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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준비은행 총재 갑작스런 사퇴, 아시아에 번지는 중앙은행 독립성 위협

인도준비은행 총재 갑작스런 사퇴, 아시아에 번지는 중앙은행 독립성 위협

기사승인 2018. 12. 11.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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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의 중앙은행인 인도준비은행(RBI) 우리지트 파텔 총재가 정부와의 정책 공방 끝에 10일(현지시간) 돌연 사임했다. 이에 따라 내년 총선을 앞두고 RBI의 독립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최근 세계 곳곳에서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침해당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터키, 파키스탄 등 아시아 중앙은행의 독립성 문제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로이터통신의 10일 보도에 따르면 파텔 총재는 사임 결정의 원인을 ‘일신상의 사유’ 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RBI 이사회를 불과 4일 앞둔데다 지방선거 결과 발표를 앞둔 민감한 시기에 사임을 선언한 것은 정부와의 갈등 때문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최근 인도 정부는 RBI에 악성 부채가 많은 공공부문에 대한 은행들의 대출 규제를 완화하고, 정부의 재정적자를 해결하는데 RBI의 잉여준비금 일부를 지원하도록 압력을 넣어 왔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농가소득이 땅에 떨어지면서 대규모 농민 시위가 전국에서 이어지는 등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여당 인도인민당(BJP)은 압박을 받고 있다. 더 나아가 모디 정부는 까다로운 은행들의 대출 기준 때문에 자금난에 빠진 중소기업들이 고용을 줄여 결국 일자리가 줄어들까 우려해 RBI에 압력을 가해왔다.

미국 글로벌 리스크 컨설팅사인 유라시아 그룹 소속 사샤 라이저 코지트스키 선임 애널리스트는 “RBI의 독립성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가 그 어느 때보다도 높아졌다”면서 “그러나 인도 정부가 파텔의 후임으로 독립성을 갖춘 인사를 지명할 확률은 매우 낮아보인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중국보다 훨씬 더 큰 문제”라며 압박을 받고 있는 미 연준을 비롯, 영란은행·유럽중앙은행까지 최근 전세계 곳곳에서 중앙은행의 정책에 대한 정치권의 압력이 거세지는 추세다. 인도의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 이 같은 현상은 아시아도 예외가 아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중앙은행 독립성 침해의 선봉에 서 있는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저금리가 인플레이션을 억제할 것”이라는 상식 밖의 논리를 앞세워 수 년간 저금리를 요구해 왔다. 물가 오름세를 억제하기 위해서는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것이 통설이지만 에르도안 대통령은 정반대로 인플레이션을 잡으려면 금리를 낮춰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이 같은 압박으로 금리인상 적기를 놓친 탓에 터키는 지난 9월 소비자물가가 25%나 치솟는 등 심각한 위기에 봉착한 바 있다.

파키스탄 정부는 환율 변동성을 완화하기 위한 자문 위원회를 신설, 중앙은행이 통화 정책을 조정하고자 할 때마다 이 위원회에 보고하는 것을 의무화할 계획이다. 이는 국제통화기금(IMF)과의 구제금융 협상이 계속됨에 따라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억제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뉴질랜드 입법부는 내년 4월 고용과 물가 안정을 중앙은행의 양대 책무로 설정하도록 요구하는 법안을 제정할 예정이다. 이 법안의 반대론자들은 중앙은행이 무엇을 우선시할 것인지를 결정할 권한을 재무장관에게 넘겨주는 꼴이라며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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