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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거장’ 마리오 벨리니 “루브르 이슬람관, 황금카펫 떠올리며 디자인”

‘디자인거장’ 마리오 벨리니 “루브르 이슬람관, 황금카펫 떠올리며 디자인”

기사승인 2018. 11. 15. 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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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루인터내셔널 컬러트렌드쇼(NCTS) 2019
세상을 바꿀 '컬러의 본질(ESSENCE)'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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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거장’ 마리오 벨리니가 15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노루 인터내셔널 컬러 트렌드쇼’에서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 이슬람관 디자인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사진=박지은 기자 @Ji00516
“도시를 둘러보며 왜 그동안 ‘한국에 오지 못했을까’ 생각했다. 새로운 것들이 다양한 전통 위에 있었다. 아주 현대적이면서도 견고한 뿌리를 갖고 있었다. 한국의 건축물들은 매우 아름다웠다. 콘크리트를 벨벳처럼 쓴 것을 보고 감탄했다.”

‘디자인 거장’ 마리오 벨리니(이탈리아)의 첫 방한 소감이다. 마리오 벨리니는 올블랙 수트를 입고 무대에 올라 천천히 강연을 시작했다. 건축, 자동차, 생활소도구, 가구 등 과감하면서도 간결한 그의 작품세계가 끝없이 펼쳐졌다. 올해 나이는 83세. 은퇴한 거장이라고 오해해선 안 된다. 그는 현재도 로마 고고학 박물관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마리오 벨리니는 15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2019 노루인터내셔널 컬러트렌드쇼(NCTS)’에서 ‘문화적 행동을 반영하는 디자인’이란 주제로 강연했다.

벨리니의 힘은 대단했다. NCTS를 찾은 1000여명의 산업계 관계자, 디자이너, 디자인 전공자들 대부분이 행사 막바지까지 자리를 지켰다. 벨리니의 강연은 오후 5시경부터 한시간가량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1950년대부터 시작된 그의 작품세계에 집중했다.

현장에서 만난 30대 인테리어 디자이너 이모씨는 “대학에서 디자인을 배울때부터 벨리니의 작품을 좋아했다”며 “첫 방한 강연이기도하고 업무에 필요한 영감을 얻을 수 있을까해서 왔다”고 했다.

벨리니는 디자인계 최고 영예인 ‘황금콤파스상’을 8회나 수상했다. 그의 작품은 뉴욕현대미술관 영구 전시돼있다. 파리 루브르 박물관 이슬람관, 호주 빅토리아 박물관, 카시나 가죽쇼파, 스메그 주방가전 등을 디자인했다.

루브르 박물관 이슬람관은 벨리니의 대표작 중 하나다. 하지만 벨리니는 “루브르 안에 지어야 한다는 점이 가장 어려웠다”며 “작업 기간이 약 7년이었는데 3년은 고심하는 시간, 4년은 제작과 설득의 시간이었다”고 떠올렸다.

또 “루브르 박물관 측에서 건물이 1㎜라도 흔들려선 안된다고 경고했다. 중요한 미술품과 조각들이 보관돼있어서다”라며 “부담이 컸지만 결국 무사히 작품을 마쳤다”고 했다.

이 작품은 금색 카펫이 바람에 흘러가는 듯한 모습이다. 벨리니는 “금색으로 코팅한 알루미늄판을 삼각형으로 만들어 하나하나 이어붙였다. 삼각형이 모이면 입체적인 구조물을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슬람 문화가 ‘황금카펫’처럼 날아가는 형상을 떠올렸다는 설명이다.

호주 멜버른에 있는 빅토리아 박물관도 완공까지 7년이 걸렸다. 벨리니는 “밀라노에서 멜버른까지 25시간정도 걸리는데, 호주와 밀라노를 40번 이상 오가며 일했다”며 “고된 일정이었지만 즐거웠다”고 했다. 이 건물은 아치형 입구를 통과하면 곧장 로비로 연결된다. 벨리니는 “박물관에 들어서면 사람들은 ‘어디로 가야할까’ 고민하게 된다”며 “탁 트인 로비에서 자신이 가고 싶은 곳을 고를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벨리니는 디자이너는 건물을 이용할 사람들의 문화적 행동을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벨리니의 디자인은 주변 지형과 그 지역 사람들의 삶의 모습이 담겨있다. 항구도시에 짓는 건물은 배를 형상화하는 식이다.

고대의 건축물에서도 아이디어를 얻는다. 그는 “동료 디자이너들에게 오래된 성이나 스케치 등을 참고하는 것은 오마쥬가 아니라고 종종 말한다”고 했다.

60여년간 디자이너로 일해온 거장은 언제 기쁨을 느낄까. 바로 자신이 디자인한 작품에 사람들이 오가는 모습을 볼 때다. 벨리니는 “(작품에) 사람들이 사는 것을 볼 때 기쁘다. 식물들이 푸르게 자라는 모습도 보기좋다. 멋진 작품을 만들었는데, 아무도 그곳을 찾지 않는다면 매우 슬픈 일”이라고 했다.

올해 NCTS는 벨리니 외에도 중국계 건축디자인 듀오 ‘네리&후’의 린돈 네리, 라파엘 드 카르데나스(미국), 이안 데번포트(영국)가 ‘본질’을 주제로 각각 강연했다. 노루팬톤컬러연구소(NPCI)의 현정오·김승현 수석연구원은 우리시대의 창작의 소재가 되는 근원적안 것들에 대해 설명했다.

노루그룹 관계자는 “이번 행사는 1000석이 매진될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며 “대한민국의 대표적 컬러세미나 행사로 자리 잡은 노루인터내셔널 컬러트렌드쇼를 통해 국내 산업계에 전략적으로 활용 가능한 디자인 & 컬러트렌드 제공, 변화에 적절하게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 인사이트와 창의적인 영감을 지속적으로 제공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했다.

한편 노루팬톤컬러연구소가 펴낸 컬러&디자인 트렌드북 ‘커버올’은 70권 한정판매분이 완판됐다. 커버올 추가 판매분은 조만간 청담동 꼬르소꼬모와 일본 도쿄 긴자식스에서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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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리니는 현실화 되지 못한 영국 런던의 도이치뱅크 빌딩 연결 디자인을 아쉬워했다. 빛나는 구(球)로 건물을 연결하려는 아이디어를 제출했는데 갑자기 취소됐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한다./사진=박지은 기자 @Ji0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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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프랑크푸르트 도이치뱅크 리모델링 때 디자인한 원형 조형물. 이 건물은 쌍둥이빌딩으로 2개의 건물을 3개의 연결통로가 건물 중심부에 자리해있다. 이 원형 구조물을 보려면 시선이 위로 향하는데, 이때 자연스럽게 하늘과 함께 우뚝 선 쌍둥이 빌딩을 보게 된다./사진=박지은 기자 @Ji0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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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오 벨리니가 디자인한 구름모양 조명./사진=박지은 기자 @jI0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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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에 디자인한 오피스 책상. 벨리니는 “이 같은 디자인의 책상을 현재에도 사용하고 있다”고 소개했다./사진=박지은 기자 @Ji0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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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노루 컬러트렌드쇼 전경/사진=노루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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