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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리랑카 ‘한 지붕 두 총리’…대법원 “다음달 초까지 의회 해산 유보”

스리랑카 ‘한 지붕 두 총리’…대법원 “다음달 초까지 의회 해산 유보”

기사승인 2018. 11. 14.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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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i Lanka Politics <YONHAP NO-0132> (AP)
마이쓰리팔라 시리세나 대통령에 의해 축출된 라닐 위크레메싱게 스리랑카 전 총리가 13일 수도 콜롬보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날 대법원은 마이쓰리팔라 시리세나 대통령이 내린 의회 해산과 조기 총선 명령을 다음달 7일까지 정지한다고 판결했다. 사진출처=/AP, 연합
스리랑카에서 두 명의 총리가 ‘자신이 진짜 합법적 총리’라고 주장하면서 기묘한 정치적 분쟁이 벌어지고 있다. 스리랑카 대법원이 13일 마이쓰리팔라 시리세나 대통령이 내린 의회 해산과 조기 총선 명령을 일단 막아서면서 한숨 돌리게 됐지만 정국 혼란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미국의 언론매체 복스(VOX)에 따르면 이 혼란은 지난달 26일 시리세나 대통령이 자신의 연정 파트너인 라닐 위크레메싱게 총리를 돌연 해임하면서 시작됐다. 시리세나 대통령은 위크레메싱게 총리의 후임으로 2005년부터 2015년까지 스리랑카를 철권 통치해 온 독재자 마힌다 라자팍사 전 대통령을 지명했다. 라자팍사 전 대통령은 소수민족 타밀 반군을 격파하며 25년간 이어진 내전을 종식시켜 스리랑카의 다수 민족인 신할라족에게는 영웅으로 꼽히지만 전쟁범죄와 심각한 인권유린으로 많은 비판을 받는 인물.

시리세나 대통령은 위크레메싱게 측 내각 인사들이 자신을 암살하려는 음모를 꾸몄다면서 자신의 생명이 달려 있기 때문에 갑작스럽지만 어쩔 수 없이 위크레메싱게 총리의 해임을 결정할 수 밖에 없었다는 입장이다. 위크레메싱게는 자신이 합법적인 총리며, 시리세나 대통령의 행보는 위헌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스리랑카의 개정 헌법은 총리가 스스로 사임하거나 의회가 총리 불신임을 결정하지 않는 한 대통령이 총리를 축출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는데, 위크레메싱게는 둘 중 어느 쪽도 선택한 바 없다는 것. 반면 지난달 26일 총리 지명 후 급하게 취임식을 가진 라자팍사는 자신이 의회 과반수를 포함한 대중의 지지를 받고 있다면서 자신의 총리 취임이 정당하다는 입장이다.

시리세나 대통령은 당초 14일에 의회를 재소집해 누가 진짜 총리인지를 투표로 가려내겠다고 말했지만 라자팍사가 의회의 지지를 얻지 못할 것으로 보이자 의회를 해산하고 내년 1월 조기 총선을 실시하겠다며 말을 바꿨다. 대법원이 개입해 시리세나의 의회 해산·조기 총선 명령을 다음달 7일까지 일단 유보시키면서 한풀 꺾이기는 했지만 법원의 명령은 한시적이기 때문에 스리랑카의 정치적 상황은 여전히 벼랑 끝에 놓여있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같은 정치 분쟁의 배경에는 친(親) 중국파와 친(親) 인도파 간의 알력다툼이 놓여있다. 라자팍사 재임 당시 위크레메싱게를 포함한 야당 인사들은 중국에 엄청난 빚을 내 함반토타항 등을 개발한 라자팍사의 친중 행보를 강력 비판하며 인도와 더욱 가까워지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위크레메싱게는 시리세나와 손을 잡고 2015년 선거에서 승리해 권력을 잡았으나 시리세나는 위크레메싱게의 개혁안을 이행하지 않으려 했고, 이후 두 사람은 계속해서 충돌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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