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여의도 칼럼] 양약은 입에 써, 중 고언 경청해야

[여의도 칼럼] 양약은 입에 써, 중 고언 경청해야

기사승인 2018. 11. 20. 15:09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현재 경제 위기 징후 농후, 고언들 쏟아져
현재 미국과 경쟁하는 ‘G2’가 된 중국의 경제 기적은 한국의 그것과 거의 필적한다고 할 수 있다. 한국이 지난 세기에 그랬다면 중국은 금세기에 기적을 창조했다고 볼 수 있는 것. 한국도 그렇기는 하지만 중국 역시 기적을 계속 이어가야 한다. 그래야 양(量)과 질(質) 모두에서 명실상부한 글로벌 대국이 될 수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그럴 수 있을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지금은 상전벽해라는 말처럼 엄청나게 상황이 달라졌다. 위기라고까지 하기는 어렵지만 상당히 어렵다는 분석이 중국 내외에서 터져나오는 것이 현실이다. 이유는 분명하다. 미국이 작심한 듯 포성을 울린 무역전쟁으로 과거 어느 때보다 엄중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다 개혁·개방 이후 지난 40년 동안 이룩한 압축성장에 따른 구조적 문제점들이 동시다발로 터지고 있기 때문이다.

zhu
중국의 부채 규모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입장을 밝힌 주윈라이 전 회장. 경제 당국을 위한 고언을 작심하고 쏟아낸 것으로 보인다. /제공=검색엔진 바이두(百度)
이 같은 상황은 최근 중국의 오피니언 리더들까지 나서 솔직하게 털어놓고 있는 고백을 보면 알 수 있다.

우선 역대 최고의 경제 총리로 불렸던 주룽지(朱鎔基·90)의 아들인 주윈라이(朱雲來·61) 전 중국국제금융공사 회장의 발언을 꼽을 수 있다. 홍콩의 일부 인터넷 언론이 전한 바에 따르면 최근 지인들과 가진 사석 모임에서 “현재 중국의 총 부채는 상상을 초월한다. 총액이 300조 위안(元·5경1000조원)에 이른다. 아무리 우리가 대국이지만 이 정도의 부채는 감당이 안 되는 규모라고 해야 한다. 이 사실을 알면 어떻게 밤 잠을 자겠는가”라면서 걱정이 태산이라고 토로했다고 한다.

만약 사실이라면 끔찍한 일이라고 해야 한다. 국가 통계국이 현재 파악하고 있는 중국의 정부·기업·가계의 총 부채는 대략 국내총생산(GDP) 대비 260% 전후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정도만 해도 사실 감당하기 쉽지 않다. 그러나 주 전 회장의 발언대로라면 총 부채 비율은 320%로 늘어나게 된다. 거의 재앙을 불러올 수준에 가까운 규모다.

런민(人民)대학 M모 교수의 발언은 더욱 충격적이다. 최근 자신과 생각을 같이 하는 학자 및 언론인과 가진 비공개 세미나에서 작심한 듯 “우리 통계는 완전 엉터리다. GDP 규모가 너무 뻥튀기 돼 있다. 내 주변의 학자들은 대부분 2배 가까이 과장돼 있다고 본다. 정말 큰일”이라면서 당국의 엉터리 통계에 울분을 토로했다고 한다. 그동안 미국을 비롯한 서방 세계 경제학자들이 꾸준히 이와 비슷한 주장을 펴왔다는 사실에 비춰보면 빈말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최근 외신들에 꾸준히 오르내리는 중국의 경제 관련 기사들을 봐도 이들의 주장은 황당무계하다고 보기 어렵다. 예컨대 기업들의 달러 부채가 3조 달러에 이른다거나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려 25조 달러의 자금이 필요할 것이라는 분석들이 대표적이다. 마치 ‘데자뷔’처럼 닮았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듯하다.

주 전 회장이나 M모 교수는 애국적 충정으로 고언을 토해 냈을 것으로 보인다. 고언 속에는 중국이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 미국을 넘어서는 진정한 글로벌 리더 국가로 올라섰으면 하는 비원도 담겨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 이들의 발언을 ‘입에는 쓴 양약’이라고 해석해야 한다는 얘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

질병을 비롯한 세상사의 모든 문제는 근원(近源)을 외면할 경우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다. 경제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어디가 곪았는지를 알아야 환부만 도려내는 정밀한 외과수술식 처방으로 문제를 원만하게 해결할 수 있다. 이 불후의 진리에 비춰보면 중국 경제 당국은 입에 쓴 양약에 다름 아닌 비판적 오피니언 리더들의 고언을 허심탄회하게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보인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