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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사람이 먼저다’?…‘뭣이 중헌디’

[기자의 눈]‘사람이 먼저다’?…‘뭣이 중헌디’

기사승인 2018. 12. 10.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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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2부 조준호 기자
국가를 구성하는 3가지 요소는 영토·국민·주권으로 정의된다. 국가는 인류 역사와 함께 성장해 왔으며 선진국 일수록 구성요소 간 조화가 강하다.

하지만 지난주 동해 섬 지자체인 경북 울릉도를 보면 국가 시스템이 엇박자를 보이고 있는 듯하다.

지난 4일 경북 울릉도에선 작업도중 허리 등을 크게 다친 A씨(43·여)가 울릉군 보건의료원으로 후송됐지만 큰 병원으로 급히 이송해야 할 상황으로 진단됐다.

울릉보건의료원은 급히 군과 해경 등에 응급후송을 위해 헬기 및 해경함 등을 요청했지만 날씨와 임무 등 때문에 불가하다는 통보를 받았다. 사정이 이러하자 울릉군은 긴급히 독도평화호 투입을 결정했다.

풍랑주의보 속에 177톤의 작은 관공선은 A씨를 승선시키고 거친 밤 바다를 헤치고 사고를 당한지 14시간이 지난 후 포항의 한 종합병원으로 이송했다. 허리를 다친 중환자를 풍랑주의보 속에 작은 선박에 승선 시킨 것에 대해 위험한 선택이었다는 게 중론이다. 그만큼 다른 방법이 없어 내린 결정이었다.

이보다 더 한 일도 생겼다. 지난 5일 낮 뇌출혈을 당한 울릉도 주민 B씨(68, 여)도 울릉군 보건의료원에서 치료가 불가해 종합병원으로 응급후송을 해야 할 상황이었다.

의료원측은 또다시 헬기를 요청했지만 안개와 강풍 등으로 지원이 어렵다는 통보를 받았다. 함정 투입도 작전과 임무 때문에 불가하다는 입장이었다.

결국 B씨는 풍랑주의보 속에 관공선도 아닌 29t급 오징어 어선에 승선해 출항했다가 운항 4시간만에 파도를 뚫지 못하고 회항 후 큰 병원 문턱도 밟지 못하고 안타깝게도 6일 오후 6시 38분께 사망했다.

이 상황을 지켜 본 주민 대부분은 섬살이 회한 섞인 푸념과 분노가 넘쳤다.

국가의 가장 큰 임무는 뭘까? 국민의 생명을 지키고 구하는 것이 아닐까? 울릉도는 닥터헬기 반경에도 포함돼 있지 않다. 이 때문에 해경과 군 등에서 이 빈자리를 채우고 있다.

하지만 매번 겨울만 되면 울릉도는 고립된다. 아파도 큰 병원에서 치료 받지 못하고 이를 지켜 본 가족과 주민의 아픔이 너무 커 결국 겨울철이면 섬을 비우고 있다. 정부가 이야기하는 섬 정주기반 강화는 현실에선 헛구호처럼 들린다. 주민들은 국가시스템은 작동치 않고 주민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셀프공화국이라 이야기 한다.

또 군과 해경 등은 중국어선과 기상악화로 인해 북측 해상에서 조업하는 중국어선이 우리해역으로 피항 온 선박들의 관리 때문에 응급환자 후송이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지역어민들은 매년 중국어선들이 우리해역에서 불법어업 자행하는 것을 목격하지만 단속의 손길이 전무하다는 입장이다.

국가 구성요소(영토·국민·주권) 중 주권(정부)국에서 자국 영토를 관리 못하고 국민이 안타까운 죽음에 이르게 한다면 국가시스템은 완벽히 엇박자다.

기자의 책상 한편에는 문재인 대통령의 친필 사인이 있다. ‘사람이 먼저다’란 글귀가 있다. 문 대통령의 정치철학이자 슬로건이다. 국민이 먼저인 나라는 언제쯤 가능한지 묻고 싶다. 영화의 한 대사가 떠오른다. ‘뭣이 중헌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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