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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EC서 필리핀으로 옮겨간 미·중 결전…두테르테 만난 시진핑, 美 심기 건드리기

APEC서 필리핀으로 옮겨간 미·중 결전…두테르테 만난 시진핑, 美 심기 건드리기

기사승인 2018. 11. 20.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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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ilippines China Xi Visit <YONHAP NO-2743> (AP)
20일 필리핀 마닐라 니노이 아키노 국제공항에 도착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영접 나온 군 관계자와 악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과 중국의 격전지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서 필리핀으로 옮겨갔다. 지난주 파푸아뉴기니에서 진행된 APEC 연설에서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 거친 설전을 벌였던 시진핑(習近平) 중국 총서기 겸 국가주석이 20일부터 이틀 일정으로 필리핀을 국빈 방문하는 것. 중국은 방문 하루 전부터 필리핀의 옛 미군기지 재개발 사업에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하고, ‘영유권 주장 VS 항해의 자유 강행’ 으로 미국과 정면 대응하고 있는 남중국해 문제도 필리핀과 협력할 것이라 밝혀 미국 심기를 대놓고 건드리고 있다.

닛케이아시안리뷰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후진타오 전(前) 주석 이후 13년 만에 필리핀 국빈 방문에 나선 시 주석은 20일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과 수 십억 달러 규모의 일대일로 사업 협력에 합의했다. 또 시 주석의 방문에 맞춰 중국 국영기업이 미군 철수 지역인 클라크 개발에 20억 달러(2조2540억원) 투자를 약속하면서 미국에 강한 한 방을 먹였다. 중국의 대(對) 필리핀 투자 중 최대 규모다. ‘뉴 클라크 시티’ 사업은 클라크에 있던 미군기지가 1990년대 초 폐쇄된 후 시작한 재개발 사업이다. 최근 필리핀은 이 사업에 대한 미국 기업의 관심 부족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던 참이었다.

옛 미군기지 개발사업에 대한 중국의 투자 발표는 펜스 부통령이 “일대일로 사업에는 함정이 있다”고 경고한지 사흘 만에 나왔다. 펜스 부통령은 지난 17일 APEC 연설에서 “미국은 (중국처럼) 동반자들을 빚의 바다에 빠뜨리지 않는다”며 “다른 나라의 독립성을 강압하거나 흠집을 내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은 인도·태평양 지역 인프라 정비에 600억 달러(67조5240억원)를 투자할 것”이라며 “미국이 더 나은 선택권을 제공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작 필리핀은 미·중 사이에서 이익 계산을 하며 줄타기 중이다. 친(親) 중국 정책을 펼치면서 동시에 미국과의 관계 개선도 끌어내고 있는 것. 지난주 미국은 117년 전 필리핀과의 전쟁 중 전리품으로 빼앗은 ‘발랑기가 종 (鐘)’ 세 개를 반환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 종은 미군이 자행한 민간인 무차별 학살을 상징하는 역사적인 종으로 두테르테 대통령이 미국 측에 수차례 돌려달라고 요구해왔다. 미국과의 경제 관계도 향상됐다. 양국은 자유무역 협상 진전을 위해 지난달 핵심 사안들에 합의했다.

남중국해 영유권과 관련해선 중국을 지지하고 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지난 15일 “미국은 중국의 남중국해 점유를 인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원유 공동 탐사도 추진하고 있다. 필리핀은 남중국해 중국 지지에 대한 대가로 막대한 금액의 인프라 비용을 지원받고 있다. 카를로스 도밍게스 필리핀 재무장관은 “일대일로는 필리핀과 중국 모두에 윈윈(win win·상호 이익)”이라며 “하지만 펜스 대통령의 ‘인도·태평양 지역 600억 달러 투자’ 발언과 관련해 우리는 그 투자에 대해서도 확실히 검토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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