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지난 10월 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해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연합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의 핵심인물로 꼽히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59·사법연수원 16기)이 오는 10일 피고인 신분으로 첫 재판을 받는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윤종섭 부장판사)는 10일 오후 2시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임 전 차장에 대한 첫 공판준비기일을 연다.
공판준비기일은 정식 심리에 들어가기 전 주요 쟁점과 입증계획 등을 정리하는 자리로 피고인이 출석할 의무는 없다. 따라서 이날 임 전 차장은 출석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차장을 역임한 임 전 차장은 ‘재판거래’ ‘법관 사찰’ ‘운영비 유용’ 등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전반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다. 그에 대한 공소장 분량만 A4용지 243쪽에 달하며 사건별 범죄사실은 30여개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 전 차장은 구속된 이후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으면서 진술을 거부하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를 두고 법조계 안팎에서는 법리해석에 밝은 임 전 차장이 수사 단계보다는 재판에서 법리를 다투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또한 임 전 차장은 판사 출신 김경선(59·연수원 14기), 황정근(57·연수원 15기), 오승원(57·연수원 19기), 손평업(78·연수원7기) 변호사 및 검찰 출신 김창희(55·연수원 22기), 박재권(73·연수원 6기) 변호사 등 총 13인으로 구성된 변호인단을 꾸리는 등 재판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임 전 차장 측은 공판과정 에서 침묵을 깨고 자신의 혐의를 적극 반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재판과정에서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던 전·현직 판사들이 증인으로 소환돼 법정에 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법원은 법원행정처 근무 경력이 없는 법관 9명을 모아 3개 합의부를 신설, 임 전 차장 사건을 새로 만든 형사합의36부에 배당했다. 그러나 지난 5일 형사합의36부 배석판사 중 한 명이 사법농단 사태의 피해자격인 국제인권법연구회의 부운영자라는 지적이 일자 배석판사의 교체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