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미국의 뒷마당인 중남미 공략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총서기 겸 국가주석이 추진하고 있는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 실크로드) 사업의 범위를 중남미로 확대하겠다는 것. 중국이 최근 아르헨티나와의 포괄적·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맺고 새로운 시대를 열기로 합의한 것도 이 같은 전략의 일환이다.
신화통신의 3일 보도에 따르면 시 주석은 2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한 뒤 마우리시오 마크리 아르헨티나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양국은 이 자리에서 90억 달러(약 10조17억원) 규모의 통화 스왑과 30건에 달하는 무역·경제 협정을 체결했다
시 주석은 마크리 대통령과 최근 3년간 5차례나 만난 점을 강조하고 “양국 관계가 역사적인 국면에 있으며 전례 없이 강화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빠르게 변하는 국제정세에서 양국이 보다 광범위한 비전을 가지고 동반자 관계의 새로운 시대를 열어 평화·안정·번영을 도모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특히 “양국은 일대일로 틀 내에서 협력을 강화해 시너지를 내야 한다”며 양국이 인프라·농업·에너지·금융 분야의 협력을 강화하고 인적 교류를 활발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아르헨티나가 직면하고 있는 경제적 어려움을 인지하고 있다고 밝히면서도 이 지역의 성장 전망에 대한 확신이 있다고 덧붙였다. 아르헨티나는 최근 페소화 가치 붕괴와 인플레이션으로 통화 위기에 직면, 국제통화기금(IMF)로부터 563억 달러의 구제 금융을 승인받은 바 있다.
마크리 대통령은 이에 대해 “아르헨티나는 중국과 포괄적·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강화하고 일대일로를 기반으로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답했다. 중국은 현재 아르헨티나의 두 번째로 큰 교역 상대국이다. 지난해 중국은 아르헨티나에 170억 달러를 수출하고 80억 달러를 수입했다.
중국은 최근 중남미 지역과의 관계를 강화하며 일대일로 범위를 확장하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 5월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는 9일에 걸쳐 브라질을 비롯한 콜롬비아·페루·칠레 등 남미 4개국을 순방했다. 당시 리 총리는 70건에 가까운 대규모 계약과 협정을 체결하며 일대일로 프로젝트 추진 범위를 대폭 확장한 바 있다. 앞서 지난해 7월에는 시 주석이 직접 중남미 순방에 나서 브라질·페루 등과 태평양-대서양 연안을 연결하는 남미대륙 횡단철도 건설을 공동 추진하기로 합의하기도 했다.
아르헨티나와의 관계를 공고히한 시 주석은 이후 또 다른 중남미 지역인 파나마를 방문해 카를로스 바렐라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질 계획이다. 그는 이번 방문에서 기술·인프라를 포함한 20개 부문에서 협력 협정을 체결할 것으로 알려졌다. 바렐라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중국을 방문했을 당시 일대일로에 지지 의사를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