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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지지집단에 휘둘리는 ‘약골’ 정부 되지 말아야

[칼럼] 지지집단에 휘둘리는 ‘약골’ 정부 되지 말아야

기사승인 2018. 11. 26.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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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석
논설심의실장
최근 우리 정부의 행동이 하이에크와 같은 저명한 사회철학자들이 현행 민주주의의 문제점으로 거론한 것과 딱 들어맞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그는 현행 민주주의 아래 집권한 정부가 술 취한 운전자처럼 일관성을 상실한 채 정책을 ‘운전할’ 위험성을 경고했는데(《법, 입법, 그리고 자유》) 탄력근로제를 두고 우왕좌왕하는 정부의 모습이 이런 술 취한 운전자와 닮았다.

정부가 여야정 협치1호로 연내 탄력근로제 확대를 입법화하겠다고 했을 때 국민들은 의회를 이끄는 주체들인 여야가 동의했다면 당연히 그렇게 될 줄 알았다. 비록 민노총이 이에 반대한다고 해도 청와대 비서실장이나 여당 원내대표가 민노총에 대해 이미 기득권층이라든가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는 등의 ‘아픈’ 말을 하는 것도 정부가 민노총에 끌려 다니지 않으면서 필요한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서라고 보았다.

그런데 갑자기 정부가 말을 바꾸어 경사노위의 논의를 지켜보겠다고 해서 탄력근로제 확대의 연내 입법화는 물 건너가고 말았다. 정부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정책조차 자신을 지지해준 집단의 반대에 떠밀려 실천에 옮기지 못하고 시간을 끌고 있다. 하이에크는 이처럼 지지집단의 장난감으로 전락하게 되면 다수의석을 가진 정부라 할지라도 ‘약골’ 정부에 불과할 뿐이라고 했는데 지금 정부가 그런 셈이다.

사실 주52시간 근무제가 입법화된 것 자체가 문제일 수 있다. 사람들은 이 규제가 얼핏 기업들만 어렵게 하고 근로자들에게는 무해하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이 규제는 근로자 개개인들이 자신의 시간을 어떻게 쓸지에 대한 자기결정권도 침해한다. 내가 주52시간만 근무하고 여가를 즐기기보다는 일을 더 해서 돈을 더 벌고 그 돈을 내 자녀들의 학원비에 쓰고 싶고 또 마침 그런 일감을 주는 경제주체가 있더라도 이 규제는 그런 노동을 불법화한다.

근로자들이 더 많은 여가를 누릴 수 있게 된 근본적 이유는 근로시간 규제를 입법화했기 때문이 아니라 자본의 축적에 따라 기존제품의 더 많은 생산과 새로운 제품의 생산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자본축적 덕분에 트랙터라는 생산수단이 만들어져 시간당 더 많은 농작물을 수확할 수 있었고, 또 전기가 발명되고 새로운 제품인 세탁기가 만들어져 손으로 오랜 시간 세탁할 필요를 없애주었기 때문이다.

만약 의회가 이처럼 개인들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는 입법, 즉 자기결정권이라는 보편적 법을 거스를 소지가 있는 ‘규제’를 ‘다수가 찬성한다’는 이유로 정부의 공권력을 동원해 지켜야할 ‘법’으로 만들 수 없었더라면 어땠을까. 사실 그렇게 제도화를 하자는 게 하이에크의 제안이지만, 아마도 그랬더라면 막상 근로시간 규제를 입법화해놓고 이것이 납기를 맞추거나 집중적 연구가 필요한 산업현장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는 일도 없었을 것이고, 또 그런 현장의 문제를 풀려다가 지지집단의 반발에 정부가 휘둘리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이렇게 입법화에 제한을 가하는 등의 제안이 제도화될 때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그동안 우리는 정부가 스스로 민노총처럼 자신을 지지했던 집단들에게 휘둘리는 ‘약골’ 정부가 되지 말고 필요한 정책을 밀고 나가는 ‘강한’ 정부이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다. 조국 민정수석이 ‘이 정부가 민노총·참여연대·민변만의 정부가 아니다’고 했으니 그런 기대가 헛되지는 않을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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