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환의 세계 골프장 탐방] 11. 천하제일 ‘공포의 파3’-중국 광동성 은해GC

기사승인 2018. 12. 1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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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박병환 칼럼니스트
올해 11월 2주간 중국 광동성과 후난성에 위치한 10개 골프장을 다녀왔다. 그 중 매우 짧으면서도 환상적인 공포를 가져왔던 파3 코스가 인상에 깊었다.

중국 광동성 은해 골프장이다. 이곳은 광저우 백운국제공항에서 110km 남서쪽에 위치하며 1시간 30분이 소요된다. 전체 27홀 코스로 9홀은 파3다. 캐디는 70명이고 그린은 백금초, 페어웨이는 하와이 그래스로 모두 켄터키 블루그래스 계열을 식재했다.

직접 라운드 한 11월 17일은 18~23도의 흐리고 빗방울이 약간 날리는 오전과 잔뜩 흐린 오후 날씨 덕에 무사히 54홀 라운드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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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파3로만 돼 있는 코스들을 여러 곳 뛰어봤다. 중국 해구 미션힐즈, 선전 미션힐즈, 인도네시아 푸킷 판다와 미국 앨라배마주의 로보트 트렌트 존스 코스 등은 아름답고 화려한 18홀 파3 코스들이었다.

그러나 은해 골프장은 64야드부터 최대 120야드까지 짧은 거리임에도 이렇게 어렵고 힘든 코스는 세상 어디에도 없을 것 같은 경험을 했다. 매 샷마다 공포와 스릴 속에 단 한순간도 방심할 수 없었다. 또 심산유곡에 가득한 나무들과 소나무들은 마치 요새를 방불케 하는 분위기를 자아냈다. 홀 간의 이동 거리는 100m에서 400m까지 있으며 1인 1카트·1인 1캐디로 매우 가파르게 이동해야 한다. 중국 대련 홍기곡이 연상됐다.

1번 홀(106야드), 2번 홀(102야드), 4번 홀(120야드), 9번 홀(108야드)은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홀이다. 그린 좌우, 앞뒤로 온통 해저드이다. 나무숲, 벙커, 낭떠러지 절벽, 오비, 무엇보다도 그린과 페어웨이의 폭이 20야드 전후이다. 티샷 시 조금이라도 방향이 잘 못되면 바로 해저드. 컴퓨터 샷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

3번 홀(74야드) 내리막이 수직에 가깝다. 실제 거리는 불과 50야드도 안 된다. 필자는 고소공포증이 있어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현기증이 날 정도다. 바람과 내리막 거리 그리고 방향 삼박자 중 하나만 틀려도 아웃이다. 필자는 18홀 라운드(9홀 2회) 중 이 홀에서만 하나의 볼을 잃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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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번 홀(95야드) ‘역 ㄴ자 모양’ 그린을 하고 있다. 그린 앞에는 큰 벙커와 커다란 연못 그리고 좁디좁은 그린은 상상을 불허한다. 그린 폭이 불과 6야드이다. 그린에 올리려면 정확히 90~96야드에 안착시켜야 한다.

7번 홀(80야드) 그린 폭이 10야드 미만이며 엣지가 2야드도 안 된다. 그린 뒤쪽 러프에서 어프로치는 불가능하다. 내리막 그린이다. 어프로치의 달인이라고 생각했던 필자도 두 번째 라운드에서는 그린을 살짝 넘어 약간 러프였는데 캐디 보고 어프로치 할 때 핀 뒤쪽으로 가서 볼이 안 나가게 막아 달라고 할 정도였다.

1993년 골프를 시작한 이래 26년간의 골프 인생에 100야드 남짓의 파3 홀들을 내내 긴장과 공포로 일관한 적은 없었다. 필자는 이날 9홀을 두 번 치면서 1개의 볼을 잃어버렸다. 라운드를 마치고 골프장 매니저는 이 코스가 생긴 이래 기록이라고 한다. 중국의 최고의 프로골퍼인 량위엔충도 몇 개를 잃어버렸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골프는 정말 흥미롭고 기대 이상을 보여준다. 바로 인생이 그렇듯 말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골프를 인생에 비유하는가 보다.

박병환 칼럼니스트 (IGTWA 국제 골프 여행 기자협회 회원·IGM 골프 코리아 체육문화컨설팅 대표·한국아마추어골프협회 중국지회장)

*외부 기고는 아시아투데이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기고문은 원작자의 취지를 최대한 살리기 위해 가급적 원문 그대로 게재함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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