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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완치 어려운 진폐증에 소멸시효 이유로 장해급여 거절 안돼”

법원 “완치 어려운 진폐증에 소멸시효 이유로 장해급여 거절 안돼”

기사승인 2018. 11. 18.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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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 중 이유로 급여 지급거부하고 소멸시효 산정
법원 "근로복지공단의 태도는 매우 모순적"
법원
완치가 어려운 진폐증 환자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근로복지공단이 관행을 따라 장해급여를 지급하지 않는 것은 부당하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7단독 이승원 판사는 김모씨 등 8명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미지급된 장해급여를 지급하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판결했다고 18일 밝혔다.

이 판사는 “근로자들이 진폐증과 그 합병증으로 요양 중이어서 그 증상이 고정된 상태에 이르게 된 것이 아니어도 곧바로 장해등급에 따른 장해급여의 지급을 청구할 수 있었다”며 “요양 중이어서 장해급여를 지급할 수 없다고 하면서도 요양 승인 결정이 있었던 때로부터 3년이 지나 장해급여청구권이 시효로 소멸했다고 주장하는 근로복지공단의 태도는 매우 모순적”이라고 지적했다.

김씨 등은 분진작업장에서 일하던 중 진폐 판정을 받고 요양하다가 숨진 노동자들의 유족이다.

이들은 숨진 가족이 요양 승인을 받았던 당시의 병 상태를 고려할 때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제13급의 장해등급에 해당한다면서 2016년 근로복지공단에 장해급여 또는 미지급 보험급여를 달라고 청구했다.

근로복지공단은 이를 거절했다.

장해급여는 일을 하다 다치거나 질병에 걸려 신체 등에 장해가 발생했을 때 주는데, 병이나 부상이 치유됐을 때 지급한다. ‘치유’는 병이나 부상이 완치되거나 더는 치료의 효과를 기대할 수 없이 증상이 고정된 상태를 뜻한다.

근로복지공단은 진폐증에 걸린 노동자들이 치유 상태가 아니라 숨지기 전까지 요양 중이었다는 점을 거절 사유로 들었다.

그러나 법원은 진폐증에 걸리면 곧바로 장해급여를 청구할 자격이 생기는데도 공단 측이 잘못된 이유로 거절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런 판단의 근거로, 질병의 특수성을 들었다. 진폐증은 현대의학으로도 완치가 불가능하고 진행 정도도 예측하기 어려운 병리학적 특성이 있다.

이를 고려해 산업재해보상보험법령은 다른 질병과 달리 진폐증은 진단 즉시 장해급여를 주도록 하고 있다는 게 재판부의 해석이다.

또 공단은 장해급여를 주지 못한 이유로 소멸시효를 들기도 했다. 숨진 노동자들이 장해급여를 청구할 자격을 얻은 때는 제13등급의 장해등급이 관련법 시행규칙에 마련된 2003년 7월 1일로 볼 수 있다. 소멸시효인 3년이 지난 2006년 7월 1일 이후에는 장해급여 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게 공단 측의 또 다른 거절 사유였다.

재판부는 이런 소멸시효 계산 자체는 맞지만, 공단이 소멸시효를 이유로 장해급여를 못 주겠다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한다고 판단했다.

공단이 요양 중이면 장해급여를 못 준다고 해서 급여 청구를 못 했던 것이므로 노동자 측이 시간이 지나도록 장해급여를 달라고 하지 못한 데에는 그만한 장애 사유가 있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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