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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화석연료 보조금 폐지

[칼럼] 화석연료 보조금 폐지

기사승인 2018. 12. 03.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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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태희
우태희 연세대학교 특임교수
지난달 정부는 연탄의 공장도 가격을 개당 534.25원에서 639원으로 19.6% 인상했다. 3년 연속 같은 인상률로 연탄값을 올린 이유는 우리나라가 몇 년 전 G20 정상회담에서 화석연료 보조금을 2020년까지 없애겠다고 국제사회와 약속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서민 연료인 연탄은 원가보다 싼값에 팔고 정부가 생산업체를 보조해 왔지만, 이제는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 매년 수조 원의 화석연료 보조금을 지원하는 우리나라로서는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세계 7위 온실가스 배출국으로서 책임 있는 대응을 위해 불가피한 조치였다. 그러나 연이은 가격 인상에도 연탄 가격은 아직도 생산원가의 76% 수준밖에 안 된다. 나머지 24%는 석탄 보조금 형태로 지원하고 있는데, 앞으로 2년 안에 순차적으로 폐지해야 한다.

국제에너지기구(IEA) 통계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전 세계 화석연료 보조금은 한 해 3024억 달러에 이른다. 우리나라의 연간 석탄 보조금 규모는 1억2380만 달러로 카자흐스탄·대만·베트남에 이어 세계에서 네 번째로 많이 지급한 국가로 기록되고 있다. 문제는 연탄값 인상 외에 우리가 추진하고 있는 화석연료 보조금 개혁이 지지부진하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석탄 보조금 이외에도 농어민 면세유, 도서지방 면세유, 여객자동차 유가 보조 등 아직도 10개 이상의 화석연료 보조금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벌써 국제사회는 우리 정부의 화석연료 보조금 폐지 의지에 의구심을 품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뉴질랜드 등 40개국이 참여한 ‘화석연료 보조금 개혁 성명서(Fossil Fuel Subsidy Communique)’에 참여하라는 요구다. 이 성명서의 주된 내용은 G20·APEC 등에서 화석연료 보조금 개혁에 대한 고위급 수준의 폐지 약속을 이행하는 차원에서 보조금 운영을 투명하게 관리하고, 의욕적으로 개혁해 나가면서도 최빈국에 기술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내용이다. 2015년 채택된 이 성명서는 강제성이 없는 선언적 내용임에도 불구, 우리나라는 일부 부처의 반대로 몇 년째 참여를 주저하고 있다.

에너지전환정책은 어느 나라나 쉽지 않은 과제다. 일본의 경우 100년 간 유지해온 수산보조금을 개혁해서 WTO 보조금 개선 논의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수산보조금에는 어민 면세유가 제일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비용 절감, 생산성 향상 등 혁신적인 생산구조를 제시하는 어업인에게 파격적 지원을 해주는 어업구조 개혁정책을 추진했고, 이제는 떳떳하게 국제협상에 나서고 있다. 일본이 해냈는데 우리라고 못할 이유가 없다.

WTO에서는 면세유를 과잉어획에 기여하는 금지보조금으로 논의하는 추세여서 언제라도 이를 폐지하라는 국제규범이 제정될 수 있다. 면세유제도가 폐지될 경우 생산비 증가, 어업 채산성 악화 등 국내 수산업계에의 파급효과가 엄청날 것이므로 사전에 준비하고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 대신 취약계층 보호 등 사회적 필요성이 있어 유지되고 있는 보조금에 대해서는 다른 정책적 수단으로 보완해 정책의 사각지대를 없애야 할 것이다. 가격 인상에 따른 서민층 부담을 없애기 위해 기초생활보장수급자·차상위계층·소외계층 등에 대해서는 연탄구입 쿠폰·에너지 바우처 제도 등을 잘 활용해야 할 것이다. 국제사회에서 선진국가로 도약하려면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 지금은 우리 정부가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화석연료 보조금 개혁에 앞장서는 모습을 보여줄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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