였다.

도 변호사는 김씨에게 보낸 편지에서 “(김 지사가)저희 공로를 인정하지 않고 거추장스러워해 토사구팽을 당하고 있다”며 “우리가 그간 한 작업을 언론이나 야당에 알리고 ‘양심선언’을 하자는 이야기까지 회원들 사이에서 나온다”고 적었다.

다만 도 변호사 측은 수사 단계와 공판 과정에서 줄곧 “드루킹의 범행에 가담한 적이 없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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