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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12월부터 월 50만 배럴 감산”…세계 최대 산유국들의 ‘상반된 원유 정책’

사우디 “12월부터 월 50만 배럴 감산”…세계 최대 산유국들의 ‘상반된 원유 정책’

기사승인 2018. 11. 12.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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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가의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사우디아라비아가 다음달부터 하루에 50만 배럴의 원유를 감산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또 다른 원유 생산 대국 러시아는 원유 공급 과잉 상태가 단기에 그칠 것이라며 오히려 30만 배럴 증산을 꾀하고 있고, 미국 역시 이란산 원유 수출 제재에 따른 시장 충격을 막기 위해 사우디를 위시한 석유수출국기구(OPEC)에 증산을 압박하고 있어 원유 생산을 둘러싼 마찰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의 11일 보도에 따르면 사우디의 칼리드 알팔리 산업에너지광물부 장관은 이날 아부다비에서 열린 OPEC 장관급 회의에 앞서 “원유 수요 감소에 따라 내달부터 하루 50만 배럴 감산하겠다”고 밝혔다. 원유 증산 계획을 발표한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계획을 번복한 것. 알팔리 장관은 “시장 심리는 공급 부족을 걱정하는 것에서 공급 과잉을 우려하는 쪽으로 옮겨졌다”며 감산 결정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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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중간선거를 앞두고 국제 유가 상승이 득표율에 악영향을 미치고, 이란 원유 수출 제재에 역풍을 불러일으킬 것을 우려, 사우디를 중심으로 한 OPEC에 원유 증산을 압박했다. 당시 사우디는 자국 왕실이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피살 사건의 배후로 몰리며 미국의 도움이 절실했던 상황이어서 결국 같은 달 15일 원유 증산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미국이 이란 제재를 복원하면서도 이란산 원유의 큰손인 인도·중국 등 8개국에 한시적 제재 면제를 허용하며 공급 부족이 아닌 공급 과잉의 우려가 제기되자 입장을 바꾼 것. 실제 지난달 3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기준으로 배럴당 76.41달러를 기록, 4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던 국제 유가는 이달 9일 현재 60.19달러로 한달여 만에 21.2% 급락했다.

일부 국가들은 유가를 지지하기 위해 감산이 필요하는 입장이다. 무함마드 빈 하마드 알룸히 오만 석유장관은 OPEC 장관급 회의 후 “2019년에 공급 과잉이 있을 것이라는데 공감한다”고 밝혔다. 수하일 알 마즈루아이 아랍에미리트(UAE) 석유장관도 “새로운 전략이 만들어질 필요가 있다”며 “감산 또는 다른 조치가 될 수 있지만 증산은 아닐 것”이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비(非) OPEC 산유국인 러시아는 내년 원유 시장이 공급 과잉 상태가 될지 불분명하다며 사우디와 반대되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FT)는 지난주 러시아 소식통을 인용해 “러시아 산유업체들은 하루 생산량을 30만 배럴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알렉산드르 노박 러시아 에너지장관은 “합의에 도달할 경우 생산 감축을 받아들일 용의가 있다”면서도 “러시아의 생산량은 안정적인 수준에 도달했고, 앞으로 몇 달 동안 그 수준에서 움직일 것”이라며 감산에 부정적 뉘앙스를 풍겼다. 실제 러시아의 유가 손익분기점은 올해 배럴당 53달러 수준이며, 2년 내 44달러로 더욱 떨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어 굳이 감산에 나설 이유가 없는 상황이다.

현재 사우디와 러시아는 미국의 이란 원유 수출 제재 이후 생산량을 각각 하루 평균 1140만 배럴·1070만 배럴로 올린 상태다. 원유 생산과 관련한 관련국들의 입장 차이가 커 내달 6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리는 OPEC 175차 회의에서 감산 여부 및 국제 유가의 방향성에 대한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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