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첫발 뗀 미중협상에 찬물 끼얹은 ‘화웨이 사태’

첫발 뗀 미중협상에 찬물 끼얹은 ‘화웨이 사태’

기사승인 2018. 12. 06. 16:59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China US Canada Huawei <YONHAP NO-3355> (AP)
사진= AP, 연합
중국 최대 통신장비기업 화웨이의 멍완저우(孟晩舟·46) 부회장이 미국 정부의 요청에 따라 캐나다 경찰에 체포돼 미·중 무역협상의 대형 악재가 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중국은 심각한 인권 침해라며 즉각적인 항의에 나섰지만 ‘ZTE 사태’가 재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중국 기업들은 공포에 빠진 상태다. 일부에서는 최근 진행중인 무역전쟁과 별개로 ‘기술 패권’을 둘러싼 미·중간 힘겨루기가 이번 사태의 배경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캐나다 일간 글로브 앤드 메일의 5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총서기 겸 국가주석이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만나 90일간의 ‘관세전쟁 휴전’에 합의한 지난 1일 캐나다의 한 공항에서 멍 부회장이 미국 정부의 요청에 의해 현지 경찰에 체포됐다. 멍 부회장은 화웨이 창업자 런정페이(任正非·74) 회장과 전(前) 처인 멍(孟)씨 사이에서 태어난 딸로 화웨이의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맡고 있다.

멍 부회장은 화웨이가 미국 정부의 대(對) 이란 제재를 위반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을 대표하는 기술 기업인 화웨이의 로열 패밀리 일원이 사실상 미국 당국에 체포되는 일이 벌어지면서 미·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어렵게 재개된 무역협상에도 먹구름이 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상태다. 실제 언론 보도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중국에서는 정보기술(IT) 업계를 공포로 몰아넣었던 ZTE 사태가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공포감이 확산되고 있다. 6일 홍콩거래소에서 ZTE 주가는 장중 5% 이상 급락했으며, 중국 본토 증시에서도 기술주 폭락 사태가 잇따랐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 4월 ZTE가 대(對) 북한·이란 제재를 위반했다며 향후 7년간 미국 기업과 거래할 수 없게 하는 제재를 가했다. 이후 중국 정부의 강력한 요청으로 지난 7월 제재가 풀렸지만 ZTE는 미국 정부에 총 14억 달러(약 1조5600억원)의 벌금과 보증금을 내야 했다. ZTE는 도산 위기를 면했지만 큰 타격을 입어 회생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런데 중국을 넘어 세계 1위 통신장비업체인 화웨이는 ZTE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규모가 크다. 더구나 이번에는 미국 정부가 행정 제재에 그치지 않고 핵심 경영진의 신병 확보에 나서는 등 강도높은 수사를 진행중이라는 점에서 화웨이 사태의 파장은 ZTE 사태의 파장을 압도할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주(駐) 캐나다 중국 대사관은 이날 성명을 내고 멍 부회장의 체포가 심각한 인권 침해라고 비난했다. 중국 정부 역시 미국과 캐나다 정부에 외교 채널을 통해 강력한 항의의 뜻을 전하면서 멍 부회장의 석방을 촉구했다. 이처럼 미국과 중국이 본격적인 무역협상에 나서기도 전에 민감한 악재가 돌출하면서 양국간 협상은 더욱 복잡한 양상을 띠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미국이 중국의 거센 반발을 뻔히 예상하고도 멍 부회장의 강제 신병 확보에 나서는 초강수를 둔 것은 현재 진행중인 무역전쟁과 별개로 고강도 대중 압박을 유지할 것이라는 의중을 내비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미국의 진정한 목적이 자국의 기술 패권을 유지하는데 있다고 보는 전문가들은 미국이 무역전쟁의 향배와 관계 없이 지식재산권 도용, 기술 도둑질 등 갖가지 명분을 앞세워 중국의 기술 기업들을 압박하는 ‘기술 전쟁’을 전개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실제 데이비드 츠바이그 홍콩과기대 사회과학 주임 교수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기고한 ‘기술 패권을 향한 몸싸움이 미·중간 적대감을 강화한다’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통해 최근 진행되고 있는 미·중 무역전쟁은 기술 패권을 둘러싼 전쟁의 소규모 전투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기술 지배력을 유지하려는 미국과 떠오르는 도전자인 중국의 기술 전쟁은 기나긴 투쟁이 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