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비핵화 협상에서 시간에 매달리지 않을 것임을 다시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7일 일리노이 주 정치유세에서 비핵화 관련, “협상이 오래 걸려도 상관없다”며 “나는 핵실험이 없다면 얼마나 오래 걸릴지에 상관 안 한다고 내 사람들에게도 말한다”고 밝혔다. 전임자들이 70년 동안 하지 못한 것을 자신이 4개월 동안 해냈다고 말했다.
이날 발언은 기자들이 비핵화가 늦어진다고 하자 이를 비판하면서 한 말이다. 트럼프는 “내가 말했듯이 더 이상은 로켓도, 핵실험도 없고 우리의 인질들도 돌아왔다. 북한은 현장을 폐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에서 비핵화가 지연되고 있다고 말하는 것과 달리 트럼프 자신은 지금까지 잘 하고 있고, 앞으로도 잘 될 것임을 강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유엔총회 기간인 지난달 26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비핵화 협상을 두고 “시간 게임(time game)을 하지 않겠다. 2년이든, 3년이든, 혹은 5개월이 걸리든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협상을 총괄하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에게 시간 게임을 하지 말도록 지시했다고 밝히기도 했었다. 핵 협상을 서둘지 않겠다는 의미다.
트럼프의 말은 북한을 조급하게 만들기 위한 전략일 수도 있고, 협상이 잘 안 되는 것을 덮기 위한 수사일 수도 있다. 의도가 뭐든 비핵화의 길이 녹록지 않다고 봐야 한다. 북한은 “시간이 오래 걸려도 상관없다”는 말을 이용하려 할 것이다. 제재중인 북한이 중국·러시아의 지원으로 대미 협상력을 키우고, 비핵화를 의도적으로 지연시킬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런 가운데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한국에서 비핵화 등을 논의한다. 알다시피 비건 특별대표와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각각 북한 측 대화 파트너와의 접촉을 기다리고 있는데 북한은 만남에 대한 답을 주지 않고 있다. 미국도 답답할 것이다. 비건의 방한을 통해 한·미 양국이 비핵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추진동력을 어떻게 얻을지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