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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법률 저런 판결·37] ‘디지털세’ 법안 통과, ‘기울어진 운동장’ 논란 잠재울까

[이런 법률 저런 판결·37] ‘디지털세’ 법안 통과, ‘기울어진 운동장’ 논란 잠재울까

기사승인 2018. 12. 11.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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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팀 골대 쪽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축구를 한다고 생각해보자. 중력의 법칙상 자기편 골대 쪽으로 축구공이 굴러 내려올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전 세계에서 축구를 가장 잘 하는 선수(메시인지 호나우두인지 아니면 2018년 발롱도르 수상자인 모드리치인지에 대한 논란은 접어두기로 하자)라 하더라도 골을 넣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다. 이처럼 애초부터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바로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사이버 공간에서 재화와 서비스의 거래가 이뤄지는 오늘날 기울어진 운동장 문제가 더욱 대두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조세 형평성이다. 우리나라 세법은 기본적으로 국내에 고정사업장이 있어야 세금을 부과할 수 있다. 따라서 국내 기업에 법인세를 부과하는 데 별다른 문제가 없다. 그러나 글로벌 기업의 상당수는 한국에 법인을 두지 않거나, 법인을 두더라도 서버(Server)를 한국에 두지 않고 있다. 이 경우 우리나라 세법상 국내에 고정사업장이 있다고 보기 어려워 법인세를 부과할 수 없다. 국경과 영토 개념이 없는 사이버 공간에서 이뤄지는 서비스임에도 정작 세법은 국경과 영토라는 과거의 잣대를 기준으로 세금을 매기고 있는 것이다.

기울어진 운동장 문제의 해결책으로 유럽연합(EU)은 고정사업장이 EU 역내에 있는지 여부를 불문하고 글로벌 기업의 광고 매출에 3%의 세금을 부과하는 소위 ‘디지털세’(Digital Tax) 법을 논의 중이나, 아일랜드 등 글로벌 기업의 법인이 위치한 회원국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높아 합의에 난항을 겪고 있다.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2015년 부가가치세법을 개정하면서 앱(App) 등 디지털서비스를 제공하는 해외사업자의 경우 국세청에 간편사업자등록(SBOR)을 한 후 부가가치세를 내도록 하는 규정을 신설했으나(제53조의2), 해외사업자가 SBOR을 하지 않을 경우 강제할 수 있는 수단이 없어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지난 8일 국회는 2019년 정부 예산안을 처리하면서 인터넷 광고, 클라우드컴퓨팅서비스와 같은 B2B 거래의 경우에도 해외사업자에게 부가가치세를 부과하는 부가가치세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그렇다면 개정된 부가가치세법은 우리나라의 디지털세법이 될 수 있을까? 개정 법률이 해외사업자의 부가가치세 과세 범위를 확대한 것은 긍정적이나, 필자가 이해하기로는 개정 법률 역시 여전히 SBOR 제도를 해외사업자가 자발적으로 준수하지 않으면 세금 납부를 강제할 수 없는 구조다. 향후 과세당국이 개정 부가가치세법을 실제로 글로벌 기업에게 집행할 것인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해원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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