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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13주년]강은경 서울시향 대표 “서울에 클래식공연·교육 위한 ‘시민의 홀’ 만들어야”

[창간13주년]강은경 서울시향 대표 “서울에 클래식공연·교육 위한 ‘시민의 홀’ 만들어야”

기사승인 2018. 11. 12.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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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학과 예술경영 전문가 “소통과 교육사업에 힘쓰겠다”
강은경
강은경 서울시립교향악단 대표./제공=서울시향
법과 예술경영. 전혀 연결고리가 없어 보이는 두 분야를 넘나들며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한 이가 있다. 바로 강은경 서울시립교향악단 대표(48)이다. 강 대표가 여러 내홍을 겪은 서울시향의 구원투수로 온지 어언 8개월이다. 그는 “일시적 혁신보다는 지속가능한 진화를 통해, 과거보다는 미래의 꿈과 희망을 얘기할 것”이라 말한다.

◇정경화 꿈꾸던 ‘서울시향 키즈’에서 수장으로

강 대표는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예술경영으로 예술전문사 과정을 밟았다. 그러다 다시 법학으로 눈을 돌려 벤자민 카도조 로스쿨에서 지식재산법을 전공하고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에서 문화법정책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 사이 그는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공연팀장, 대원문화재단 사무국장 등을 거치며 예술경영의 실무를 쌓았다. 이후에는 한예종에서 예술경영을 가르치다 지난 3월 1일 서울시향의 수장으로 오게 됐다.

강 대표는 아시아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법과 예술경영이 서로 상관없는 분야라 생각하지만 사실 두 분야는 그리 멀지 않다”며 “예술경영을 하다 보면 계약, 저작권, 노사문제 등 법적 지식이 필요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두 학문을 파고든 계기가 치밀한 계획에 의한 것이었다기보다는 문화예술 현장에서 맞닥뜨리게 되는 여러 문제를 해결하고, 법적인 지식에 관해 물어보는 동료들에게 해답을 주기 위해서였다”며 “여러 시행착오를 거쳐 여기까지 오게 됐다”고 덧붙였다.

사실 어린 시절 그는 예원학교를 다니며 정경화를 꿈꾸던 바이올린 전공자였다. 피아니스트였던 어머니 밑에서 자란 그에게 음악은 매우 친숙한 것이었다.

그는 “바이올린은 인간의 목소리와 가장 유사한 악기”라며 “조그만 장치로 이런 소리가 난다는 것도 굉장한 매력이고 신비로움이 있다”며 애정을 피력했다.

하지만 예원학교를 졸업한 그는 뜻밖에 서울대 법학과에 진학하게 된다. “바이올린이 너무 좋았지만 또 다른 세상을 보고 싶었다”는 것도 이유다.

법학도가 되었지만 음악에 대한 열정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예원학교 시절부터 서울시향 공연을 보러 다녔던 그는 아마추어 연주자이자 애호가로서 꾸준히 시향의 무대를 접했다.

“바이올린을 공부하던 당시에는 시향의 공연을 보면서 ‘나도 단원 또는 협연자로 저 무대에 언제 서 볼까’ 생각했었죠. 학교 끝나고 공연을 보러 갈 때 늦을까봐 뛰어다니고 그런 기억이 있어요. 개인적인 추억 외에도 서울시향은 그 자체로 무형문화재적인 측면을 갖고 있다고 봐요. 시민의 추억이자 역사고 문화적 자존심이라 할 수 있죠.”

‘SPO(서울시향의 영문 약자) 키즈’에서 ‘SPO 수장’이 된 그는 이제 취임한 지 8개월 남짓 됐다.

여러 내홍을 겪고 정명훈 지휘자, 진은숙 상임작곡가 등이 떠난 시향에 관해 주변의 우려 섞인 눈길이 많다.

이에 관해 그는 “여타 세계적인 오케스트라들도 내홍을 겪는다”며 “과거에 함몰되기보다는 새로운 시대에 맞춰 새로운 장을 써 가야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통이라는 것은 타고남은 재를 숭배하는 것이 아니라 불씨를 보전하는 것이다’라는 말러의 말이 있잖아요. 일시적 혁신보다는 지속가능한 진화를 통해, 과거보다는 미래의 꿈과 희망을 얘기할 겁니다.”

◇생애주기별 음악 교육이 펼쳐지는 ‘시민의 홀’ 만들어야

그는 임기 내 이루고 싶은 숙원 사업으로 강북에 음악당 건립을 꼽았다.

현재 강남에는 예술의전당과 롯데콘서트홀이 있지만 강북에는 클래식 전용홀이 부재한 상황이다. 지난해 서울시에서 발표한 세종문화회관 일대 예술복합단지 조성 계획에 전용홀 신축 계획이 포함돼 있었으나, 대통령 집무실 광화문 이전 계획이 미확정되어 중앙투자심사가 보류된 상태다.

강 대표는 “서울시향의 고유 음향을 만들고 연주력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상주할 수 있는 홀이 필요하다”며 “하지만 서울시향의 음악당이라는 인식보다는 한 도시의 랜드마크가 될 수 있는 시민의 홀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형 문화예술 공간 건립을 통해 새롭게 도약한 해외 도시들의 사례를 들며 설명했다.

“미국 필라델피아 우범지대에 킴멜센터(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상주홀)가 생기면서 그곳이 문화의 거리로 바뀌었죠. 독일 함부르크의 카카오 창고를 개조해 수변에 획기적 디자인의 공연장으로 탈바꿈시킨 엘프필하모니, 프랑스 파리 외곽에 국가적 계획의 일환으로 세워진 음악당 필하모니 드 파리는 지금 관광객이 줄을 잇고 있어요. 상당한 논란을 겪으면서도 파격적 예산으로 오랜 기간 추진돼 도시의 랜드마크 기능을 톡톡히 하고 있죠. 서울에도 이런 공간이 필요합니다.”

아울러 강 대표는 “음악당이 공연만 하는 곳이 아니라 강의실, 음악감상실, 도서관 등이 함께 있어 생애주기별 예술교육이 이뤄지는 공간으로 만들어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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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경 서울시립교향악단 대표./제공=서울시향
◇소통과 교육사업 주력...4년만에 유럽순회공연 ‘기대’

그는 서울시향을 이끌어나가는 데 있어 ‘예술과 경영의 조화’를 목표로 ‘경영조직의 건전성 확보’ ‘예술 부문 리더십 체계 구축’ ‘시민 소통과 지역사회 동반 성장’ 등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영 구조의 건전성 확보를 위해서는 우선 소통을 잘 해야 한다고 봅니다. 단원들과 잘 소통하고 협업해야 오케스트라가 발전할 수 있겠죠. 이를 위해 국내 교향악단 최초로 단원과 직원, 즉 노사가 함께 하는 ‘서울시향발전위원회’를 구성 중입니다.”

또한 그는 예술적 리더십 체계 구축을 위해서 현재 활동 중인 두 명의 수석객원지휘자 외에 부지휘자를 임명하고 음악감독을 빠른 시일 내에 선임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시민 소통과 지역사회 동반 성장을 위해서는 교육 사업에 주력할 계획이다.

“교과서에 나오는 음악들 위주로 중학생들이 재밌게 볼 수 있는 ‘교과서 영상화 사업’을 진행 중이에요. 내년에는 이를 초등학생 대상으로 늘려가고, 미취학 아동 프로그램도 개발하려 합니다. 지금까지 해 오던 교육 콘텐츠를 더욱 강화시키고 시민들이 많이 참여할 수 있도록 만들 예정입니다.”

서울시향은 이달 말 유럽 3개국 5개 도시로 순회공연을 떠난다. 특히 스위스와 프랑스는 2005년 재단설립 이래 처음으로 진출하는 무대다.

강 대표는 “4년 만에 유럽 본고장에서 펼치는 공연이라 기대도 되고 긴장 된다”며 “피아니스트 김선욱, 지휘자 티에리 피셔와 함께 윤이상 ‘무악’, 베를리오즈 ‘환상 교향곡’,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 등을 들려줄 것”이라고 전했다.

◇강은경 서울시향 대표는…

△1970 서울 △1994 서울대 법대 졸업 △2006 한국예술종합학교 예술전문사 △2010 벤자민 카도조 로스쿨 법학석사(지식재산법 전공) △2018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법학박사(법정책학 전공) △2002~2006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공연팀장 △2007~2015 대원문화재단 사무국장, 전문위원 △2015~2018 한국예술종합학교 강의전담교수(예술경영) △2018~ 서울시립교향악단 대표이사 △저서 ‘공연계약의 이해’ ‘공연예술법 마스터클래스 4막 36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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