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기자의눈] ‘Gapjil’처럼 ‘Sonnimeun wang’도? 블랙컨슈머의 ‘갑질’

[기자의눈] ‘Gapjil’처럼 ‘Sonnimeun wang’도? 블랙컨슈머의 ‘갑질’

기사승인 2018. 11. 15. 00:10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정석만
생활과학부 / 정석만
‘Gapjil’. 지난 4월 중순 미국 유력 일간지 ‘뉴욕타임즈(NYT)’ 기사에 미국인들에게 낯선 단어가 등장했다. 당시 대한항공 조현민 전무의 ‘물벼락 갑질’ 사건을 다루며 ‘갑질’을 한국어 표현 그대로 소개한 것이다. 그러면서 “갑질은 중세시대 영주처럼 부하직원이나 하청업자에게 권력을 남용하는 행위”라고 한국 재벌 일가의 특권 의식을 꼬집은 바 있다.

요즘 ‘갑질’이 뉴스에 오르내리지 않는 날이 있을까 싶다. 전직 직원 폭행과 엽기적인 행각 등으로 물의를 빚고 있는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이나 가맹점주들에게 욕설과 폭언을 일삼았다는 주장이 제기된 황준호 보네르아띠 대표의 ‘갑질’이 연일 신문과 방송·인터넷을 장식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교촌치킨 권원강 회장의 6촌 동생 권모 상무의 갑질이 논란이 되기도 했다.

기업 대표자 또는 경영진 일가가 직원들을 마구 대하거나 폭언·폭행을 일삼는 오너형 갑질이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지만, 갑질의 주체는 재벌가와 대기업에 국한되지 않는다. 겉으로 크게 드러나진 않지만 수직적 상하관계라는 인식 아래에서 다양한 형태와 방식의 갑질이 이뤄지고 이를 감내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곤 한다.

소비자와 기업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최근 식품안전 이슈가 연이어 터져 나오면서 ‘블랙컨슈머’에 대한 식품기업의 고민도 늘고 있다. 세균이나 이물질 검출 등의 문제가 터져나오면 덩달아 “나도 같은 피해를 당했다”며 보상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지기 때문이다. 최근 식품안전 이슈에 휘말린 한 업체 관계자는 사건 이후 “1년 동안 해당 제품을 먹어 왔으니 이를 전부 환불해 주고 정신적 피해보상을 해달라”고 요구하는 소비자로 인해 난감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블랙컨슈머의 갑질이 심해지면서 백화점·마트 등 유통서비스업계도 대응 매뉴얼을 재정비하는 등 악성고객 대응 프로세스를 강화해 직원 보호에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 아울러 박완수 자유한국당 의원은 블로거를 사칭한 이른바 ‘블랙컨슈머’ 갑질 규제를 위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하기도 했다.

이쯤 되자 ‘손님(고객)은 왕’이라는 전통적인 표어가 블랙컨슈머에게 갑질에 대한 명분을 주는 의미로 퇴색되고 있다. 이러다가 ‘Gapjil’처럼 외국 언론에 ‘Sonnimeun wang’이라는 단어가 등장할지도 모를 일이다. 기업이나 서비스업종에서 고객을 중히 모시겠다는 의미가 아닌 ‘손님의 도를 넘은 특권의식을 대표하는 말’이라는 변형된 뜻으로 말이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