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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원전, 지워지는 ‘축적의 시간’ 아쉬워

[기자의눈] 원전, 지워지는 ‘축적의 시간’ 아쉬워

기사승인 2018. 12. 1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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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투 최원영
반도체가 쌓아올린 금자탑이 사상 최대 성적표를 연신 갈아치우며 우리나라 수출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너무 잘나가서 반도체를 뺀 한국경제를 ‘위기’로 바라볼 정도다. 하지만 사실 여기에 비견되는 기술력의 결정체, 맨손으로 출발해 글로벌 톱 수준으로 끌어올린 신화와 같은 산업이 또 있다.

바로 원자력발전 산업이다. 아무도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 여겼지만 우리는 원전을 세계 6번째로 수출하며 ‘원전 강국’ 반열에 올랐다. 운영권을 포함해 경제효과가 총 90조원에 달한다는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수주가 대표적이다.

그랬던 원전이 지금 해외 사업에서 표류하고 있다. 정부는 최근 논란이 된 나와(바라카원전 운영법인)와 프랑스 EDF간 거래에 대해 2대 주주임에도 인지하지 못했다. 향후 우리가 수주할 것으로 예상했던 장비정비계약 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최근 수주 일보직전까지 갔던 영국의 21조원 규모 무어사이드 원전 수주전은, 경제적 이유 등을 들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수익성을 떠나 체코·사우디 원전 수주를 위한 포석이 될 수 있었던 기회를 날려 버린 셈이다. 아직 물 건너간 건 아니지만 당장 눈앞의 이익에만 매몰돼 실증을 위한 좋은 기회를 소홀히 하고 있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여기엔 MB정부 해외자원개발을 이번 정부가 파헤치며 적폐로 지목한 것도 원전 수주에 대해 정부를 소극적으로 만든 이유 중 하나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언젠가 정권 교체기 원전 저가수주가 부메랑이 돼 압박할 수 있을 것이란 측면에서다.

해외 유수 언론이 지목하고 있듯 국내 탈원전 정책 역시 수주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절대 안전’을 강조하며 다른 나라를 설득해야 하는 세일즈와 안에선 폐기를 외치는 이중성이 서로 무관하다고 주장한다면 어불성설이다. 글로벌 원전시장은 시기적으로, 지금 놓치면 영원히 내줘야 할 지도 모른다.

실패를 거듭하며 쌓이는 노하우가 경쟁력이라는, 소위 ‘축적의 시간’이 모래알처럼 흩어지고 있다. 원전의 새로운 역사가 추가로 적히지 못하고 있는 게 아쉽다. 원전과 연결된 많은 기자재 업체들과 전문가들이 도태 위기에 빠졌다. 원전을 산업 개념으로 인식한다면 그 세계적 기술력을 이대로 묻어선 안된다. 미국 나사(NASA)가 갖는 의미처럼, 모든 산업에서 가장 정밀하고 안전한 시스템을 짓고 운영하는 그 과학기술과 경험이 다른 산업 발전의 토대가 되고 새로운 경쟁력이 될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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