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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화 모색한 대한제국 궁중미술 조명” 국립현대미술관 ‘대한제국의 미술’전

“근대화 모색한 대한제국 궁중미술 조명” 국립현대미술관 ‘대한제국의 미술’전

기사승인 2018. 11. 15.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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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 사진 '대한황제 초상', 곽분양행락도 등 국내 첫 공개...내년 2월 6일까지
9.김규진, 대한황제 초상
김규진, 대한황제 초상, 1905년 추정, 채색 사진, 22.9x33cm, 미국 뉴어크미술관 소장./제공=국립현대미술관
한국 근대 서화가이자 사진가인 김규진(1868∼1933)이 1905년 고종황제를 촬영한 채색사진 ‘대한황제 초상’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전시된다.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에서 15일 개막한 ‘대한제국의 미술-빛의 길을 꿈꾸다’전을 통해서다.

‘대한황제 초상’은 미국의 철도 및 선박 재벌이었던 에드워드 해리먼이 1905년 10월 초 대한제국을 방문했다가 고종 황제로부터 하사받은 것이다. 해리먼 사후 1934년 뉴어크박물관에 기증됐다.

사진 속에서 고종은 익선관에 황제를 상징하는 황룡포를 착용하고 일본식 자수병풍을 배경으로 앉아있다. 황룡포와 병풍, 카펫 등에 옅게 채색이 가해져 있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배원정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는 14일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지운영 이후 한국인이 촬영한 첫 고종 사진으로서 의미를 지닌다”며 “고종 뒤에 갈대와 국화, 붓꽃, 수선화, 새 두 마리가 시문돼 있는 일본 화조 자수병풍이 놓여있어 을사보호조약 직전 정치적 혼란기에 전통적 상징 체계상에서도 와해가 시작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는 대한제국시대(1897~1910)라 불리는 고종과 순종 시기 궁중미술을 조명한다.

대한제국의 짧은 성쇠, 일제강점이라는 시대적 상황으로 인해 그간 대한제국 시기의 미술은 조선시대의 우수한 미술 전통이 급격히 쇠퇴한 것으로 인식돼 왔다.

이에 관해 바르토메우 마리 국립현대미술관장은 “대한제국의 미술은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면서도 전통을 계승한 역동적 시기”라며 “당시 회화, 사진, 공예 200여점을 통해 대한제국 시대의 미술이 어떻게 한국 근대미술의 토대를 마련했는지 집중 조명한다”고 밝혔다.


3.해학반도도
해학반도도(海鶴蟠桃圖), 1902년 추정, 비단에 채색과 금박, 227.7x714cm, 호놀룰루미술관 소장./제공=국립현대미술관
이번 전시에서는 대한제국 황실의 흥망성쇠가 고스란히 녹아 든 ‘해학반도도’(海鶴蟠桃圖)가 10여 년 만에 선보인다.

1927년부터 미국 하와이에 있는 호놀룰루미술관에 소장돼 온 이 작품은 12폭의 대형 병풍으로, 조선 전통에서는 보기 드문 화려한 채색과 금박을 활용해 10마리 학을 그린 것이다.

배 학예연구사는 “이 병풍에는 구식 안료뿐 아니라 양청, 양록 같은 외래 안료도 쓰였다. 금박도 왜색 느낌을 준다”며 “하지만 일본에서는 이러한 대형 병풍을 찾기 힘들고 금박도 일본 것의 절반 크기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동양과 서양, 일본 중국 한국 등 서로 다른 이질적인 요소들이 혼합된 것이 정치적으로 혼란스러웠던 이 시기 미술의 특징”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전시를 통해 독일 마이어 컬렉션에 속했던 ‘곽분양행락도’(郭汾陽行樂圖·함부르크 민족학박물관 소장)도 처음 소개된다.

전시는 4개 주제로 구성됐다. 1부 ‘제국의 미술’에서는 조선이 대한제국으로 바뀌며 발생한 미술의 변화와 전개를 살펴본다. 2부 ‘기록과 재현의 새로운 방법, 사진’에서는 고종을 비롯한 황실 인물들과 관련된 사진을 보여준다.

3부 ‘공예, 산업과 예술의 길로’는 고종, 순종 시기 각종 공예품의 전반적인 양상과 변화를 조명한다. 4부 ‘예술로서의 회화, 예술가로서의 화가’는 과거 기능적 장인에 가까웠던 화원 화가가 예술가적인 성격의 화가로 변모하는 양상을 보여준다.

마리 관장은 “조선이 대한제국으로 바뀌며 보여주는 궁중회화의 표현방식 변화, 사진이라는 새로운 장르의 등장과 이로 인한 시각문화 변동, 산업공예와 예술공예의 분화, 예술가적 화가의 대두 등은 대한제국 시기 미술이 쇠퇴기의 산물이 아닌 근대화로의 변화를 모색한 치열한 시대의 결과물이라는 것을 보여준다”고 했다.

전시는 내년 2월 6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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