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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방암은 신의 심판”…그릇된 믿음에 암치료 못 받는 아시아 여성들

“유방암은 신의 심판”…그릇된 믿음에 암치료 못 받는 아시아 여성들

기사승인 2018. 12. 16.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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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준히 높아지는 아시아 유방암 발병률
부도덕·전염 등 잘못된 믿음 탓
'쉬쉬' 분위기에 정보공유 못하고
치료가능한 시기 놓치는 일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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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내 퍼져 있는 유방암에 대한 그릇된 믿음 때문에 환자들이 제 때 치료 받지 못하고 질병에 대한 정보 공유도 안 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픽=아시아투데이
의료기술의 발전으로 암 환자 생존율이 70%에 이르렀지만 아시아에선 여전히 사형 선고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아시아 사회 전반에 뿌리박힌 ‘암’에 대한 그릇된 인식 때문이다. 특히 유방암은 부도덕성과 연관이 있다거나 전염성이 있거나 종교적 심판을 받아 발병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져 완치 가능한 조기 치료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문가들은 아시아 암 환자의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암에 대한 공론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신의 심판·전염성·부도덕한 행동·남편에 대한 충성도·운명론적 시각 등 아시아 전역에 퍼진 유방암에 대한 그릇된 믿음 때문에 의학적으로 충분히 치료할 수 있는 시기를 놓치는 일이 다반사”라고 15일 보도했다. 또 증가 추세인 아시아 유방암 발병률을 낮추기 위해선 암에 대해 자유롭고 공개적으로 털어놓을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호주 웨스턴 시드니 대학의 칸나 콱 교수는 “일부 아시아 여성들은 남편에게 충성하면 유방암에 걸리지 않는다고 믿는다”며 “의학적 측면에서 이는 말도 안 되지만 이 같은 그릇된 믿음은 여성의 행동 양식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파키스탄에선 유방암이 부도덕한 행동에서 기인한다는 믿음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유방암에 대해 사회적으로 ‘쉬쉬’하는 분위기가 깔려있다. 불운해서 유방암에 걸리는 것이란 인식도 있다. 영국 유방암지원센터에서 활동하는 영국계 파키스탄인 나빌라 파루크는 “신의 시험대에 올랐기 때문에 유방암에 걸린다는 잘못된 믿음이 만연해 있다”며 “유방암에 걸린 여성은 자신의 딸도 ‘부도덕한 사람’이라는 낙인이 찍힐까 두려워 한다”고 말했다.

중국에선 유방암이 입에 올리지 말아야 할 금기어라는 인식이 강하다. 심지어 일부 암 환자들은 자신이 암에 걸렸다는 것을 알리면 사람들로부터 배척당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영국계 중국인 웨일로 리 전(前) 시민단체 재경 담당자는 “중국인들은 금욕주의적·보수적인 문화를 지녔기 때문에 ‘암’이라는 불편한 단어를 공론화하는 걸 원치 않는다”며 “암 환자들끼리 힘든 경험을 공유하는 일도 드물다”고 말했다.

아시아 여성의 유방암 발병률은 타 지역과 달리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사회적인 분위기에 억눌려 정보를 공유하지 못하고 조기 치료 중요성도 부각되지 않아서다. 미국 캘리포니아 암예방협회가 발표한 보고서 ‘2017 유방암 생존율 및 통계’에 따르면 다양한 국적의 여성 10만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988년에서 2013년 사이 미국 백인들과 달리 아시아 여성의 유방암 발병률은 꾸준히 높아졌다. 유방암에 대한 그릇된 인식이 아시아 여성의 발병률을 높인다는 것이 보고서의 분석.

그레이스 유 샌프란시스코 주립대 아시아학 교수는 “아시아 중장년층에게 암은 사형 선고라는 믿음이 존재한다”며 “조기 발견과 치료로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암을 극복한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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