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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투데이 창간 13돌 특별인터뷰] 신한용 “개성공단은 비핵화 지렛대…재가동 땐 고부가 중심으로”

[아시아투데이 창간 13돌 특별인터뷰] 신한용 “개성공단은 비핵화 지렛대…재가동 땐 고부가 중심으로”

기사승인 2018. 11. 08.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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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기업협회장, 전면중단 1000일, 부분적이라도 재가동 원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삼성 경영철학과 북한 비슷한 느낌 받아"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금강산 얘기, 북측 많은 관심"
신한용 개성공단기업협회장 특별인터뷰8
신한용 개성공단기업협회장이 8일 아시아투데이 창간 13돌 특별인터뷰에서 개성공단 재개가 북한 비핵화를 촉진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 정재훈 기자 hoon79@
“그저 깜깜하죠. 잃어버린 자산이 저기 있는데….”

신한용 개성공단기업협회 회장(58)은 개성공단 전면중단 1000일이 넘었지만 시설 점검조차 해보지 못한 안타까움을 이렇게 표현했다.

신 회장은 8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개성공단기업협회 사무실에서 가진 아시아투데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개성공단 재가동에 대한 강한 희망을 피력했다.

신 회장은 “부분적으로라도 공장 가동이 대북제재 예외로 된다면 좋겠다”면서 “공단 재개가 북한 비핵화를 촉진할 수 있다고도 생각한다”고 밝혔다.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 때 특별수행원으로 참여했던 신 회장은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의 ‘냉면 발언’으로 남남갈등이 심해지고 있는 점을 우려하기도 했다.

신 회장은 “리선권은 대화 중 사리가 더 오는 걸 보고 농담조로 ‘냉면이 넘어갑니까’라고 말한 걸로 아는데 전후 맥락을 봐야겠지만 다그치듯 말하진 않았다”고 밝혔다.

신 회장은 “개인적으로 방북 기간 전반적으로 (북측의) 환대를 받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신 회장은 북측이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등 기존에 했던 사업을 우선적으로 복원하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앞으로 개성공단이 재개되면 경공업 중심이 아닌 첨단 고부가가치 산업 중심으로 구조를 탈바꿈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공장 시설 점검을 위한 개성공단 방문이 늦어지고 있는데?

“최근 언론에서 방북 승인을 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지만 결국 가지 못했다. 북·미 고위급회담 이후에 날짜가 나오지 않을까 기대도 한다. 우리 희망사항은 개성공단 정상화이기 때문에 시설물 점검만 하고 온다고 만족할 수는 없다. 점검이 신호탄이 돼서 부분적으로라도 공장 가동이 대북제재 예외로 된다면 좋겠다.”

-지난 9월 14일 남북연락사무소 개소식 때 본 공단의 상황은?

“겉은 비교적 깨끗했는데 내부가 문제다. 물어보니 북측은 공단을 관리하는 인력이 있어서 설비·배관을 손봤다고 하더라. 어디까지 믿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나름대로 세심하게 신경쓴 것 같아서 조금은 안심 되더라. 리선권이나 김영철 같은 사람들은 ‘우리가 다 관리해 놓았으니 남측에서 오기만 하면 된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하더라. 그 정도 얘기하는 걸 보면 어느 정도 시설 관리가 돼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일부 기계는 지금도 충분히 돌릴 수 있을 것 같다.”

-124개 개성공단 입주기업 설문조사를 보면 응답기업 96%가 재입주 의사를 밝히고 있는데?

“우리가 2016년 설 연휴 마지막 날 갑자기 쫓겨났다. 그 이후로 한 번도 못가봤다. 지난 11월 5일이 개성공단 전면중단 1000일이 되는 날이었다. 우리가 왜 가고싶냐면 우리 자산이 그곳에 있기 때문이다. 피해를 본 자산의 3분의 2가 그곳에 있다. 1조 5000억원의 피해액 중 5000억원 밖에 받지 못했다. 가서 찾아야지. 가장 좋은 건 되찾아서 기계를 다시 돌리는 것이다. 환경이 녹록치 않아 그렇지 못하다면 4·27 남북정상회담 이후 경협에 관심이 높아져서 후발로 들어가고 싶다는 기업이 많은데 이들에게 양도라도 하고 나와야 손해를 보전할 수 있다.”

-금전적 문제 만큼이나 남북 관계와 관련된 이유도 있을텐데?

“10년 넘게 그곳에서 경영 활동을 하다보니 북한과 서로 이해하는 폭이 넓어졌다. 개성공단이 대한민국의 긴장을 완화하고 멀게는 통일로 가는 길이라는 일종의 사명감이 생겼다. 개성공단하면 ‘낮은 임금 착취하는 종북기업’이라고 비난하는 사람도 있다. 그렇게 보지말고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우리도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 주셨으면 좋겠다.”

-개성공단 재개 여건은 무엇이라고 보나?

“미국과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완화다. 북한 비핵화가 없다면 제재 완화가 없다는 것은 누구나 다 동의할 것이다. 하지만 금강산관광이나 개성공단 재개가 북한의 비핵화를 촉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어디까지 진행돼야 북한 비핵화라고 할지도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이 없는데 북한 비핵화를 이끌어 내기 위해선 ‘떡밥’도 줘야 하는 것 아니겠나. 뭔가 유인책을 줘야 북한이 더 빨리 움직일 것이다. 내부적으로도 우리가 한 목소리를 내야 국제사회를 설득할 수 있다. 정치권도 남북관계에 있어서 초당적인 합의가 있으면 좋겠다. 남북 분단 70년의 한(恨)을 풀 수 있는 기회가 지금 말고 또 오겠나.”

-평양 남북정상회담때 만난 북측 인사들은 어떤 태도를 보였나?

“그 쪽 수행원들은 극진한 대우라고 했다. 다른 테이블이긴 했지만 밥 먹으면서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보고, 리설주도 보고, 현송월이 노래하는 것도 보니까 ‘아 이런 시간도 올 수 있구나, 관계 개선하는 것도 시간문제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반적으로도 환대를 받았다고 생각한다.”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의 ‘냉면 발언’ 진위를 알고 있나?

“전후사정을 잘 모르겠다. 난 리선권과 일면식도 없지만 그가 나에게 와서 친근하게 인사하고 악수도 하더라. 듣기로는 리선권이 기업인들과 식사할 때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북한에 왔던 이야기도 하고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누군가 냉면 사리를 더 달라고 했는지 혹은 거기서 먼저 준다고 했는지 모르겠지만 사리가 더 오는걸 보고 ‘냉면이 넘어갑니까’라고 했다고 한다. 전후 맥락을 모두 봐야겠지만 갑자기 나타나서 다그치듯이 말하지 않았다.”

-기업인들은 평양에서 리용남 내각부총리를 만났는데 어떤 이야기를 나눴나?

“평양 인민문화궁전에 경제인 17명이 가서 만났다. 기억에 남는 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삼성 경영철학이 인재와 기술을 중시하는 것인데 평양 곳곳에도 이런 내용의 표어가 있어 삼성과 북한이 비슷한 면이 있단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금강산 얘기도 하고 북측에서도 많은 관심을 보였다. 나는 경협의 30년 역사, 금강산, 개성공단, 철도·도로 연결사업 등을 얘기했다. 리용남 부총리는 경협 분야에 대해서 ‘순서가 있다’며 하던 것부터 복원하자고 했다. 하던 것이 바로 개성공단과 금강산이다. 이걸 먼저 복원해 놓고 철도·도로 연결 사업하자는 얘기다. 어떤 분이 한반도신경제지도를 언급했는데 리용남은 ‘하던 것 제자리 올려놓고 신경제지도에 협의해서 접목하자’고 답했다.”

-개성공단은 재가동 이후 어떻게 발전시켜 나가야 하나?

“북한은 개성공단이 3단계까지 진행돼야 하는데 겨우 1단계, 그것도 절반 정도 밖에 건설되지 않았다고 말한다. 북한은 부가가치가 있는 산업이 들어 오는 걸 원한다. 애니메이션, 정보기술(IT), 소프트웨어, 이런 쪽을 원하더라. 북한의 내수시장을 침투할 수 있는 기업, 단순 임가공 같은 산업만 들어가면 좋아하지 않을 것이란 점을 우리도 잘 알고 있다. 개성공단에서 북측에게 들은 이야기 중에 ‘금싸라기 같은 땅을 장군님 지시로 비워놨더니 이런거나 하자고 했나’라는 불만도 있었다. 앞으로는 정부 차원에서 새 입주 기업들을 선별해서 보내지 않을까 하는 얘기도 들은 게 있다.”

-남북 경협이 잘되면 어떤 미래가 있다고 보나?

“짐 로저스라는 세계적인 투자가가 있는데 외환위기(IMF) 사태도 예언한 사람이다. 이 사람은 모든 재산을 한반도에 투자하고 싶다고 했다. 통일 한국은 엄청날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지금 한국은 주력 산업들이 중국의 도전을 받고 있고 대륙으로 가는 길도 북한 때문에 막혀 있다. 대륙으로 가기 위해선 북한과 관계 개선이 있어야 하고 많은 교류가 있을 때 통일이 되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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