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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다문화” 2세들에 새겨진 주홍글씨…‘추락사’ 인천 중학생 비극 불렀다

“야, 다문화” 2세들에 새겨진 주홍글씨…‘추락사’ 인천 중학생 비극 불렀다

기사승인 2018. 11. 29.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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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다문화 초·중·고교생 10만명 넘었지만 차별 이유로 학업중단 5년간 2배 ↑
"다문화 용어 없애고 차이 인정해야"
거주 외국인, 인식 개선 필요성 지적도
학업을-중단한-다문화
학업을 중단한 다문화 학생 수 추이와 학업중단율/자료=교육부·여성가족부
‘다문화 가족’ ‘다문화 자녀’…. 한국 사람이라면 무심결에 툭툭 내뱉는 말이다. 정부가 발표하는 보도자료에도 ‘다문화 가정’ ‘다문화 자녀’란 말이 빈번하게 등장한다. 하지만 이 땅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은 이 같은 말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드러낸다.

다문화 가족은 다른 민족 또는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가진 나라 사람들이 포함된 가족을 총칭하는 용어. 지난 2003년 시민단체들이 과거 혼혈아·튀기 등으로 부르며 다문화 가정의 자녀들을 비아냥대던 사회적 분위기를 지양하고자 제안한 대체 용어다. 하지만 이 역시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용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인과 다른 나라 출신의 사람을 편 가르는 용어라는 것. 최근 인천 중학생 A군(14)이 또래 학생에게 집단 폭행을 당한 뒤 15층 아파트 옥상에서 떨어져 숨진 사건도 따지고 보면 이 같은 편 가르기의 결과물이며, 이를 계기로 다문화 가정과 자녀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29일 교육부와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지난해 초·중·고교에 재학하는 다문화 학생은 10만9387명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학업을 중단한 학생은 1278명. 2016년과 비교하면 49.9%(402명)나 늘었다.

실제 학업을 중도에 포기하는 다문화 학생 수는 해마다 늘고 있는 추세다. 연도별로 보면 2013년 572명에서 2014년 688명, 2015년 700명, 2016년 876명 등으로 지난 5년 간 2.2배 이상 증가했다. 다문화 학생의 학업 중단율은 2013년 1.03%를 기록한 이후 2015년 0.85%, 2016년 0.88%로 하락했다가 지난해 1.17%를 기록하면서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전국 일반 초·중·고교생의 학업 중단율이 2013년 1.01%에서 지난해 0.87%로 낮아진 것과 비교하면 상당한 차이가 있다.

특히 인천 중학생 A군의 죽음을 들여다보면 우리 사회의 어두운 이면이 여실히 드러난다. 이를 테면 ‘가난하다’ ‘불쌍하다’ 등 다문화 가정에 대한 겉 핥기식 편견과 차별, 잔인하고 흉포한 학교 폭력, 자녀 돌봄 공백이 생길 수밖에 없는 한 부모 가정, 워킹맘, 학교 밖 청소년 등 사회적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그동안 정부도 취약 계층인 다문화 가정 문제의 해결을 위해 2008년 ‘다문화 가족 지원법’을 제정한 이후 지원 정책을 쏟아냈다. 올해도 교육부는 다문화 사업 예산으로 국고를 포함해 192억3000만원을 편성·지원했다. 하지만 다문화 가정의 자녀들은 생김새와 서툰 한국말로 친구와 잘 어울리지 못하는데다 또래의 학생은 물론 교사로부터의 차별로 공교육에서 이탈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최근 한 교사가 교실에서 베트남 출신 다문화 학생을 “야, 다문화”라고 불러 논란이 된 게 대표적 사례다.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다문화 지원정책을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일단 ‘다문화’란 용어부터 없애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다문화란 말이 오히려 한국인과 다르다는 점을 각인시켜 주는 ‘주홍글씨’ 같은 역할을 한다는 것. 러시아 출신인 마스로바 이나 한국다문화청소년협회 운영이사는 “러시아는 본래 슬라브 민족이 뿌리지만 소련 이후 190개 민족이 살고 있다”면서 “하지만 러시아에는 다문화란 말이 없다. 러시아인이 외국인과 결혼해 낳은 아이는 다르게 생겨도 러시아인이다. 한국에서 다문화란 말은 한국인과 다른 나라 사람을 구분하기 위해 만든 단어 같다. 다문화란 말부터 없애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문화 청소년들의 멘토 역할을 하고 있는 검비르 만 쉬레스터씨(네팔 출신)는 “다문화인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선진국에서 발생하는 인종차별 범죄가 한국에서도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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