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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대법관 영장 기각 사유는…‘공모 여부 의문·증거 충분히 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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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대법관 영장 기각 사유는…‘공모 여부 의문·증거 충분히 확보’

이욱재 기자 | 기사승인 2018. 12. 07.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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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 영장 기각 사례와 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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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 '구속영장 기각'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에 관여한 의혹을 받는 박병대(왼쪽), 고영한 전 대법관이 7일 오전 구속영장이 기각된 후 경기도 의왕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연합
법원이 7일 박병대(61)·고영한(63) 전 대법관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헌정 사상 초유의 전직 대법관 구속수사 시도는 결국 불발됐다.

이들의 영장심사를 각각 맡은 판사의 표현은 약간씩 다르지만, 전직 대법관들이 앞서 구속된 임 전 차장과 공모했다고 판단하기 어렵다고 봤다. 또 이미 다수의 관련 증거자료가 수집된 점 등을 고려해 증거인멸이나 도망의 우려가 없어 구속이 불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박 전 대법관의 영장심사를 맡은 임민성 부장판사는 기각 사유에 대해 “범죄 혐의 중 상당 부분에 관해 피의자의 관여 범위 및 그 정도 등 공모관계의 성립에 대하여 의문의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미 다수의 관련 증거자료가 수집된 점, 피의자가 수사에 임하는 태도 및 현재까지 수사경과 등에 비춰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려운 점, 피의자의 주거 및 직업, 가족관계 등을 종합해 보면 현 단계에서 구속사유나 구속의 필요성 및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고 전 대법관의 영장심사를 맡은 명재권 부장판사 역시 “피의자의 관여 정도 및 행태, 일부 범죄사실에 있어서 공모 여부에 대한 소명 정도, 피의자의 주거지 압수수색을 포함해 광범위한 증거수집이 이루어진 점, 현재까지의 수사 진행 경과 등에 비추어 현 단계에서 피의자에 대한 구속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영장 기각 직후 검찰은 “이 사건은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철저한 상하 명령체계에 따른 범죄로서, 큰 권한을 행사한 상급자에게 더 큰 형사책임을 묻는 것이 법이고 상식”이라며 “하급자인 임 전 차장이 구속된 상태에서 직근 상급자들인 박, 고 전 대법관 모두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한 것은, 재판의 독립을 훼손한 반헌법적 중범죄들의 전모를 규명하는 것을 막는 것으로서 대단히 부당하다”고 즉각 반발했다.

전직 대법관들에 대한 법원의 이 같은 영장 기각 사유는 세월호 유가족들을 사찰한 혐의로 지난 3일 영장심사를 받은 이 전 사령관에 대한 영장 기각 사유와도 유사하다.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를 받는 이 전 사령관의 영장심사를 맡은 이언학 영장전담부장판사는 “관련 증거가 충분히 확보되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없고, 수사 경과에 비춰 도망의 염려가 있다고 보기도 어려우므로, 현 시점에서 피의자에 대한 구속의 사유나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려움”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검찰이 이미 수사로 사건의 증거자료를 충분히 확보했기 때문에 구속수사를 진행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다.

해당 수사 역시 하급자들은 구속된 상태였다. 이 전 사령관의 영장이 기각 당시에도 검찰은 “당시 현역 영관급 부하들 3명이 현재 군사법원에서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는데 지시 책임자들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가한 것은 정의에 반하고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비상식적인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박 전 대법관의 경우 사법연수원 16기수 후배인 임 부장판사에게 “노모가 기다린다”며 읍소한 전략이 통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 전 대법관은 전날 영장심사에서 ‘기문이망(어머니가 문에 기대어 서서 아들이 돌아오기를 기다린다)’을 언급하며 “나도 집으로 돌아갈 수 있는지는 판사님께 달렸다”고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변호인 역시 “93세 노모가 있으니 구속을 면하게 해달라”고 변론한 것으로 전해졌다. 임 부장판사는 이례적으로 박 전 대법관의 ‘가족관계’를 영장 기각 사유로 제시했다.

이날 법원이 두 전직 대법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제 식구 감싸기’ 비판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법조계와 정치계에서는 다시 특별재판부 설립 논의가 진행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법원은 영장을 기각한 판사가 법과 원칙, 양심에 따라 결정을 내렸으며 다른 요인은 고려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겨냥하는 검찰의 수사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검찰은 전직 대법관의 신병을 확보한 뒤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수사를 이어간다는 방침이었다.

검찰은 이번 사법농단 의혹 사건이 개인의 일탈로 인한 범죄가 아닌 당시 사법부 윗선들에 의한 조직적인 범행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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